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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광자와 싱크홀…그리고 연극 ‘햇빛샤워’

최종수정2018.09.24 07:46 기사입력2016.05.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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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삶 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

▲ 연극 '햇빛샤워(연출 장우재)' 공연모습. (뉴스컬처)     ©사진=남산예술센터

▲ 연극 '햇빛샤워(연출 장우재)' 공연모습. (뉴스컬처)     ©사진=남산예술센터



세상에 공짜는 없다. 는 말은 현대사회에 있어 거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세상에 정말 공짜는 없을까. 곰곰이 되씹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물, 불, 바람, 공기, 그리고 햇빛. 장우재 연출은 이 중 ‘햇빛’을 택했다. 어느 곳에 나가더라도 대가없이 받을 수 있는 ‘빛’은 어쩌면 연극 ‘햇빛샤워’의 출발이다.

지난 해 초연을 선보인 후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연극 ‘햇빛샤워’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내부적으로는 지난 해 초연에서 채워지지 않은 여러 의미를 좀 더 탄탄히 다지고 고민한 듯 했다.

작품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관계와 기회를 이용해 백화점 매니저로 승진하길 원하는 광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녀와 정 반대의 지점에 서있는 동교가 등장한다. 동교는 그 어떤 관계도 이용하지 않는, 마치 햇빛처럼 사방에 빛을 건네주길 원하는 존재다. 관계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오히려 관계라는 이해관계를 굴레처럼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극의 시작은 이름을 바꾸길 원하는 광자의 ‘원함’에서 출발한다. 700만원이라는 거금을 건네서라도 자신의 이름을 반드시 바꾸길 원하는 그녀다. ‘버릴 거면 그냥 버릴 것이지 ’광자‘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버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자신을 돌보지도 않을 거면서, 그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름을 지어주고 떠났다는 것에 대한 자조 섞인 원망이자 한탄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일찍 버림받았기에, 햇빛처럼 조건 없이 사랑 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맺어보지 못한 그녀에게 모든 관계는 철저한 이해가 맞물리는 계산이다. 그 관계를 이용해야만 자신이 앞으로, 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광자는 회사 상사와 몸을 섞고 자신의 이름을 바꿔줄 남자와도 몸을 섞는다. 상사와 몸을 섞는 이유는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고, 이름 바꿔줄 남자와 몸을 섞는 이유는 비용을 깎기 위해서다. 결국 비용이 문제다. 비용은 곧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에, 그녀에게 비용은 곧 삶인 셈이다. 광자는 ‘살아남기 위해’ 세상과 ‘관계’ 하는 것이다.

작가는 광자의 맞은편에 동교라는 인물을 설정함으로써 밀려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교 역시 광자와 같은 고아지만 그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양부모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삶이 과연 더 행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새로운 부모와 관계함으로써, 동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삶을 이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듯 같은 두 사람을 극단에 배치시켰지만 작가는 둘의 결말을 같게 만들었다. 죽음이다. ‘스스로 죽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 모두 자살이다. 하지만 한 사람은 의도한 죽음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의도치 않은 죽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 이라는 결말로 맺어진다는 게 이들이 맞닥뜨린 또 하나의 비극인 셈이다.

광자. ‘빛을 품은 사람’과 ‘미친 사람’이라는 의미를 모두 품고 있다는 점에서 묘한 아이러니를 준다. 조건 없이 빛을 주는 햇빛 같은 사람은 이 시대에 미친 사람처럼 취급받는다는, 작가의 목소리가 담긴 듯하다.

곳곳에 은유와 대유가 많은 작품이다. ‘광자’라는 이름부터 ‘햇빛샤워’라는 제목까지. 싱크홀 안에 들어있는 광자의 집, 광자의 집처럼 보이는 싱크홀 등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생각이 다양한 오브제와 만나며 여러 상징을 이룬다.

‘환도열차’에서 지순 역을 맡은 김정민 배우가 이번 작품에서 광자로 분했다. 두 작품을 모두 본 관객이라면, 마치 지순을 광자처럼, 광자를 지순처럼 연기한 그녀의 묘한 줄타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배우의 뻔하지 않은 접근이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공연은 오는 6월 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햇빛샤워’
작·연출: 장우재
공연기간: 2016년 5월 17일부터 6월 5일까지
공연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출연: 김정민, 이기현, 최윤철, 김중기, 정은경, 김동곤, 이정은, 김선혜, 조판수, 김동규, 강선애, 이동혁, 황설하, 전영서
관람료: 전석 3만원, 학생 1만8천원
 
(뉴스컬처=황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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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기자 hwangje5@gmail.com<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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