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인간은 왜 사랑을 할까, 로봇 통해 그려냈죠”

bar_progress

[인터뷰①]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인간은 왜 사랑을 할까, 로봇 통해 그려냈죠”

최종수정2018.09.23 06:30 기사입력2017.01.20 09:56

글꼴설정

작곡가 윌 애런슨과 함께 내놓은 신작, 한국 거쳐 미국에서 공연한다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을 집필한 박천휴 작가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을 집필한 박천휴 작가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한 해에도 수십 편씩 쏟아져 나오는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소재 측면에서도 대부분의 장벽이 허물어졌는데,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보던 ‘로봇’을 주인공으로 세울 정도다. 지난달 서울 대학로에서 초연의 막을 올린 이후 프리뷰 매진은 물론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은 인간을 돕다 쓸모를 다해 버려진 ‘헬퍼봇’ 둘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본과 가사를 쓴 박천휴 작가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작가는 지난 2012년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관객들에게 작사가로서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라이선스 뮤지컬 ‘카르멘’의 번역과 작사를 맡으면서 공연과 인연을 이어왔다. 2014년 가을 우란문화재단 프로그램을 통해 ‘어쩌면 해피엔딩’을 개발했고, 리딩과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년 만에 정식으로 무대를 올렸다.
 
뉴욕대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한 그의 본업은 그래픽 디자이너이지만, 같은 학교에서 윌 애런슨 작곡가를 만난 이후 함께 공연 일을 해오고 있다. 미국에 살면서 평일에는 바쁘게 회사를 다니고,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쪼개가며 약 1년 만에 이번 대본을 완성했다. 그는 “부엌에 앉아 글을 쓰기도 하고 동네 카페에 가서 문이 닫힐 때까지 있기도 했다”며 “다들 그렇듯 자신과의 싸움을 거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 공연장면 중 올리버(뒤쪽 정욱진 분)가 클레어(전미도 분)를 고쳐주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 공연장면 중 올리버(뒤쪽 정욱진 분)가 클레어(전미도 분)를 고쳐주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21세기 후반,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우연히 카페에서 들은 영국 밴드 블러의 보컬 데이먼 알반의 ‘에브리데이 로봇(Everyday Robots)’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스마트폰만 바라보면서 집으로 향하는 현대인을 로봇에 비유한 가사가 인상적이었고 ‘사람과 똑같은 로봇을 주인공으로 공연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처음에는 감정이 풍부한 남자 로봇이 사랑하는 여자 로봇이 고장나버리자 단종된 부품을 구하기 위해 로드 트립을 떠난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모험인가, 사랑인가’를 고민했고, ‘사랑에 빠지면 욕심도 생기고 슬픔도 생기는데, 인간은 왜 사랑을 할까’라는 의문을 로봇을 통해 답해보자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로봇을 주요 소재로 하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탐색은 필수적이었다. 미국의 유명 정서심리학자 폴 에크만 교수가 인간의 감정을 6가지로 분류한 연구를 봤는데, 사람의 머릿속에 매순간 기분을 조정하는 감정들이 등장하는 인기 애니매이션 ‘인사이드 아웃’과 비슷한 지점이 있었다.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 공연장면 중 올리버(왼쪽 정문성 분)와 클레어(이지숙 분)가 찻잔을 머리 위로 들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 공연장면 중 올리버(왼쪽 정문성 분)와 클레어(이지숙 분)가 찻잔을 머리 위로 들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박 작가는 “로봇에게 수백 개의 감정이 프로그래밍 돼있는데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훨씬 더 많은 감정으로 불어난다는 것으로 설정했다”며 “서울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인사이드 아웃’을 봤을 때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유사한 장면들이 나와서 무척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후 SF 영화의 고전이라 불리는 ‘블레이드 러너’부터 최근작인 ‘그녀’까지 찾아보면서 ‘과연 로봇이 이런 게 혹은 저런 게 가능할까?’라고 한계를 두는 것 자체가 촌스러운 사고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로봇은 이러면 안 돼’라는 가정을 조금씩 제거하고, ‘정말 사람 같은 로봇’을 캐릭터로 세워 이야기를 만들었다.
 
로봇을 소재로 설정했을 때부터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였다. 박 작가는 “미래가 배경이라고 해서 일렉트로닉 스타일의 음악을 쓰거나 최신의 기계로 무대를 꾸미는 등 예측 가능한 연출은 가능한 피하고 싶었다”며 “빈티지한 취향을 가진 로봇이 풍기는 대비적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여주고 싶은 정서 또한 인간 본질에 관한 것이고, 나와 윌 모두 옛것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느끼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턴테이블이나 1970년대 유행했던 재즈 음악들, 종이 잡지 같은 것들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먼 곳에서 동시에 공연을 진행하면서 두 개의 트랙에서 장거리 경주를 하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하지만 몇 년 동안 작품과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살다가 이렇게 결과물이 나오니 무척 뿌듯하다”고 이야기했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먼 곳에서 동시에 공연을 진행하면서 두 개의 트랙에서 장거리 경주를 하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하지만 몇 년 동안 작품과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살다가 이렇게 결과물이 나오니 무척 뿌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윌과 함께 작업한 데다 우란문화재단이 첫 해외 개발작으로 지원을 해준 만큼,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에서의 공연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이미 뉴욕에서 영어 버전으로 리딩과 워크샵 공연을 마쳤고, 현지 프로듀서와 계약을 끝낸 상태다. 박 작가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나라에서 동시에 공연을 진행하면서 두 개의 트랙에서 장거리 경주를 하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하지만 몇 년 동안 작품과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살다가 이렇게 결과물이 나오니 무척 뿌듯하다”며 미소지었다.
 
“일단 현재까지는 많은 관객 분들이 반겨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좋은 제작자, 창작진, 배우를 만나서 무대에 오른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미국에서는 보스턴이나 캘리포니아, 시애틀 같은 지역극장에서 먼저 선보인 다음에 뉴욕에서 공연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아주 전형적인 백인 유태인 작곡가인 윌과 전혀 유명하지 않은 한국인 작가인 제가 함께 만들어낸 작품을  미국에서도 흥미롭게 봐주세요. 미국인 반, 한국인 반 창작팀으로 한국 관객을 만났으니, 이제 미국 관객들께도 저희의 정서를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인터뷰②]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쓰고 싶다는 내면의 충동, 진실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프로필] 
이름: 박천휴
생년월일: 1983년 7월 24일
직업: 작가, 작사가
학력: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뉴욕대학교 현대미술
수상: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 작곡작사상(2013)
참여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카르멘’, ‘어쩌면 해피엔딩’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대한민국No.1 문화신문 [뉴스컬처]
[뉴스컬처 NCTV][뉴스컬처 360VR][뉴스컬처 연예TV][네이버 포스트]
양승희 기자 yang@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