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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불어넣는 '안소니 랩'을 만나다

최종수정2018.10.04 21:04 기사입력2012.02.24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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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배우가 되겠다”

 
▲ 뮤지컬 [위드아웃유](연출 스티븐 멀러)에 출연 중인 배우 안소니 랩을 극장에서 만났다.     ©김호경 기자

▲ 뮤지컬 [위드아웃유](연출 스티븐 멀러)에 출연 중인 배우 안소니 랩을 극장에서 만났다.     ©김호경 기자


(뉴스컬쳐=송현지 기자)
무대용 의자를 나란히 놓고 마주 앉았다. 무테안경 너머로 금발의 깊은 속눈썹이 출렁였다. 영원한 친구 ‘조나단 라슨’을 회상하고, 마음의 안식처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미간에 주름도 잡혔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채로. 저녁 공연을 앞두고 안소니 랩(Anthony Dean Rapp)을 만났다. 바쁜 오후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삶을 고백할 때만큼은 에메랄드 눈동자가 힘차게 반짝였다. 뮤지컬 [위드아웃유](연출 스티븐 멀러) 무대 위의 모습 그대로였다.
 
안소니 랩이 한국에 왔다. 이번이 첫 방문은 아니다. 2009년 뮤지컬 ‘렌트’ 오리지널팀과 함께 내한했다. 당시에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렌트'로는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10년, 다시는 못 볼 것 같았던 그가 왔다. 그해 뉴욕 뮤지컬 씨어터 페스티벌(NYMF)을 뜨겁게 달군 모노뮤지컬 [위드아웃유]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렌트’의 감흥을 이어가려는 국내팬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2년 만인 2012년 2월, 같은 작품으로 내한했다.
 
“굉장히 따뜻하고 친근하게 저를 맞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 온 소감을 전했다. 그는 공연기획사 뉴벤처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와 인연이 닿아 한국에 자주 방문하고 있다. 한국이 좋은 이유를 묻자, 장난기 섞인 말투로 답했다. “제가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놀라움을 표하곤 하죠. 그들 눈에는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되나 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한국 음식을 사랑합니다. (웃음)” 평소에 죽을 즐겨 먹을 정도로 한국음식 사랑이 대단하다.
 

 
▲ 뮤지컬 [렌트](연출 마이클 그레이프)의 한 장면     © 뉴스컬쳐DB

▲ 뮤지컬 [렌트](연출 마이클 그레이프)의 한 장면     © 뉴스컬쳐DB


그와의 대화는 당연하게도 ‘렌트’로부터 시작됐다. 뮤지컬 [위드아웃유]가 그렇게 운을 떼는 것처럼. ‘렌트’는 천재작곡가 조나단 라슨이 오페라 ‘라 보엠’을 모티브로 뉴욕의 가난한 젊은이들의 불꽃같은 삶을 경쾌한 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렌트’를 공연하면서 환상적인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굉장히 특별한 기억이었고, 내 인생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위드아웃유]를 ‘렌트’의 연장선으로 이해해도 될까?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사람들이 제가 [위드아웃유]를 하게 된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조나단 라슨’에 대한 기억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기억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숨 쉬게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관객들에게 그 기억들과 경험들을 알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렌트’ 오디션에서 처음 만난 둘은 연습을 함께 하며 깊은 우정을 쌓았다. 조나단은 안소니만을 위한 곡을 쓰면서 지극한 우정을 보여줬다. 하지만 ‘렌트’가 공연되기 하루 전날, 조나단은 대동맥류파열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바쳐 만든 그 곡을 보지 못한 채로.
 
그로부터 16년이 흘렀다. 비록 조나단 라슨은 이 세상에 없지만, 우리는 마냥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그의 반평생을 지켜본 안소니 랩이 그를 위해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가 생각납니다. ‘렌트’를 볼 때, 그리고 제가 그의 아름다운 곡을 부를 때마다 생각이 납니다.”
 
