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쿠우스’ 김윤호 “무대 위에 쏟아내는 카타르시스, 관객에게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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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쿠우스’ 김윤호 “무대 위에 쏟아내는 카타르시스, 관객에게 전하고 싶어요”

최종수정2018.09.24 21:31 기사입력2015.12.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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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런 스트랑 역으로 무대 오르는 신예

▲ 연극 ‘에쿠우스(연출 이한승)’에서 알런 스트랑 역을 맡은 배우 김윤호를 서울 대학로 수현재 씨어터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 연극 ‘에쿠우스(연출 이한승)’에서 알런 스트랑 역을 맡은 배우 김윤호를 서울 대학로 수현재 씨어터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남자 배우라면 한 번쯤 꿈꾸는 역할이죠.”
 
첫 공연을 올리기 전 만난 배우 김윤호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최고의 희곡작가로 불리우는 피터 셰퍼의 작품이자, 40여 년간 변치 않는 사랑을 받아온 극의 주인공.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거쳐 간 길에 함께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감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일었지만 그보다 먼저 자리한 건 ‘모두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다’ 는 강한 포부였다.
 
김윤호는 지난 4월 ‘에쿠우스(연출 이한승)’ 오디션 최종 심사까지 올랐다. 결과적으로 그에게 기회는 닿지 않았지만, 꼭 하고 싶은 작품이었기에 많은 준비를 했던 기억이 있다. 연습실을 잡아 혼자 연습도 하고, 대본을 닳도록 읽고 또 읽었다. 그런 노력이 빛을 본 것일까. 앙코르 공연이 올라간다는 소식과 함께 드디어 알런 스트랑의 옷을 입게 됐다.
 
처음부터 부담감을 지울 수 없었다. 워낙 큰 작품이기에 어깨가 무거웠던 탓이다. 하지만 공연이 가까워질수록 그는 “이제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라며 스스로 용기를 북돋웠다. 자신을 믿고 이끌어준 이한승 연출과 선배, 동료들에 대한 신뢰와 감사도 용기를 나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처음 ‘에쿠우스’를 하게 된다고 결정됐을 때는 ‘좋다’는 느낌보다는 ‘어리둥절’이라는 단어가 더 맞았던 거 같아요. 내가 정말 알런을 하는 건가 싶었거든요. 연습실 나올 때도 선생님들이랑 같이 작업을 하고, 이 공연의 팀원이라는 거 자체가 얼떨떨했어요. 저를 지지해주시고 이끌어주신 만큼 실망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 믿음을 관객들에게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 연극 ‘에쿠우스(연출 이한승)’ 공연 장면 중 알런 스트랑(김윤호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 연극 ‘에쿠우스(연출 이한승)’ 공연 장면 중 알런 스트랑(김윤호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에쿠우스’는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신, 인간, 섹스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치밀하고 탄탄하게 그려낸 극으로, 전 세계 곳곳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1975년 실험극장 운니동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올렸다. 이후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조재현 등 연기파 배우들이 거쳐 가며 매 공연마다 높은 관심과 주목을 받아왔다.
 
워낙 탄탄한 플롯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에 김윤호는 무엇보다 ‘대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공연을 준비했다. 언제 어느 때나 틈만 나면 대본을 읽었고 그 안에 있는 알런 스트랑이라는 소년을 찾아가려 노력했다. 그는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져서 쉽지는 않았다”며 “다이사트 대사 속에서 알런을 찾으려 노력했고, 알런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내면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작품을 지휘하는 이한승 대표님과 앞서 공연했던 (조)재현 선배님, (류)덕환 선배님, (서)영주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알런은 어떤 사람일까. 김윤호는 “알런을 떠올릴 때면 두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입을 열었다. 허공에 있는 동아줄을 잡고 있는 소년의 모습과 조금이라도 충격을 가하면 깨질 것 같은 유리병 속에 앉아 있는 소년의 모습. 그는 “알런은 세상이 커지는 만큼 같이 커지지 못하고, 제 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작아지는 느낌”이라며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 했다. 단지 겁이 많은 아이. 사회에 대한 공포로 밖이 아닌 안으로 도망을 치는 느낌이 있는 불안한 아이”라고 설명했다.
 
