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생일' 전도연 "무섭고 두려운 감정조차 죄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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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생일' 전도연 "무섭고 두려운 감정조차 죄스러웠어요"

최종수정2019.04.03 17:32 기사입력2019.04.0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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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생일' 전도연 "무섭고 두려운 감정조차 죄스러웠어요"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냅킨 좀 가져다줄래요?” 전도연은 자리에 앉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며 그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이내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가 뜨고는 기자들을 향해 힘겹게 인사했다. 그렇게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은 천하의 30년 차 배우도 떨게 했다. 차오르는 눈물을 이겨보려 입술을 질끈 물었지만, 분노와 슬픔은 결국 그를 무너지게 했다. 전 국민적 트라우마로 남은 세월호 참사. 노란 어떤 것을 보기만 해도 그날의 아픔이 떠오른다. 더 잔인한 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눈앞에 남겨진 삶이다. 전도연은 이를 끝까지 외면할 수 없었다고. 혹자는 그만하라고 한다. 그러나 ‘생일’은 말한다. 그만하지 말자고, 잊어선 안 된다고.



- ‘생일’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와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낌은 어땠나.

이종언 감독님이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를 찍었는데 극 중 생일 모임 장면은 거의 똑같이 재현하셨다고 들었다. 모두 다 아는 이야기이기에 감정적으로 상상하고 머릿속으로 그렸다. 시나리오에도 슬픔이 절제돼 있었다. 그러나 절제해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서 감정적으로 터져 나왔던 거 같다.


- ‘생일’을 왜 했나.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선택했다. 세월호라는 소재가 무서웠다. 다가갈 엄두가 안 났고, 시나리오 읽기 전에는 그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그려졌을지 걱정됐다. 자극적일 수도 있고 정치적 이용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 왜 지금이었는지.

시기적으로 지금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 같이 고민했다.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맞냐, 안 맞냐는 것 물음의 정답은 없다.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거로 만들겠다면 지금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NC인터뷰]'생일' 전도연 "무섭고 두려운 감정조차 죄스러웠어요"

-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 않냐. 오해도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혹시라도 이 작품을 통해 오해가 더 불거지지 않을지, 없던 오해가 생기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 연기하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연기로 오해가 생기면 안 되니까 천천히 징검다리 건너듯 두들겨가며 촬영했다. 홀로 아이 방에서 옷을 부여잡고 우는 장면은 힘든 걸 넘어 무서웠다. 대본에 ‘아파트가 떠내려가도록 운다’는 지문이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서기 전까지 계속 의심하며 연기했다. 내가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만났는지.

유가족은 삶을 살아야 한다. 그들을 뵙는 게 무서웠다. 어떤 말이 위로될지 모르겠더라. 안 뵙고 싶다고 영화 측에 말씀드렸다. ‘생일’ 유가족 시사회 무대인사에 갔는데, 다 울고 계셔서 극장에 못 들어가겠더라. 그때 한 어머님이 손수 수놓아 만든 지갑을 제 손에 쥐여주셨다. 무섭고 부담스럽다고만 느꼈는데 죄스러웠다.


- 유가족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은.

영화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모두 동의를 해주셨다. 그분들이 생일 모임을 계속하는 이유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하나라도 찾기 위해서라는 말씀을 들었다. 시나리오만 읽었을 때는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는데 찍고 나니 생일 모임을 통해서 힘이 나겠다고 느껴졌다.


[NC인터뷰]'생일' 전도연 "무섭고 두려운 감정조차 죄스러웠어요"

- 유가족의 아픔을 이해하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었나.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해 시나리오에 더 집중했다.


- 실제 엄마라서 더 공감됐겠다.

아이를 잃었을 때의 엄마 마음이 어떨지 알겠지만 그렇다고 다 알 수는 없었다. 또 느껴지는 슬픔이 순남의 감정인지, 제 감정인지 조금 헷갈렸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검열했다.


- 좋은 어른이란.

좋은 어른, 좋은 엄마의 정의를 모르겠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주인공이 자신이 겪은 일들을 아이한테 이야기해주지 않냐. 이상적인 어른인데 현실에서는 힘들다. 죽을 때까지 좋은 엄마, 어른으로 완성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하고 싶다.


- 설경구와의 작업은 어땠나.

친오빠 같은 느낌이 있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작업을 해서 그런가 보다. (웃음) ‘생일’은 어려웠다. 순남과 정일의 관계도 원만치 않았지만, 설경구 씨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서 제 감정을 놓고 연기할 수 있었다.


- 설경구가 달라졌던가.

아이돌이시지 않냐. (웃음) 예전보다 훨씬 더 남자로서 멋있어진 거 같다. 예전에는 사실 잘 몰랐다. 멋있게 나이 드는 게 쉽지 않은데 멋지다.


- ‘밀양’에 이어 ‘생일’까지 자식을 잃은 엄마를 연기했다.

‘밀양’ 이후 ‘자식을 잃은 엄마 역할은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었기에 ‘생일’ 출연을 망설인 부분도 있다. 물론 다른 역할이지만 감정적인 다름이 말로 설명할 수 없다.


- 자식을 잃은 엄마 역을 또 제안받는다면?

이제 안 하고 싶다. 왜 그렇게 자식을 잃은 엄마 역이 많은지 모르겠다.


[NC인터뷰]'생일' 전도연 "무섭고 두려운 감정조차 죄스러웠어요"

- ‘생일’을 통해 부채 의식을 좀 덜었는지.

덜어지지는 않죠. 그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 다가가지 않았나. 한 발짝 다가간 것에 대한 마음이 놓이는 부분이 있다.


- 감정적으로 빠져나오는데 힘들었나.

몸이 아주 아팠다. 잘 때 끙끙 앓으면서 잤다. 감정적 소모가 커서 체력적으로 무리가 왔다. 이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촬영이 있어서 추스르기 바빴다.


- ‘생일’을 볼 관객에게 당부한다면.

저처럼 두려워서 한발 물러섰지만 다가서시길. 그러면 힘이 나고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실 거다. 저처럼 용기를 내시길 바란다. 결국 ‘생일’은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 있다.


사진=매니지먼트숲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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