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리뷰]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무대의 즐거움

[NC리뷰]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무대의 즐거움

최종수정2019.04.07 14:13 기사입력2019.04.0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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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우린 사실 출발점에 서 있는 거란다”


17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접하게 되며 본격적인 천체 탐구를 시작한다. 그간 가설로 남아있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입증하게 되는 증거가 되지만, 로마 교회는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갈릴레이는 결국 종교 재판정에 서게 되고, 두려움에 의해 자신의 의견을 철회하게 된다.


하지만 갈릴레이는 가정부의 아들 안드레아와 키 작은 사제, 렌즈 연마공 페데르쪼니, 딸 비르기니아의 도움으로 몰래 연구를 지속한다. 페스트와 계속되는 감시를 겪어 낸 갈릴레이는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업적을 전한다.


그렇다고 해서 갈릴레이의 영웅적 서사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망원경의 발명은 온전히 갈릴레이의 것이 아니었으며, 페스트 유행에도 집을 떠나지 않아 함께 살던 가정부 역시 위험에 빠지게 만들었다. 또한 지동설을 철회했을 때 역시 집으로 돌아온 갈릴레이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비난받았다. 폭력에 저항해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인가, 혹은 폭력을 피해 오래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성열은 “이 작품이 과학과 종교, 이성과 미신, 관념과 감각,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낡은 세계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세계를 지키고 이어 나가고자 하는 지배계급과 새로운 발견에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우려는 피지배계급, 그리고 그 혼란 속 중간에 위치한 인물로 대변되는 갈릴레이의 모습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총 50여 명의 인물이 약 세시간 동안 갈릴레이의 이야기를 진행한다. 단순한 서사극에 그치지 않고 관객과 소통하는 거리 악사나 꽤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의 노래가 인상적이다. 이처럼 무대 위의 현대적 표현법과 몇세기 전 역사의 조화는 낯선듯 낯설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커다란 반원으로 구성된 무대와 그 반원을 마치 행성의 궤도를 그리는 것처럼 도는 이동형 무대는 갈릴레이의 실험실에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막해 뮤지컬과 연극 등 다양하게 관객을 만나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역사적 업적보다는 ‘인간 갈릴레이’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하지만 낯선 과학 용어나 생소한 인물들의 이름에 간단한 연보를 살피고 가도 좋겠다. 작품은 오는 28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윤현지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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