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암살’ 최동훈 감독 “애국심 자극? 오히려 감추려 했다”

[인터뷰] ‘암살’ 최동훈 감독 “애국심 자극? 오히려 감추려 했다”

최종수정2018.09.25 12:15 기사입력2015.07.30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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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감독의 이유 있는 변신

▲ 영화 '암살'의 최동훈 감독을 서울 이화동 케이퍼 필름 사무실에서 만났다.(뉴스컬처)     © 이슬기 기자

▲ 영화 '암살'의 최동훈 감독을 서울 이화동 케이퍼 필름 사무실에서 만났다.(뉴스컬처)     © 이슬기 기자


  
4전 4승. 최동훈 감독의 전적이다. ‘범죄의 재구성(2004)’으로 데뷔한 이후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흥행불패 신화를 쓰고 있다. 그런 그가 또 한 번 일을 냈다. 지난 22일 개봉한 신작 ‘암살’은 올 한화 최고 예매율, 오프닝 스코어, 개봉 7일 만에 400만 돌파까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180억이라는 거대 제작비 투자로 내심 초조했던 최 감독은 이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담감마저도 관객들의 관심과 기대로 승화시키는 ‘암살’의 최동훈 감독을 만났다.
 
일제강점기의 상처를 매만지는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은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두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원, 독립군 그리고 그들을 쫓는 청부 살인업자의 뒤엉킨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변절자와 방관자, 신념에 목숨 거는 자 등 일제시대를 버텨낸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스크린에 옮겨왔다.
 
‘암살’은 최 감독이 9년 동안 품어왔던 작품이기도 하다. 막연히 독립군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지만, 뜬구름 잡기에 연속이었다. 최 감독은 좋은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묵혀둘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암살’은 긴 기다림과 인내 끝에 탄생했다.
 
“2012년 도둑들’이 마무리 되고 이제는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 써놨던 ‘암살’ 시나리오는 폐기하고, 그때부터 새로 쓰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나리오 작업만 꼬박 1년 반 걸렸네요.”
 
최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전 철저한 고증을 위해 역사 공부에 매진했다. 앞서 배우 전지현이 밝힌 그의 역사적 지식은 “학창시절 최동훈 감독 같은 역사 선생님이 있었으면, 100점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하고 나서는 역사 공부를 뒷전으로 미뤘다.
 
“역사적 지식이 오히려 영화적 상상력에 방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책보다는 사진들을 보면서 ‘이 인물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죠. 그 결과 만들어진 인물이 안옥윤(전지현 분)이에요.”
 
수탈의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내는 안옥윤은 최동훈 감독의 판타지였다. 최 감독은 모진 풍파를 올곧은 신념 하나로 밀고 나가는 여인, 안옥윤과 같은 인물이 실재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캐릭터를 빚었다. 여기에 나라에 목숨 건 독립투사들도 일상의 행복을 바라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안옥윤 위에 보탰다.
 
“김구 선생님의 책을 보면 궁핍한 상황들이 계속 나와요. 돈이 없어 전당포에 이불을 맡기러 가는 이야기가 여러 번 등장하죠. 그 모습을 보면서 그들도 행복해지기를 꿈꾸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도 하고 마음껏 풍족하게 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그런 마음을 작품 안에 담았죠.”
 
▲ 최동훈 감독은 "배우들을 잘 만난 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 최동훈 감독은 "배우들을 잘 만난 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최 감독의 정성이 깃든 캐릭터들은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등 충무로 스타들을 만나 한결 더 풍성해졌다. “배우가 캐릭터의 색깔을 입히기 때문에 캐스팅이 정말 중요해요. 전지현 씨는 여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예쁘게 보이려 애쓰지 않고, 안옥윤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거의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오잖아요.(웃음) 또 이정재 씨는 촬영 첫날 완벽하게 몰입된 상태로 오셔서 압도당했죠.”
 
통통 튀기는 캐릭터들의 향연은 최 감독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주특기를 발휘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캐릭터에 먹먹한 여운까지 더 하며 진화했다. 그렇다고 오그라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상 관객들에게 감정을 대놓고 호소하지는 않는다. 그 당시 시대상과 캐릭터에 충실했을 뿐이다.
 
“주제나 메시지는 많이 감추는 편이 좋은 것 같아요. 애국심도 관객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그저 캐릭터와 상황 설정에 맞게, 그 당시의 삶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을 뿐이에요. 오히려 감춘 편이죠. 슬픈 상황에서도 안옥윤이 울지 않는 것 역시 캐릭터의 성격이 그렇기 때문이에요.”
 
‘암살’은 이전 작과 달리 묵직한 메시지를 품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호흡 또한 달라졌다. 최 감독의 전작들은 평균 140여 분의 러닝타임으로 긴 편에 속하지만, 빠른 전개로 지루함을 주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이번 ‘암살’은 예외다.
 
“호흡을 느리게 가고 싶었어요. ‘암살’ 속 작전을 ‘도둑들’처럼 후다닥 끝내고 싶지 않았어요. 심혈을 다해 작전을 준비하고, 펼치는 모습을 천천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인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서 말이죠. ‘도둑들’ 같은 영화는 ‘도둑들2’를 찍으면 되지 않을까요?(웃음)”
 
‘암살’ 개봉 후 빡빡한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최동훈 감독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내 일정이 끝나면 그 다음은 중국 프로모션이다. ‘암살’이 북미, 홍콩, 중국 등 주요 15개국에 판매됐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의 해외 판매는 특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괜스레 제 마음이 울컥하네요. 외국인들이 ‘암살’을 본다면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프로필]
이름: 최동훈
생년월일: 1971년 2월 24일
학력: 서강대학교 국문학 학사
데뷔: 2004년 영화 ‘범죄의 재구성’ 연출
수상: 2004년 제3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신인감독상, 2004년 제25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2004년 제41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 2007년 백상예술대상 영화 대상, 2012년 제32회 하와이국제영호제 비전 인 필름 어워드 외.
연출작: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암살(2015)’.
 
(뉴스컬처=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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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슬 기자 dew@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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