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①]'기생충' 박명훈 "칸에서 숨어다녀 서운했냐고? 짜릿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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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①]'기생충' 박명훈 "칸에서 숨어다녀 서운했냐고? 짜릿했죠"

최종수정2019.06.15 09:54 기사입력2019.06.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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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①]'기생충' 박명훈 "칸에서 숨어다녀 서운했냐고? 짜릿했죠"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본 인터뷰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적 같다. 굉장한 도전이었다. 놀라운 기적처럼 다가왔다.” 배우 박명훈은 봉준호와 함께한 영화 ‘기생충’을 돌아보며 감탄을 쏟아냈다. 대학로에서 포스터를 붙이다 무대에 오른 무명 배우를 칸 영화제에 입성하게 해준 봉준호 감독에 대한 고마움은 남다를 터. 그에겐 데뷔작이 칸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는 행운도 따랐다. 그러나 영화 속 운명처럼 그는 세상 밖에 나오지 못하고 숨어있어야 했다. 근세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였기 때문에 그는 뤼미에르 극장 2층에 숨어서 힘껏 박수를 보냈다. 영화처럼 얄궂은 상황이 야속할 법도 하지만, 그는 애써 “짜릿했다”며 자신을 위로했다.



- 실제로 보니 영화 속 모습과 다르다. 체중이 늘었나.

촬영 끝나고 체중이 늘었다. 영화 촬영 앞두고 태닝을 두 달간 꾸준히 했다. 원래 피부가 하얀 편이어서 촬영이 끝나니 다시 돌아오더라. 영화를 보신 관객 중에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분도 계시더라.


- 칸 영화제에서 2층 객석에 숨어서 영화를 본 소감은.

짜릿하고 희열이 느껴졌다. 레드카펫을 걷지 못해 서운하지 않냐고 말씀하시는데 영상에 안 찍혔을 뿐이지 입장을 위해 걷긴 했다.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짜릿하다. 그런데 영화가 상영되면 사람들이 알아보실까 봐 끝나기 몇 분 전에 먼저 나왔다. 기립박수는 화면으로 봤다. 반응이 뜨겁더라. 문광이 계단에서 넘어질 때는 거의 난리가 났다. 우연히 외국 프로그래머를 만났는데 ‘20년간 칸에 왔는데 이런 놀라운 반응을 처음 봤다. 기절할 거 같다’고 하시더라. 기분이 좋았다.


- ‘기생충’ 속 근세는 왜 지하실에 숨었나.

봉준호 감독님과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평범한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당해 대만 카스텔라 사업을 했지만 실패하지 않았을까. 사채를 쓰는 바람에 쫓겨서 지하까지 숨어든 거다. 그러한 상황 때문에 인물이 변할 수밖에 없어서 더 충격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 왜 근세는 지하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사채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문광도 사채업자들한테 폭행을 당하지 않았을까. 한편 한정된 공간에서 살다 보니 익숙해진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군대에 가면 하루빨리 제대하고 싶지만, 어느 순간 적응을 한다. ‘쇼생크의 탈출’에서 50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가 나가게 됐을 때 못 견뎌 하는 것과 비슷하다.


[NC인터뷰①]'기생충' 박명훈 "칸에서 숨어다녀 서운했냐고? 짜릿했죠"


- 영화 속 비주얼도 강렬했다.

계단을 짚고 올라갈 때 강렬하다는 반응을 많이 들었다. 제가 영화로 봤을 때도 기이하더라. 짐승처럼 나왔다. 사실 계단을 손으로 짚고 올라가는 장면은 콘티에 없었고, 의도한 장면이 아니었다. 그런데 수일간 먹지 못한 상태에서 계단을 두 다리로 걸어 올라갈 수 없겠더라.


- 영화에 나온 ‘리스펙’이라는 대사가 유행어가 됐다.

실제 봉준호 감독님을 ‘리스펙’(존경) 한다.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감독님에 관한 좋은 이야기를 들어서 기대감도 있었는데 정말 감동받았다. 아버지가 폐암 투병 중이신데 원래 영화배우를 꿈꾸셨다. 엄청난 영화팬이시다. 그런데 병환으로 눈이 잘 안 보이셨다. 공식 시사회 전에 파주에 있는 명필름 아트센터에서 최소 스태프와 진행한 시사회가 있었다. 4월 30일 날짜도 기억한다. 그때 봉준호 감독님이 아버지를 초대해주셨다. 영화를 본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감독님과 악수를 하셨다. 그전에는 감독님의 영화적 재능에 대한 리스펙이었다면 인간적 리스펙까지 갖게 된 계기가 됐다.


- 영화를 본 아버지의 반응은.

‘역시 봉준호’라고 하셨다. 아프신 것도 잊고 감탄을 하시더라. 또 제가 임팩트 있게 나와서 좋다고 하셨다.


- 이정은과 부부 연기를 했다. 실제로는 6살 연하라고 들었다.

가족같이 지내는 사이다. 14년 전에 연극 ‘라이어’를 함께하며 처음 만났다. 함께 6개월간 공연을 하다 보면 기계적으로 변하기 마련인데 이정은은 열정이 넘쳤다. 함께 토론하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10년이 훌쩍 지나고 만났는데 열정이 여전하더라. 가끔 통화하고 문자도 주고받으며 잘 지낸다. 정말 감사하다.


- 모스부호로는 어떤 말을 했나.

박 사장을 향한 리스펙 의식이 아니었나. 박 사장은 존재를 모르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전하는 게 아닐까. 다송이는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일종의 감사를 표현하는 의식이다.


- 기생충‘은 선과 악이 뚜렷하지 않다.

가지지 못한 자들 입장에선 악(惡)일 수도 있지만, 부유층이 어떤 죄를 짓는 건 아니다. 한 지붕 세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부자인 박 사장과 대립일 것 같지만 영화를 보면 그게 다가 아니다.


[NC인터뷰①]'기생충' 박명훈 "칸에서 숨어다녀 서운했냐고? 짜릿했죠"


- 봉준호 감독이 주문한 것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라고 하셨다. 자유로운 디렉션 덕에 잘 표현되지 않았나.


- 함께 작업해보니 어땠나.

기대 이상이었다. 독립영화를 찍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촬영장에서 심오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촬영하며 의구심도 들었지만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감독님을 향한 리스펙이 있어서 작업이 즐겁고 신났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김희아 기자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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