김윤호는 알런과 가까워지기 위해 계속해서 인물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본을 읽으면서 그의 행동과 선택에 의문을 제시하고 내면의 대화를 이끈 것이다. 말의 눈을 찌른 행위에 대해서도 그는 “알런 나름의 도전이고 반항이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이야기했다. “알런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그만의 일탈이라는 생각도 해요. 알런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많이 고민했거든요. 일반적인 인물이 아니라 해도 어렵게 다가가기 보다는 쉽게 다가가자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알런이 느꼈을 감정들을 떠올리고 공감하려고 노력했어요.”
 
▲ 김윤호는 “예전부터 선생님들과 작업해보고 싶었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니 무서웠다”며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이끌어주셔서 감사했다. 말을 연기하는 코러스 형, 동생들도 2회 공연이 있음에도 나서서 연습을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전했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 김윤호는 “예전부터 선생님들과 작업해보고 싶었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니 무서웠다”며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이끌어주셔서 감사했다. 말을 연기하는 코러스 형, 동생들도 2회 공연이 있음에도 나서서 연습을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전했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김윤호는 “계속 연기를 하고 나이가 들어도 첫 연극이 ‘에쿠우스’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 되리란 걸 잘 알기 때문에, 시작을 잘 해내고 싶은 소망과 사명감이 있다”며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알런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알런은 사회가 말하는 것들을 고발하는 하나의 메시지일 수도 있어요. 이 인물을 통해서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정열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옷을 벗고 나서는 장면도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피터 셰퍼는 분명히 이유를 갖고 그 장면을 썼을 거예요. 옷에도 지위가 있고 계급이 있죠. 사회가 만든 산물이고. 그래서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걸 다 버리고 나선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 그때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알런이 순수하면서 자기 세계 안에서는 정말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지도. 그러기 위해서는 이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잘 표현해야겠죠.(웃음) 기존에 워낙 훌륭한 선배님들이 거쳐 가셨잖아요. 누가 되지 않으면서 김윤호의 알런을 보여줄 수 있길 바라요. 제가 순간순간 무대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관객들이 받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온 에너지를 다 쏟아내서 희열감을 선물하고 싶어요.”
 
▲ 김윤호는 같은 역의 류덕환, 서영주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각자 색이 다른 건 당연하지만 옆에서 봐주는 게 큰 힘이 됐다. 덕환이 형은 항상 내게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준다. 영주는 모니터를 많이 해주는 편. 가끔은 형 같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 김윤호는 같은 역의 류덕환, 서영주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각자 색이 다른 건 당연하지만 옆에서 봐주는 게 큰 힘이 됐다. 덕환이 형은 항상 내게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준다. 영주는 모니터를 많이 해주는 편. 가끔은 형 같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김윤호가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였다. 우연히 뮤지컬 ‘그리스’를 보고 단 번에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학창시절 장기자랑을 할 때도 앞에 나서는 친구들을 부러워만 했던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한 번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멈추지 않았다.
 
“친구들은 지금도 신기해해요.(웃음) ‘왜 연기를 계속할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동시에 안에서는 욕망이 끓고 있거든요. 항상 어떤 일을 할 때 용기를 잘 내는 스타일이 아닌데 무대에서만큼은 달랐어요. 제 마음대로 모든 걸 다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것 같아요. 매번 긴장되고 떨리지만 그게 너무 기분 좋아요.
 
열아홉 살 때 입시 시험을 보러 다니면서 대학로에 처음 왔어요. 이렇게 극장이 많은 동네가 있다니 문화 충격이었죠.(웃음) 여기서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이렇게 오게 됐네요. 작은 이상을 실현한 거죠.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 행복해요.”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연기가 더욱 좋아졌다. 그는 “작품 3일 올리고 부둥켜안고 울고 하던 게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정말 열정이 불타올랐던 시기였다”며 “배우와 연기에 대한 개똥철학을 나누며 뜨거웠던 시절이다. 무엇보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작업이라는 거.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재산인지를 알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윤호는 “지금은 배우로서 큰 이상보다는 꾸준히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연기할 수 있고, 무대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시간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뜻이었다. “지금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길에 있다고 생각해요. 서두르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충실하게, 이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돌려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프로필]  
이름: 김윤호
직업: 배우
생년월일: 1989년 3월 16일
학력: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출연작: 뮤지컬 ‘바람의 나라’, ‘뿌리 깊은 나무’/ 연극 ‘에쿠우스’ / 영화 ‘거인’, ‘강남 1970’ 외.
 
(뉴스컬처=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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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is@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