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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문] ‘쓰릴 미’ 20대 남자배우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

최종수정2018.09.30 14:01 기사입력2013.04.28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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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를 탄 25인의 배우

(뉴스컬처=장경진 칼럼니스트)
문제. 당신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하이드 역을 맡은 한국배우의 수가 몇인지 아는가? ‘헤드윅’은? ‘김종욱 찾기’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는 오픈런과 원캐스트가 기본이다. 하지만 뮤지컬시장이 단기간 급성장한 한국에서는 평균 3개월가량의 짧은 공연기간과 한 배역당 최대 여섯 명에 이르는 멀티캐스팅이 어느새 기본이 됐다.
 
‘시즌’이라는 기이한 이름으로 재공연이 잦아지자 캐릭터 이름 앞에 배우의 성을 붙여 부르던 호칭도 특이한 성을 갖지 않는 이상 더는 어렵게 됐다. ‘회전문’은 대체 한 작품에 참여한 배우가 몇이나 되는가 하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배우로 보니 의외로 작품의 색이, 제작사의 성향이 보였다. 첫 번째 시간은 오는 5월 17일 일곱 번째(서울 기준)로 개막하는 문제작 ‘쓰릴 미’다.
 
▲ 뮤지컬 '쓰릴 미' 캐스팅 계보.     © 장경진 칼럼니스트

▲ 뮤지컬 '쓰릴 미' 캐스팅 계보.     © 장경진 칼럼니스트


 
뮤지컬 ‘쓰릴 미’의 주인공 ‘나’와 ‘그’의 배우 평균연령 각각 28세와 26세. 열아홉 실존 인물들의 나이에 맞춰 이제 갓 스물이 된 배우들이 캐스팅되기도 했다. ‘쓰릴 미’가 2007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총 7차례 공연되는 동안 25명의 배우가 무대에 섰다. 20대 남자배우에게 ‘쓰릴 미’는 에스컬레이터와도 같다. 사랑과 희망이 넘쳐나는 일반 뮤지컬과는 달리 유괴, 살인, 동성애 소재를 다루는 2인극은 배우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혈기왕성한 두 남자는 ‘쓰릴 미’에서 끊임없이 충돌한다.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다. 완전한 소유와 유대감을 통한 심리적 안정. 덕분에 협박과 회유가 난무하고 권력의 전복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포기하던 ‘나’는 주로 흰 도화지 같은 외모의 배우들이 맡았다. 최재웅은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강필석은 신경증 환자처럼 예민해 보이는 마른 몸으로, 정상윤은 어쩐지 믿게 되는 처진 눈으로, 전성우는 반론 따위 할 수 없을 것 같은 미성으로 외유(外柔)의 느낌이 강한 ‘나’를 표현했다. 반면 ‘그’는 정서적 결핍을 감추려 갑옷을 찾았다. 이율에게는 거칠 것 없는 패기가, 김무열에게는 찰진 욕설이, 최지호에게는 큰 키와 다부진 몸이, 윤소호에게는 짙은 이목구비가 있었다. 나쁜남자를 연상시키는 외강(外剛).
 
표면상 ‘그’가 살인을 주장했고 ‘나’는 “그저 그를 뒤 따른 것 뿐”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과거를 들먹이며 협박한 이는 언제나 ‘나’였고, 의외로 “자기”라 부르며 회유한 것은 ‘그’였다. 때로는 주장하는 이보다 동의하는 이가 더 무섭다는 사실을 ‘쓰릴 미’를 보고 알았다. 
 
각각 네 차례와 세 차례 참여해 가장 많이 관객을 만난 김무열과 최재웅, 정상윤은 작은 디테일로 반전의 진폭을 크게 만든 이들이다. ‘나’를 힐끗 보거나 어린아이를 유괴하기 전 연신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던 김무열의 ‘그’에게선 유리처럼 약한 내면의 불안함이 진하게 풍겨왔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진실을 말하던 최재웅의 ‘나’에게선 섬뜩함이, ‘그’를 안심시키는 사이 몰래 미소 짓던 정상윤의 ‘나’에게선 영악함이 빛났다.
 
‘나’와 ‘그’의 싸움이 치열해지면 질수록 배우들의 가능성은 더욱 빛났고, ‘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극의 특성상 좀 더 디테일한 연기가 필요한 ‘나’를 거쳐간 배우들이 도드라졌다. 김무열은 ‘쓰릴 미’를 기점으로 다음 단계로 진입했고, 정상윤, 이창용, 전성우 등은 유망주로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특히 ‘쓰릴 미’를 비롯해 ‘스위니 토드’, ‘씨왓아이워너씨’,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 줄곧 뮤지컬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을 선정해온 제작사 뮤지컬해븐은 캐스팅에 있어서도 도전적이었다. 이율, 강하늘, 윤소호를 뮤지컬 무대에 데뷔시킨 것은 물론, 관객들에게 아직 이미지가 각인되지 않은 배우들을 과감하게 기용해 ‘쓰릴 미’를 ‘그리스’의 뒤를 잇는 배우 인큐베이터로도 성장시켰다.
 
다만 ‘쓰릴 미’는 시즌이 계속될수록 스릴러라는 장르 자체보다 동성애에 집중한 듯 보이는 연출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2013년 공연의 연출가 쿠라야마 타미야는 2년 전부터 일본의 ‘쓰릴 미’를 맡아왔고, 지난해 명동예술극장에서 원작에 가까운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배우로는 정상윤과 전성우가 ‘나’를, 송원근과 이재균이 ‘그’를 연기한다.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의 ‘나’와 달리, ‘그’ 역의 송원근과 이재균은 ‘쓰릴 미’ 신인. 특히 이재균의 경우 올 3월에 공연된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의 섬세한 포스너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맡았다. 1차전은 노련한 ‘나’와 파닥이는 ‘그’의 데스매치다.
 
올해도 ‘쓰릴 미’는 흥행에 성공할 것인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얼룩진 1년 전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인가. 여러 질문이 난무하는 가운데, 2차 캐스팅 발표일은 언젠가요? 현기증이 난단 말이예요.
 
 
(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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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진 칼럼니스트 kj2sky@naver.comlt;저작권자 ⓒ 뉴스컬처(http://www.newsculture.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