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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리뷰]뮤지컬 '블루레인' 조명으로 완성한 '선과 악의 경계'

최종수정2019.08.18 12:00 기사입력2019.08.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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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리뷰]뮤지컬 '블루레인' 조명으로 완성한 '선과 악의 경계'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뮤지컬 '블루레인'이 선과 악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대 위에 펼쳐진 이 질문은 조명과 의자, 배우들의 열연과 만나 힘을 얻는다.


뮤지컬 '블루레인'(연출 추정화, 제작 씨워너원)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선과 악의 경계'라는 주제를 친부살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차용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지난 2018년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뒤 1년 간의 개발 과정으로 거쳐 올해 공식초청작으로 공연됐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관객을 만나게 됐다. 뮤지컬 '인터뷰', '스모크' 등의 작품으로 사랑받았던 추정화 연출과 허수현 음악감독이 '블루레인'에서 다시 만났다.


작품은 원작의 배경을 1990년대 후반 자본주의의 중심에 있는 한 가정에 대입시켜 현대적 감각으로 탄생시켰다. 다만 원작 속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는 인물들 사이의 갈등은 그대로 이어왔다.


'블루레인'에서 가장 독보적인 매력 포인트는 조명이었다. 무대를 둘러싼 라이트 박스는 인물과 인물 사이의 공간을 구분해주기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표현해주기도 하며 작품의 분위기를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 볼 법한 붉은 레이더 조명은 존 루키페르가 실재하지 않음에도 그의 거미줄에 얽매여 있는 인물들의 현실을 드러낸다. 조명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무대 뒤편으로 그림자를 비춘 연출도 흥미로웠다.


[NC리뷰]뮤지컬 '블루레인' 조명으로 완성한 '선과 악의 경계'

의자 사용도 빼놓을 수 없다. 무대 위에 있는 유일한 소품인 여섯 개의 의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여 얽히고 설키는 인물의 모습을 표현한다. 이처럼 소품을 최소화하고 의자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둡고 혼란스러운 작품의 톤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의 매력을 더했다. 테오와 루크의 친부이자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온 남자 존 루키페르 역의 김주호는 묵직한 음색과 비열한 표정 등 인물과 하나가 된 듯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테오 역의 이창희와 루크 역의 박유덕은 섬세한 연기로 사건의 중심에 선 두 사람의 모습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헤이든을 연기하는 김려원은 흔들림 없는 가창력으로 넘버를 소화했고, 엠마 역의 한유란은 정이 많고 따뜻한 인물의 성격을 노련하게 그려내 작품의 집중도를 높였다. 사일러스로 분한 임강성은 탄탄한 넘버 소화력과 처절한 감정 표현으로 반전을 지닌 인물을 무대에 펼쳐냈다.


[NC리뷰]뮤지컬 '블루레인' 조명으로 완성한 '선과 악의 경계'

다만 '블루레인'이라는 제목이 지닌 의미가 작품을 관통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추정화 연출은 "'블루레인'은 무대 위 등장하는 어항 속 파란 물을 의미하며, 우리 모두는 어항 속 물고기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작품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이와 더불어 추정화 연출과 허수현 음악감독이 앞서 선보였던 뮤지컬 '인터뷰'를 비롯해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등 이미 익숙한 작품이 머리속에 떠오른다는 점도 다소 아쉽다.


하지만 악인을 죽이고 결국 자신도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사일러스나, 죽어서까지 자식들을 옥죄고 조종하는 존 루키페르의 모습을 보고 있다보면 자연스레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곱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선과 악'은 무엇일까.


'블루레인'은 오는 9월 1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김희아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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