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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초점] 한국 뮤지컬, 관객 폭 넓혀야 산다

최종수정2018.12.22 10:31 기사입력2018.12.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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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침체, 관객에게 원인 찾기보단 소재 개발 힘써야

‘2018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기자간담회     사진=윤현지 기자

‘2018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기자간담회 사진=윤현지 기자


[뉴스컬처 서정준 객원기자] 창작 뮤지컬, 아니 한국 뮤지컬의 대중화가 절실하다.

국내 공연계가 위기론을 꺼내드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같이 반복됐던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올해에도 터져나오고 있다. 내놓는 작품들마다 연속으로 흥행에 위기가 왔던 모 제작사는 신작 소식이 '뚝' 끊겼다. 어떤 작품은 극장을 옮기며 새롭게 공연을 올리는 과정에서 배우들 외에도 연출, 작가, 음악감독까지 모두 교체됐다. 또다른 어떤 작품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배우들이 뒤늦게 알고보니 프로듀서가 폐업과 창업을 반복해온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모든 게 '낯설지만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 과정에도 물론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들도 있다. 26만원, 17만원에 달하는 티켓값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없어서 못 본다는 태양의 서커스 '쿠자'나 '라이온킹', 대학로에도 소리 없이 강한 '배니싱', 앵콜 공연 당시 전회매진을 기록했던 2018 '어쩌면 해피엔딩' 등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 공연 포스터     사진=뉴스컬처DB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 공연 포스터 사진=뉴스컬처DB



저마다 흥행 비결은 따로 있겠지만, 확실한 비결은 정확한 타겟을 상대로 '좋은 컨텐츠'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라이온킹'이나 '쿠자'는 모두 아동, 가족 관객들을 기본 대상으로 할 수 있게끔 이야기의 비중을 덜어낸 뒤 무대에 대한 철저한 완성도를 추구한 점이 성인 관객들에게까지 유효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삶과 죽음, 생명에 대한 고찰과 사유를 SF와 로맨스로 잘 포장해서 두루두루 흠잡을 데 없이 만든 점이 2, 30대 관객들에게 어필됐다.

'배니싱'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 작품은 매력적인 3인의 주인공과 감정선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극의 밀도를 높였고, 모호한 이야기가 오히려 관객들의 적극적인 해석을 도왔다. 그런가하면 사건이 진행되는 순서를 정교하게 조합하기보다는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감정에 주목하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개연성이 부족하다거나 다관람자를 위한 혜택에 주력하며 이른바 '회전문' 관객을 양산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이 작품만의 문제점,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어느 분야에서나 업계를 선도하는 이들에게는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 우리는 여러 대기업들의 사건사고, 부정부패를 보며 기업에게 도덕적 책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매일 같이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대학로의 몇몇 인기작들을 이러한 카테고리에 넣고 바라보는 것은 위험한 시각이다. 결국 작품을 선택한 것은 소비자인 관객들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어떠한 현상이 부각되면 본질을 외면한 채 현상만을 바라보는데 익숙해져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로에 여성 관객들이 증가한 것을 두고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남성 배우 팬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다'고 바라보는 시각이다.

한 발 떨어져 넓게 바라보면 굳이 대학로가 아니어도 대부분의 문화 소비는 여성들이 주도하는 형국이며, 특히나 평일 오후 8시에 대학로에 모일 수 있는 인원 자체가 지극히 한정적인 상황에서는 더더욱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 뮤지컬 '앤', '키다리 아저씨', '베르나르다 알바' 등의 흥행을 바라보면 결국 관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더욱 뚜렷해진다. 관객들은 멋진 이야기. 멋진 콘텐츠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특정 배우의 팬들이 많다거나, 여성 관객들이 남성 배우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위주로 소비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 그러한 조건이 시장에 영향을 준다고 느낀다면, 소비자들에게 눈총을 주기보다는 시장의 파이를 키워내야 한다. 관객들은 저마다의 자유 의지로 작품을 선택하고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투란도트’ 공연장면    사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뮤지컬 ‘투란도트’ 공연장면 사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그런 관점에서 지난해 '레드북', '경성특사' 등에서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켰음에도 '특별한 경향보다는 개별 작품들을 심사한 결과'라고 이야기한 바 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기자간담회에서 2018년의 경향을 '여성'이라 밝힌 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과연 관객의 요구에 응답하기 시작한 것일까. 아직은 더 지켜봐야할 것이다.

또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나름의 걸음을 계속하는 곳도 있다. 뮤지컬 '투란도트'는 최근 슬로바키아의 노바 스쩨나 국립극장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창작 뮤지컬 중 첫 유럽 진출이며 향후 헝가리,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주변국까지 아우를 예정이다. 이른바 '쫄쫄이' 의상을 입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큰 금액은 아니어도 지자체의 꾸준한 지원을 바탕으로 한 장기간의 개발이 결실을 맺었다. 불투명한 자금 구조와 부족한 프리프로덕션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투자금액으로 초연을 올린 뒤 사라지는 많은 작품들이 모범사례로 삼아야 하는 경우다.

결국 지금 창작 뮤지컬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목소리를 키워내는 것이다. 그를 통해 더 넓은 관객층이 극장으로 오게끔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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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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