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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리뷰] 오페라·무용·뮤지컬 삼박자가 이룬 마스터피스, '팬텀'

최종수정2019.01.11 17:20 기사입력2019.01.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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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루르 '오페라의 유령' 원작으로 한 팬텀의 인간적인 이야기
최정상급 소프라노와 발레리나가 꾸미는 무대

[NC리뷰] 오페라·무용·뮤지컬 삼박자가 이룬 마스터피스, '팬텀'


[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한 개의 공연 속, 세가지 장르를 느낄 수 있는 무대가 관객을 찾는다.

흔히들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노래, 연기, 무용 등 다양한 예술이 어우러져 무대를 꾸미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 ‘팬텀’(연출 로버트 요한슨, 제작 EMK뮤지컬컴퍼니)는 이를 뛰어넘는 장르의 혼합을 볼 수 있다. 뮤지컬, 오페라, 발레까지.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모여 마스터피스를 이룬다.

여주인공 크리스틴은 파리 오페라극장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악보를 팔다 샹동 백작의 눈에 띄어 노래 레슨을 약속받는다. 하지만 극장장 카리에르의 해임과 숄레의 취임으로 인해 의상 보조로 일하게 된다. 오페라극장 지하묘지에 사는 팬텀은 크리스틴의 노래를 듣게 된다. 그는 흉측한 얼굴 때문에 숨어 살지만, 오페라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 강하다.

에릭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에게 노래를 가르친다. 팬텀의 레슨을 거친 크리스틴은 비스트로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팬텀의 첫 번째 매력인 오페라를 느낄 수 있다. 크리스틴 역을 맡은 임선혜는 뒤늦은 합류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 탓인지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지만, 그의 넘치는 성량과 기교 가득한 노래를 듣고 있자면 비스트로의 관객들처럼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팬텀 역의 카이는 서울대학교 성악과 출신으로 완벽하게 팬텀으로 분해 오페라를 향한 간절한 욕망과 크리스틴에게 닿지 못하는 마음을 적절히 표현한다.

뮤지컬 ‘팬텀’ 공연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팬텀’ 공연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팬텀의 두 번째 예술은 발레다. 185분이라는 긴 상연시간 중 발레에 할애한 30분은 전혀 아깝지 않다. 2막이 시작되며 팬텀이 지하 묘지에 살아야만 했던 이유가 밝혀진다. 팬텀과 카리에르를 주축으로 둔 가족사의 반전은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이를 설명하는 벨라도바와 젊은 카리에르의 몸짓은 애달프기 그지없다.

객석의 탄성을 자아내는 불륜이란 소재는 고전이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보여주지만, 벨라도바의 모성애는 이를 지워버린다. 카리에르 역시 극장을 떠나지 못하고 팬텀의 뒤를 계속 봐주는 것은 일종의 속죄이자, 가족애를 상징한다. 다만, 팬텀의 뒷이야기에 너무 방점을 둔 나머지 크리스틴의 갈등은 평면적으로 표현된다.

세 번째는 역시 이 작품은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화려함의 정점을 찍는 ‘팬텀의 푸가’에서는 앙상블들의 합이 눈에 띈다. 이루는 조연들의 열연도 무대를 구성하는데 큰 받침을 이뤘다. 카를로타 역의 정영주와 숄레 역의 이상준의 호흡은 적절한 완급조절로 극의 생기를 더하며 필립 드 샹동 백작 역을 맡은 백형훈의 세레나데는 극의 분위기를 한층 로맨틱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며 팬텀과 크리스틴, 필립의 삼각관계를 한층 극적으로 만들었다.

작품은 오는 2월 17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윤현지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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