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한지상 "수긍하고 받아들인 '벤허'…효과적인 배우 위해 고집 덜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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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한지상 "수긍하고 받아들인 '벤허'…효과적인 배우 위해 고집 덜어냈죠"

최종수정2019.09.16 04:57 기사입력2019.09.16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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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한지상 "수긍하고 받아들인 '벤허'…효과적인 배우 위해 고집 덜어냈죠"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질문과 답변 사이 약간의 간극에서 한지상의 신중함이 묻어났다. 그는 '벤허'와 극 중 넘버 '살아야 해'에 대한 깊은 애정부터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기억까지 찬찬히 털어놓으며 진지하게, 하지만 솔직하고 털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보였다.


'벤허'(연출 왕용범, 제작 뉴컨텐츠컴퍼니)는 유다 벤허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스토리를 그린다. 루 월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로도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다. 극 중 한지상은 유대 귀족 가문의 자제에서 노예로 전락해 기구한 삶을 살게 되는 유다 벤허로 분한다.


한지상은 지난 7월부터 '벤허'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유다 벤허 역에는 한지상과 카이, 박은태, 민우혁이 함께 캐스팅됐다. 카이와 박은태는 지난 2017년 초연에서도 유다 벤허를 연기했고 민우혁은 초연 당시 메셀라로 무대에 오른 바 있지만 한지상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벤허'를 만나게 됐다.


그는 "이 작품 하길 잘했다"고 단 한 마디로 명쾌하게 '벤허'에 출연하게 된 소감을 말했다. 이어 "'한국 창작 작품'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영광이 없다"고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벤허'의 재연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일차적으로는 '살아야 해'라는 넘버에 있다. 그 넘버가 추가된 것이 저에게는 큰 명분이자 열쇠가 됐다. 거기서 터트리고, 담고 있는 감정은 벤허로서의 큰 그래프를 그려나가는 데에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됐다"고 설명했다.


[NC인터뷰]한지상 "수긍하고 받아들인 '벤허'…효과적인 배우 위해 고집 덜어냈죠"

한지상이 말하는 '한지상의 벤허'의 매력은 '처절함'이다. 그는 "벤허가 배신을 당하고 복수를 하고, 무언가를 잃는 것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계신다. 뮤지컬 '벤허'로서의 특수성에 있어서는 벤허의 큰 뼈대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가장 큰 숙제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풀어나가는 표현 방식에 있어서 저에게 큰 키워드를 제공해준 것이 '살아야 해'다. 처절함과 동시에 참 슬픈 노래다. 벤허로서 힐링을 주거나 답을 제시하는 넘버는 아니다. '희망이 없으니 차라리 모든 걸 버리고 기꺼이 이렇게 살겠다'는 넘버다. 바닥까지 가보겠다는 벤허의 처절함이기 때문에 1막을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 큰 열쇠가 됐다"고 강조했다.


"'살아야 해'는 한지상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줬죠. 이 넘버 때문에 '벤허'를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운명'이라는 넘버가 주는 임팩트와 '운명'까지 가는 과정도 당연히 중요해요. 하지만 거기까지 쌓아가는 데에 있어서 '살아야 해'가 큰 도움을 줬어요."


극 중 노예로 전락한 벤허는 양아버지 퀸터스 장군을 만나며 부와 명예를 얻게 되지만 이를 버리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간다. 이에 대해 한지상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벤허로서 대처 방식이 옳지 않았음을 깨닫는 것 같다. 벤허가 생각하는 노선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라고 자신만의 해석을 전했다.