안소니는 조나단의 음악적인 천재성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도 다시금 짚어줬다. “저는 그가 정말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작가들에게 굉장히 협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렌트’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세계를 여행했고,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보물 같은 기회를 ‘렌트’에 잘 담아냈습니다. 그것은 정말이지 저항할 수 없이 강력한 것입니다.”
 
▲ 뮤지컬 [위드아웃유](연출 스티븐 멀러)에 출연 중인 배우 안소니 랩을 극장에서 만났다.     ©김호경 기자

▲ 뮤지컬 [위드아웃유](연출 스티븐 멀러)에 출연 중인 배우 안소니 랩을 극장에서 만났다.     ©김호경 기자


뮤지컬 [위드아웃유]는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래 작가가 꿈이었던 그는 책에서 유려한 글솜씨를 뽐낸다. 1997년부터 시작해 집필하는 데만 무려 7년이 걸렸다. “집필하는 동안에도 동시에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출판자께서 나에게 ‘내 이야기’를 써보라고 권유했을 때 이건 꼭 해야 하는 작업이라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위드아웃유]에는 병환으로 고생한 어머니와의 교류와 사랑이 잘 녹아있다. 어머니가 가장 생각날 때는 언제일까? “제가 아프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어머니가 특히 생각납니다. 제 어머니는 간호사셨습니다. 사람들을 잘 간호하셨고, 특히 저를 돌봐주는데 굉장히 익숙하신 분이셨죠.”
 
그는 한국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일 무대에 오르고, 공연이 끝난 후엔 관객을 위한 사인회까지 연다. 대학교 강의도 나가고 방송도 출연한다. 스포트라이트가 모두 그를 향하고 있다. 그래도 짬을 내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한국 공연(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을 관람했다. 브로드웨이 초연 때 자신이 직접 출연(매든 박사 역)하고 조명을 감독했던 작품이다.
 
“그들은 굉장히 강력했습니다. 특히 ‘다이애나’역의 박칼린씨는 살아있었습니다. 굉장히 깊은 연기와 훌륭한 노래가 인상적이었죠. 한국분들이 브로드웨이 못지않은 강렬한 무대를 만들었다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안소니 랩은 내한 공연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서 미국의 팝아티스트 ‘앤디워홀’의 일생을 다룬 뮤지컬에 출연할 예정이다. 주인공 ‘앤디’ 역할을 맡았다. (우연인지 필연이지 이 또한 동성애자 역이다.) ‘렌트’의 오리지널 멤버 아담 파스칼과의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아쉽게도 ‘마크’로는 더 이상 연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당시의 완벽했던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는 ‘렌트’를 연기하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배우로서의 마지막 지향점을 힘주어 말했다. “그저 엔터테이너로 기억되기 보다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뮤지컬 [위드아웃유](연출 스티븐 멀러) 공연장면 중.     ©사진=뉴벤처엔터테인먼트

▲ 뮤지컬 [위드아웃유](연출 스티븐 멀러) 공연장면 중.     ©사진=뉴벤처엔터테인먼트


  
[프로필]
이름: 안소니 랩(Anthony Dean Rapp)
생년월일: 1971년 10월 26일
데뷔작: 뮤지컬 'The Little Prince and the Aviator'(1981)
수상: 트레일블레이저상
출연작: 뮤지컬-Six Degrees of Separation(1990), Sophistry(1993, 연극), 렌트(1994, 1996), 찰리 브라운, 그대는 좋은 사람이야(1999), 헨리 5세(2002), 헤드윅(2003), 리틀샵 오브 호러스(2004), Feeling Electric(2005), 렌트(2007), 위드아웃유(2008), 렌트(2009)
영화-야행(1987), 유혹(1989), 스쿨 타이(1992), 5번가의 폴 포이티어(1993),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 트위스터(1996), 로드 트립(2000), 뷰티풀 마인드(2002), 윈터 패싱(2005), 대니 로앤: 퍼스트 타임 디렉터(2006), 렛 뎀 치프 어와일(2007), 렌트(2007), 러브 앤 어더 임파서블 퍼슈츠(2009)

(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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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지 기자 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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