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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카타르시스를 주는 비극 [오이디푸스]

최종수정2018.10.04 23:14 기사입력2011.11.2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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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의 시민은 우리와 닮았다

 
▲ 연극 [오이디푸스](연출 한태숙) 공연장면     © 사진=국립극단

▲ 연극 [오이디푸스](연출 한태숙) 공연장면     © 사진=국립극단


(뉴스컬쳐=송현지 기자)
아침에는 아비를 먹고, 점심에는 어미를 먹고, 저녁에는 제 두 눈을 파먹고 헤매는 짐승이 무대에 올랐다.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난 퉁퉁 부은 발, ‘오이디푸스’다.
 
국립극단 레퍼토리 연극 [오이디푸스](연출 한태숙)가 명동예술극장에서 막바지 공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희랍비극이다. 결코 쉽지 않은 공연이다. 그러나 매진이다. 커튼콜은 대여섯 번씩 이어진다. 연극 공연치고 이례적인 일이다. 왜 지금의 한국 관객들은 이 비극에 이토록 열광할까?
 
연일 비극적인 뉴스가 매스컴을 타고 흘러나온다. 한미 FTA 통과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온다. 우리는 가파른 절벽에 매달린 테베의 시민과 다를 바 없다. 역병이 돌아 죽음이 창궐하는 테베의 상황은 우리와 닮았다. “시민들이여!”라고 말하는 오이디푸스의 눈빛은 객석을 향한다. 이로써 관객은 테베의 시민이 된다.
 
객석으로 쏟아질 것 같은 무대는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시민들은 가파른 절벽에 박힌 서른 개의 봉을 잡고 간신히 매달려 있다. 11도로 기울어진 삼각형 경사면을 뒹굴어 내려오기도 한다. 절벽엔 절규하는 얼굴들이 새겨져 있다. 오이디푸스와 요카스타는 경사면을 힘겹게 뛰어오르기도 한다. 운명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중력을 못 이기고 곧 굴러떨어진다. 

운명의 세 갈림길은 사람 인(人)자와 닮았다. “난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다!”라고 울부짖는 오이디푸스의 외침이 바닥에 새겨진 듯했다.
 
가야금과 북의 소리는 한국인의 정서를 파고들었다. 연주자는 흐느꼈다. 활의 마찰음과 울음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우리 민족 고유의 한(恨)이 표출됐다.

비극은 카타르시스를 준다. 결국 관객은 행복해진다.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 [오이디푸스]는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을 수작이다. 이번 재공연이 이를 검증했다.
 

◇명대사 “우리는 운명 앞에 눈뜬장님일 뿐이다.” 

오이디푸스(이상직 분)는 두 눈을 찔러 자기 자신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린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박정자 분)는 눈이 멀어도 신의 계시를 점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理性)을 믿었던 오이디푸스는 두 눈이 있어도 자신의 한 치 앞 운명을 보지 못했다. 절벽에 처참히 짓이겨진 두 눈에 관객들은 몸서리친다. 하지만 장님이 된 오이디푸스의 발걸음은 이제서야 가벼워진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오이디푸스]
작: 소포클레스
연출: 한태숙
공연기간: 2011년 11월 8일~11월 27일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출연: 이상직, 정동환, 박정자, 차유경, 정태화, 박상종 외
관람료: 다솜석 5만원 / R석 3만원 / S석 2만원


(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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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지 기자 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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