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피를 만드는 공장이 멈춰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연극 ‘재생불량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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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피를 만드는 공장이 멈춰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연극 ‘재생불량소년’

최종수정2018.09.23 09:19 기사입력2016.12.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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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불량성빈혈에 걸린 권투선수, 탁월한 감동과 재미의 균형으로

▲ 연극 '재생불량소년(연출 김수희)' 공연 사진.(뉴스컬처)     ©사진=프랜드

▲ 연극 '재생불량소년(연출 김수희)' 공연 사진.(뉴스컬처)     ©사진=프랜드


 
피를 만들어내는 공장이 멈춰버렸다. 원인도 불분명하고 혈구 수치가 올라가기 전까지는 무균실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게다가 그런 상황에 처해버린 사람이 피를 흘릴 수밖에 없는 권투선수라니. 공장처럼 삶도 멈춰버린 듯하다. 하지만 여기 이 청년은 다시 링 위에 오르려 한다. 연극 ‘재생불량소년(연출 김수희)’은 재생 불가능한 삶은 없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따뜻한 연말을 꾸민다.
 
연극과 뮤지컬로 사랑을 받았던 ‘바람직한 청소년’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선보이는 작품이다. 강승구 프로듀서는 20살 무렵 재생불량성빈혈을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극을 준비했다.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가 전체적으로 낮아져 피를 만들지 못하는 병이다. 본 공연에 앞서 그는 ‘재생불량소년’이라는 제목에 대해 “재생불량이라는 생소한 말이 흥미롭고 불량소년에 대한 의미도 담았다”며 “재생 불량이 재생 불가능은 아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밝힌 바 있다.
 
주인공 반석은 아무런 꿈도 없이 살던 청소년이었다. 약한 친구를 괴롭히고 돈을 빼앗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10년 동안 권투를 해온 한 친구의 제안으로 권투를 시작하게 되고, 새로운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국가대표 유망주로 떠오르던 것도 잠시 재생불량성빈혈이라는 진단을 받고 병원에 꼼짝없이 갇혀 버린다.
 
병원의 사정으로 반석은 혈액암을 앓고 있는 여대생 이경우와 함께 방을 쓴다. 싸움으로 가득한 첫 만남이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지만, 둘은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간다. 병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의기투합하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던 무균실에도 사랑이 피어난다.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 속에서 절망과 굳은 의지를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 연극 '재생불량소년(연출 김수희)' 공연 사진.(뉴스컬처)     ©사진=프랜드

▲ 연극 '재생불량소년(연출 김수희)' 공연 사진.(뉴스컬처)     ©사진=프랜드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와 감동이 절묘한 균형으로 관객 앞에 선다는 점이다. 반석은 자신과 경기 중 죽은 친구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갑작스러운 병은 괴로워하던 그에게 또 다른 시작점이 된다. 친구의 죽음, 끝이 보이지 않는 투병 생활 등으로 힘들어하는 반석의 아픔이 묵직하게 그려지지만, 쓰러지고 포기하기보다 한 번 더 일어나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에너지도 만만치 않게 다가왔다. 아울러 극은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고 품어 객석의 마음을 더 활짝 열었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도 시선을 끌었다. 원 캐스트로 주인공 반석 역을 소화할 예정이었던 배우 오인하가 개막 직전 부상으로 인해 하차를 결정하면서, 배우 김민하가 반석 역에 급하게 투입됐다. 하지만 김민하는 부족했을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진한 감정과 매끄러운 톤으로 걱정을 불식시켰다. 경우 역의 강해진, 친구 승민 역에 변효준도 호연으로 몰입을 도왔다. 멀티 역의 안창환은 다양한 역을 소화하면서 극의 유머를 주로 담당, 객석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전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재미와 의미만큼은 양손에 꽉 쥐고 있기에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보다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작은 실망이 있겠지만, 웃음이 어우러진 메시지가 주는 잔잔한 여운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와도 희망은 결국 찾는 자의 곁에 머문다. 오는 25일까지 서울 CJ아지트 대학로.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재생불량소년’
연출: 김수희
공연기간: 2016년 12월 13일 ~ 12월 25일
공연장소: CJ아지트 대학로
출연진: 김민하, 강해진, 변효준, 안창환.
관람료: 전석 2만원

(뉴스컬처=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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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is@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