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우진-박민정, “이기는데 목숨 거는 당신, 즐겁게 살고 있나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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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우진-박민정, “이기는데 목숨 거는 당신, 즐겁게 살고 있나요?”(인터뷰)

최종수정2018.09.28 06:45 기사입력2014.06.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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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유도소년’ 수줍은 고교생 커플, 경찬과 화영

▲ 연극 ‘유도소년(연출 이재준)’에서 운동선수로 열연 중인 배우 홍우진(왼쪽)과 박민정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 고아라 기자

▲ 연극 ‘유도소년(연출 이재준)’에서 운동선수로 열연 중인 배우 홍우진(왼쪽)과 박민정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 고아라 기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개막 직후부터 심상치 않았던 연극 ‘유도소년(연출 이재준)’이 2주간 연장 공연을 하기로 결정했다. 초연 창작 연극이 이뤄낸 쾌거다. 1990년대 감성의 날실과 정직한 땀방울의 씨줄로 얽힌 이야기는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수작(秀作)으로 자리 잡았다. 눈앞에서 매트에 매쳐지고, 샌드백을 강타하고, 라켓을 휘두르는 배우들은 흐르는 땀으로써 진정성을 증명해 보인다. 이들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그 모습이 즐거웠다가, 안타까웠다가, 마음이 찡했다가, 마침내 벅차오르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극본을 쓴 두 작가가 이야기했듯 ‘유도소년’은 ‘내가 끝냈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끝난 게 아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경찬의 성장담 한편에는 애틋했던 첫사랑의 기억도 함께 흐르고 있다. 서툴지만 그렇기에 더 사랑스러운 고교생 커플, 경찬과 화영을 연기하는 두 배우를 만났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식구로 친남매처럼 서로를 아끼는 배우 홍우진과 박민정이다.
  
‘유도소년’에서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찬과 화영이 실제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홍우진(이하 홍): 저는 경찬이처럼 자존심이 세지는 않아요. 비슷한 거라면, 여자 앞에서 좀 수줍어하는 거랑 사람들한테 짜증 내는 부분? 경찬이가 부모님한테 속에 없는 말들을 내뱉잖아요. 겉으로는 화내고 뒤에서는 후회하고, 그런 모습이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후배들 대하는 태도도 비슷해요. 저도 동생들을 막 대하거든요.(웃음)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정말 잘 해주고 싶은데 밖으로는 잘 표현이 안 되더라고요.
 
박민정(이하 박): 저는 화영이를 보면서 ‘어렸을 때 내가 딱 이랬어’라고 느꼈어요. 크게 고민하지 않고 긍정적인 면이 정말 닮았어요. 늘 좋게 생각하고 밝게 사는 편이라 여태껏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어릴 때는 특히 더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나마 좀 차분해졌어요. 그리고 사람들을 편견 없이 대하는 모습도 비슷해요. 민욱이가 화영에게 경찬이를 멀리하라고 다그쳤을 때, ‘경찬이 그런 애 아니에요, 그냥 착하고 순수한 애예요’라고 말하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 엄마가 친구를 가려서 사귀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저도 막 울면서 화영이랑 똑같이 이야기했던 게 기억이 나요.
 
▲ 박민정은 "대본을 받고 그때의 감성이 머리로는 너무 잘 이해가 됐는데 막상 풋풋한 감성을 표현하려고 하니 쉽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 고아라 기자

▲ 박민정은 "대본을 받고 그때의 감성이 머리로는 너무 잘 이해가 됐는데 막상 풋풋한 감성을 표현하려고 하니 쉽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 고아라 기자



극 중 화영과 경찬처럼 학창시절에 이성에게 고백을 해보거나 받아본 적이 있나요?
 
박: 저도 화영이처럼 운동을 했었는데요. 중학교 다닐 때까지 육상부 선수였어요. 그 당시 저를 좋아하던 육상부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다른 친구를 시켜서 저한테 뭘 전해주기도 하고 괜히 와서 장난치고 괴롭히고 그랬어요. 당시에는 ‘쟤 왜 저러지?’ 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나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구나’를 알게 됐죠. 그 애가 제 첫사랑인데 저는 뒤늦게 좋아하게 됐어요.
 
홍: 고백하려고 엄청 많이 노력했었죠. 감성적으로 편지를 써서 주려고 글씨 연습도 하고, 친한 형들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기도 했었어요. 중3 때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형들이 슈퍼에서 병 사이다를 사서 고백할 장소에 가져다 놓으라고 하는 거예요. 삐삐를 쳐서 좋아하는 애를 불러내고 그 장소에 같이 딱 갔죠. 병을 잡아서 벽에 확 던졌더니 산산조각이 나면서 깨지잖아요. 그때 이렇게 말했어요. ‘저 병은 깨지지만 널 향한 내 마음은 깨지지 않아’(웃음) 그렇게 하면 나름 멋있고 남자다워 보일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저는 그런 소년이었어요. 저희 때는 그렇게 편지 써서 주고받고, 노래방 가서 같이 놀고 그러던 게 일상이었어요.
 
