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리뷰] 막막한 현실 속 기대하는 한 줄기 빛… 연극 ‘햇빛샤워’

최종수정2018.09.25 13:32 기사입력2015.07.14 05:55

글꼴설정

소소한 이야기에서 삶의 성찰 이끌어내

▲ 연극 ‘햇빛샤워(연출 장우재)’ 공연 장면 중 사람들이 싱크홀 주위에 불안한 모습으로 서 있다.(뉴스컬처)     © 이혜윤 기자

▲ 연극 ‘햇빛샤워(연출 장우재)’ 공연 장면 중 사람들이 싱크홀 주위에 불안한 모습으로 서 있다.(뉴스컬처)     © 이혜윤 기자



“추락 주의! 싱크홀입니다.” 경고판을 읽은 사람들이 불안한 듯 주위를 지나간다. 지반이 푹 꺼지는 싱크홀(sink hole)처럼 두 남녀의 일상도 함께 무너지기 시작한다. 연극 ‘햇빛샤워(연출 장우재)’는 19세 순진한 청년 동교와 그의 집 반지하 방에 세 들어 사는 20대 후반의 백화점 직원 광자를 통해 가난한 자들의 모습을 덤덤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욕망에 충실한 광자는 이름을 바꾸는 데 돈이 모자라서, 또 매니저로 승진하기 위해 남자들에게 서슴없이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자신을 도와준 사람도 배신하는 ‘악’에 가까운 인물이다.
 
반면 연탄집 양아들 동교는 지나치게 ‘선’하다. 똑똑하지도 않고 자기 것 챙길 줄도 모르지만 신념이 강한 인물이다. 동교는 가난한 달동네 이웃들에게 계속 연탄을 나눠주면서 “나에게 잘 해주는가와 관계없이 가난한 자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면서 ‘관계없이 나누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동교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구청에서는 연탄나눔 사업을 추진하고, 동교를 사업의 위원으로 추대하려 한다. 동교가 원하던 나눔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잇는 듯 보인다. 광자 역시 자신이 원하던 대로 ‘아영’으로 이름을 바꾸고 매니저로 승진까지 한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험난하고 잔인했다. 동교의 양부모는 동교 대신 위원 자리를 탐하고, 주변 사람들도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동교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돌아가는 상황과 변해버린 주변 사람들로 인해 혼란스러움을 느낀 동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동교의 죽음에 영향을 받은 광자 역시 자신을 저버린다.
 
“가난은 네가 아니라 네 옆 사람이 불편한 거야”라는 광자, “가난은 뜯어진 팔꿈치가 아니라 그게 신경 쓰이는 마음”이라는 동교의 대사처럼 두 사람은 가난에 대한 생각도, 바라는 것도 다르다. 그러나 ‘고아’와 ‘가난’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 연극 ‘햇빛샤워(연출 장우재)’ 공연 장면 중 광자(김정민 분)가 햇빛샤워를 하고 있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 연극 ‘햇빛샤워(연출 장우재)’ 공연 장면 중 광자(김정민 분)가 햇빛샤워를 하고 있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작품은 희망의 한 줄기 빛을 내비친다. 광자가 햇볕을 쬐는 ‘햇빛샤워’ 장면에서 상징은 두드러진다. 비타민 D가 부족해 골연화증을 앓는 광자는 자신의 반지하방 에서 겨우 들어오는 햇빛을 손으로 받아 정성스레 몸에 바른다. 그에게 있어 햇빛은 치료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무대 중앙에 있는 싱크홀은 검은 아우라를 뿜어내며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의 붕괴와 광자의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한다. “무대는 이야기와 배우, 이 두 가지로 충분히 가득 찰 수 있다고 본다”라는 장우재 연출의 말처럼, 원형 무대를 구석구석 누비는 배우들의 모습은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도 관객들의 집중을 이끌어낸다.
 
지난해 8월 ‘남산희곡페스티벌, 네 번째’ 낭독공연으로 처음 소개된 ‘햇빛샤워’는 이후 1년 가까이 수정과 보완을 거쳐 남산예술센터 2015 시즌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 낭독공연 이후 업그레이드된 작품에는 직장 동료, 이웃집 할머니 등 광자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 장면이 새로 삽입됐다. 광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각자 기억하는 대로 내뱉은 사람들의 말을 통해 광자와 동교의 관계를 둘러싼 입장,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과거의 파편들이 효과적으로 현재를 드러낸다.
 
광자 역에는 배우 김정민이, 동교 역에는 이기현이 무대에 선다. 특히 거칠지만 때때로 순수한 광자를 표현한 김정민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다만 동교의 죽음이 그의 양부모 때문이라는 생각에 식칼을 들이미는 장면에서 제대로 분출하지 못한 듯한 감정 연기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연극 ‘여기가 집이다’ ‘환도열차’ ‘미국아버지’ 등으로 이름을 알린 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의 신작 ‘햇빛샤워’는 오는 7월 26일까지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햇빛샤워’
작/연출: 장우재 
공연기간: 2015년 7월 9일 ~ 7월 26일 
공연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출연진: 김정민, 이기현, 정은경, 김동곤, 박무영, 강진휘, 김선혜, 김동규, 이동혁, 강선애, 심원석, 전영서, 허균 
관람료: 전석 3만원, 학생 1만 8천원
 
(뉴스컬처=이혜윤 기자)
대한민국 No.1 문화신문 [뉴스컬처]
[네이버 뉴스스탠드] [모바일] [페이스북] [트위터]
이혜윤 기자 yoon@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나만의 골드넘버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