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봇들의 일상, 따뜻하고 촉촉하게 마음 위로 내려앉다…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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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로봇들의 일상, 따뜻하고 촉촉하게 마음 위로 내려앉다…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최종수정2018.09.23 08:00 기사입력2017.01.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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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후반 배경, 아날로그 감성 한가득 머금어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 공연장면 중 클레어(왼쪽 전미도 분)와 올리버(김재범 분)가 함께 우산을 쓰는 상상을 하고 있다.(뉴스     ©박남희 기자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 공연장면 중 클레어(왼쪽 전미도 분)와 올리버(김재범 분)가 함께 우산을 쓰는 상상을 하고 있다.(뉴스     ©박남희 기자


 
다가올 미래는 로봇과의 공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완전히 새로운 패러디임을 가지고 올 것이라 예측된다. 이미 인간의 삶 속으로 파고든 다양한 공학 기술들, 사람들은 로봇으로 인해 편리함과 경제적 효과 등을 얻으면서 기술에 더 빨리, 더 자주,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인 21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은 인간과 동일한 구조의 신체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이른바 ‘헬퍼봇’들이 구형이 되어 버려지고 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평생 사람을 돕다가 쓸모를 다해 서울의 어느 낡은 아파트에 방치된 헬퍼봇5 ‘올리버’와 헬퍼봇6 ‘클레어’는 어느 날 마주한 뒤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고, 끝내는 ‘사랑’이라는 인간 고유의 감정까지 갖기에 이른다.
 
로봇을 소재로 한 만큼 자칫 기계처럼 차갑고 건조할 것이라는 선입견부터 갖게 하지만, 실제 작품의 결은 더없이 따뜻하고 촉촉하다. 극을 풀어나가는 특유의 아날로그적 방식 때문인데, ‘어쩌면 해피엔딩’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관객의 감성을 두드리기 위해 탄생한 뮤지컬 같다.
 
무엇보다 2014년 우란문화재단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 개발을 시작한 두 창작진의 공이 가장 크다. 지난 2012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주요 뮤지컬 시상식 음악상을 휩쓴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스 작가 콤비의 신작으로, 특유의 담백한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이 이번 작품에서도 한가득 빛을 발한다.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 공연장면 중 올리버(오른쪽 정욱진 분)가 클레어(전미도 분)를 고쳐주겠다고 말하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 공연장면 중 올리버(오른쪽 정욱진 분)가 클레어(전미도 분)를 고쳐주겠다고 말하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로봇들이 사는 낡은 아파트 속 작은 방안에 있는 턴테이블과 레코드판, 재즈 잡지, 화분, 빈 병 등 오래된 물건들이 풍기는 느낌도 예사롭지 않다. 세련되지 않은 소품들이 주는 빈티지한 느낌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로봇들의 일상이 낯선 것이 아닌 익숙한 풍경으로 다가올 수 있게끔 한다.
 
여기에 지글지글한 턴테이블 소리와 재즈의 멜로디, 피아노와 현악 어쿠스틱으로 듣는 라이브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객석을 과거의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분명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지금보다 앞선 시대의 아련한 향취를 느끼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물론 극의 큰 줄기가 ‘로봇들의 일상’이라는 사실을 절대 놓치지 않도록 해주는 장치들도 많다. 헬퍼봇들은 평소에는 사람과 다름없이 움직이다가 배터리가 다되면 아무 기능도 못하는 기계로 변해버리거나, 특정 단어에 특정 대답을 내뱉는 등 자동반사적인 반응을 보인다.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들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어쩌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모습들이 작품 고유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
 
로봇 연기조차 자신만의 자연스러운 색깔로 물들이는 올리버 역의 배우 김재범, 로봇의 옷을 입어도 여지없이 사랑스러운 매력을 내뿜는 클레어 전미도의 호흡이 돋보인다. ‘사의 찬미’ ‘까사 발렌티나’ ‘로미오와 줄리엣’ 등 연출로 활동하다 오랜만에 배우로 돌아온 성종완 제임스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지난달 개막 이후 프리뷰 8회차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관객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은 일단 흥행에 청신호가 켜진 듯 하다. 더욱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영어 버전 워크숍과 리딩 공연까지 마쳤다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에 더 기대를 걸게 한다. 오는 3월 5일까지 서울 DCF 대명문화공장 2관.
 
 
[공연정보]
공연명: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작/작사: 박천휴
작/작곡: 윌 애런슨
연출: 김동연
음악감독: 주소연
공연기간: 2016년 12월 20일 ~ 2017년 3월 5일
공연장소: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출연진: 김재범, 정문성, 정욱진, 전미도, 이지숙, 고훈정, 성종완 
관람료: R석 6만원, S석 4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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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yang@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