박: 맞아요. 저는 전보도 받아봤어요. 편지 대신 빠르게 보내주는 건데, 얼마 전에 편지를 정리하다가 저를 첫사랑으로 생각하는 오빠가 보내준 전보를 발견했어요. 그걸 보고 ‘맞아 이런 것도 있었지’ 하면서 세상이 참 빨리 변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홍: 저희가 학교 다닐 때는 집에 전화하는 거나 삐삐 치는 거 말고는 연락할 수 있는 매체가 한정적이었어요. 편지 써서 보내는 것도 그 중 하나였죠. 지금 ‘유도소년’에 나오는 이런 장면들을 보시고 몇몇 관객 분들은 오그라든다고도 말씀하시지만, 사실 저희는 옛날에 다 겪어봤던 일들이기 때문에 전혀 오그라들지 않아요.
 
▲ 연극 ‘유도소년(연출 이재준)’ 공연 장면 중 경찬(왼쪽, 홍우진 분)이 화영(박민정 분)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쑥쓰러워하고 있다.(뉴스컬처)     © 양승희 기자

▲ 연극 ‘유도소년(연출 이재준)’ 공연 장면 중 경찬(왼쪽, 홍우진 분)이 화영(박민정 분)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쑥쓰러워하고 있다.(뉴스컬처)     © 양승희 기자



‘유도소년’은 청춘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요?
 
홍: 사실 저는 ‘유도소년’을 시작할 때 딜레마에 빠져 있었어요. 연습 당시 공연 2개를 같이 하고 있었는데, 아침에는 유도하러 가고 낮에는 ‘유도소년’ 연습에 가고 밤에는 공연을 하러 갔거든요. 쉬는 날이 하루도 없으니까 계속 깎여 내려가기만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른 배우들은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내면서 신나게 연습하는데, 저는 머리가 멍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개막 전날 리허설을 2번 했는데, 첫 번째 리허설 때 몸이 확 꺾이면서 목을 크게 다쳤어요. 웬만큼 아파서는 티를 잘 안 내는데 그때는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를 정도였어요. 그때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왜 이렇게 힘든 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밀려들더라고요.
 
그렇게 두 번째 리허설을 하는데, ‘아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했어요. ‘그냥 우리끼리 재밌게 하면 되지’라는 마음을 먹고 연기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되게 즐거웠어요. 제가 ‘유도소년’을 하면서 얻은 중요 포인트가 바로 즐겁게 하는 거였어요.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즐기려고 유도를 하는 선배의 모습을 봤다”는 극 중 요셉의 대사를 계속 듣기만 했는데, 그때 리허설을 하면서 의미를 확 깨닫게 된거죠. 관객분들도 그 부분을 많이 가져가시는 것 같아요. ‘지금 나의 위치에서 하고 싶은 것을 즐기고 있는가’에 대한 깨달음이요. 친분이 있는 김태형 연출도 공연을 보고 간 날, “나도 연극을 언제 즐겁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면서 “완전 재밌다더니 완전 슬프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박: 이 공연을 동생한테 제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동생은 그야말로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간 친구거든요. 졸업한 다음에 무얼 하고 싶은지 물어도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는데, 제 입장에서는 좀 안타깝더라고요. 제 동생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잖아요. 인생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건데, 바쁘게 살다 보니 그런 부분을 많이 잊고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유도소년’에 그런 점을 일깨워 주는 좋은 대사들이 참 많아요. 저도 어릴 때 재밌어서 연극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즐겁게 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공연하면서 저 자신도 그 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 홍우진은 "30대 초반까지 재능과 운을 믿고 연기했지만, 연극 '나와 할아버지'를 하면서 앞으로는 지식과 노력 없이는 안 되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 고아라 기자

▲ 홍우진은 "30대 초반까지 재능과 운을 믿고 연기했지만, 연극 '나와 할아버지'를 하면서 앞으로는 지식과 노력 없이는 안 되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 고아라 기자



‘유도소년’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10주년 기념작입니다. 두 분 모두 ‘간다’의 식구인 만큼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홍: 창단 멤버니까 ‘간다’ 좀 잘 소개해봐.
 
박: (웃음) 처음부터 극단을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학교에서 워크숍 발표를 하는데, 지원금을 준다고 연극을 만들어보라고 했거든요. 그때 나온 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였어요. 학생들끼리 모여서 만든 거였는데, 당시에 ‘어떻게 이런 작품이 존재하지’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정말 좋은 작품이 나왔어요. 외부에서도 잘 봐주신 덕분에 밖에서도 공연을 하게 되고, 이후에 여기저기서 불러주시는 데가 많으니까 ‘극단 하나 낼까’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거죠.
 
술집에서 맥주 한 잔씩 하면서 이름을 짓는데, 공연 만들어서 지방 다니면서 맛있는 거 먹고 여행 다니면서 놀자, 그러려면 무대도 간단해야 하고 지방도 자주 가야 하니까 ‘밥만 먹여주면 지방 어디든 간다’라고 해서 간다가 된거죠. 이후에 간략할 간(簡)자에 많을 다(多)자를 붙였는데, 정말 이름처럼 되고 있어요. 그런데 벌써 10년이나 됐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장난치고 게임하면서 어린 애들처럼 놀거든요. 저희는 말 그대로 가족이에요. 같이 있으면 편하고 마음도 잘 맞고. 어디를 가도 이런 사람들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아요. 
 
홍: 농담으로 ‘나는 학연으로 살아간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정말 그래요. 극단에는 작년에 들어왔지만 그전부터 맨날 (민)준호 형네 집에 가고, 일 없으면 연습실 가서 같이 놀고 그랬어요. 극단 사람들은 아무 때나 연락해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가족들이죠. 얼마 전에 오용 선배가 동탄에 있는 땅콩주택으로 이사를 하셨는데 다같이 놀러갔어요. 땅콩주택이 여러 개 모여서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었는데, 앞집이랑 가까워서 문도 그냥 열어 놓고 이웃끼리 왔다 갔다 하면서 살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나중에 나이 들어서 우리도 이렇게 살면 되게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 홍우진(왼쪽)과 박민정은 "극단 간다 사람들은 서로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아라 기자

▲ 홍우진(왼쪽)과 박민정은 "극단 간다 사람들은 서로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아라 기자



공연이 2주 연장됐습니다. 앞으로의 각오와 아직 ‘유도소년’을 보러 오지 않은 관객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홍: 간다’의 작품은 기존의 힘주고 고뇌하는 연극에서 벗어나서, 소소하지만 일상에서 지나쳤던 것에서 감동을 찾을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관객분들도 그런 점에 매력을 느껴주시는 것 같고요. ‘유도소년’ 역시 소소하지만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공연이에요. 앞으로 연장공연은 솔직히 지금보다 더 열심히는 못 하겠어요.(웃음) 그냥 더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치면 원래 보여드리던 만큼 못 보여드리는 게 있으니까요. 몸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박: ‘유도소년’은 배우들이 몸으로 이야기하는 연극이에요. 그 어느 공연보다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같이 무대에 서 있는 저도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난 적도 많아요. ‘배우들이 정말 죽을 만큼 연기하고 있구나’ 하는 게 너무 느껴지니까요. 매회 커튼콜 할 때마다 진심으로 정말 수고했다고 서로에게 외치면서 하고 있어요. 원래 지인들한테 공연 홍보를 잘 안 하는데, ‘유도소년’은 누구한테나 잘 맞는 작품이라서 꼭 보러 오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녀요. 재밌는 요소도 많고, 옛 추억도 느끼실 수 있고요, 무엇보다 넘치는 에너지를 듬뿍 받아가실 수 있을 거예요.
 
 
[프로필]
이름: 홍우진
생년월일: 1980년 10월 19일
직업: 배우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 학사
출연작: 연극 ‘상자 속, 한 여름 밤의 꿈’, ‘쉬어 매드니스’, ‘하이라이프’, ‘레슬링 시즌’, ‘그 다음역’, ‘모범생들’,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와 함께라면’, ‘나쁜자석’, ‘트루웨스트’, ‘나와 할아버지’, ‘퍼즐’, ‘필로우맨’, ‘올모스트 메인’, ‘유도소년’ 외. / 뮤지컬 ‘어쌔신’, ‘인당수 사랑가’, ‘아가사’ 외. 
 
[프로필]
이름: 박민정
생년월일: 1982년 3월 12일
직업: 배우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 석사
수상: 밀양예술축제 여자연기상(2005)
출연작: 연극 ‘홍동지놀이’,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레인맨’, ‘너와 함께라면’,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 ‘극적인 하룻밤’, ‘웨딩 스캔들’, ‘퍼즐’, ‘올모스트 메인’, ‘날 보러와요’, ‘유도소년’ 외. /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젊음의 행진’, ‘점점’, ‘B 프렌드’ 외. / 영화 ‘후궁, 제왕의 첩’, ‘러시안 소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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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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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musical@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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