이어 "가사에 드러난 대로 '본분을 잊지 말고 피에 젖어 뜨거워진 복수의 칼을 들어야겠다'는 명분도 있겠지만, 넓게 봤을 때 벤허라는 한 인간이 큰 틀의 노선을, 성향을 바꾼 것이다. 어떤 상황에 대처함에 있어서 조금 더 강경하게 대처해야겠다는 것이다. 그 중간에는 배신도 있고 현실 타협도 있지만, 그 모든 환경에서 배운 것들 때문에 바뀔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벤허는 복합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이끌어가야 하는 인물이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묻자 한지상은 "주옥같은 대사와 가사가 저에게 제공해주는 정보가 굉장히 디테일하다. 그걸 따라만 가도 80~90%를 보여드릴 수 있다. 나머지의 여지를 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벤허와 닮은 점과 닮지 않은 점을 구분해야 했다. 그걸 구분하는 게 필요했다. 저와 닮은 점으로 표현해보고 싶은 욕구도 컸다. 그럴 때마다 연출님이 닮은 점이 아닌 차이점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벤허가 한지상이 아니기에 할 수 있었던 고민과 선택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고, 거기서 출발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벤허와 닮은 점은 주위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고, 그로부터 많이 배운다는 점이에요. 벤허는 끊임없이 배워요. 벤허는 사회적 위치에 있는 인물인 것 같지만,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고 배움이 필요했던 인물일지도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을 내려놓고 비우는 작업이 필요했을 거예요. 벤허는 많이 변화하는 인물이고, 그게 굉장히 인간적인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는 벤허의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NC인터뷰]한지상 "수긍하고 받아들인 '벤허'…효과적인 배우 위해 고집 덜어냈죠"

그렇다면 한지상은 '벤허'를 통해 어떤 것을 배웠을까. 한지상은 "그 어떤 작품보다 연출님의 디렉팅에 경청했다. 더 수긍했고 받아들였다. 제 고집, 소신을 다른 작품보다 훨씬 많이 덜어내고 비웠다. 저를 비우고 온전히 '벤허'라는 작품을 더 느껴보고 싶었다. '왕테일'(왕용범+디테일)을 느껴보고 싶었다"고 웃었다.


이어 "효과적이고 싶었다. 연출님이 자주 쓰시는 말 중에 '효과적이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이 있다. 그 한마디로 설득이 된다. 저는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제 고집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말을 들으면 바로 수긍이 됐다. 그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 말이 저를 기분 좋게 정리해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많이 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고집,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의외성은 남아 있도록 연출님이 많이 열어주셨다"고 왕용범 연출을 향한 깊은 신뢰를 보였다.


힘들 때 의지하는 것에 대해 묻자 한지상은 배우 남경주와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누군가 해주는 말이 평생 간다. 남경주 선배와 작품을 할 때 저를 집까지 태워다주셨다. 그 때 저에게 '너무나 빛나는 개성이 있다. 특수성이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그것과 함께 보편성을 곁들여라'라고 조언해주셨다"고 말했다.


"그 말에 꽂혔어요. 그다음부터 많이 변했죠. 보편성을 위해서 뭘 취해야 할까 생각했어요. 그중 하나가 톤이에요. 말할 때도 톤이 있고 움직임에도 톤이 있잖아요. 그 톤에 있어서 보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톤이 많이 바뀌었죠. 그때의 특수성이 옅어졌을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얻은 보편성 덕분에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넓어졌어요. 특수성만 있었다면 '벤허'를 못 했을지도 모르죠."


이어 "(남경주 선배가)이번 인터뷰를 통해 아셨으면 좋겠다. 제가 그 정도로 크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실 것이다. 특수성, 보편성이라는 두 단어의 시너지는 제가 많은 작품을 하는 데에 있어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NC인터뷰]한지상 "수긍하고 받아들인 '벤허'…효과적인 배우 위해 고집 덜어냈죠"

인터뷰 내내 자신의 신념을 꼿꼿하게 드러낸 한지상은 지향하는 인간상에 대해 묻자 "아집으로부터의 도피, 경계다. 아집과 독단으로부터 피하자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성장할수록 아집이라는 악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음을 느낀다. '내 기준이 답이다'라는 논리가 생길 때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다른 건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 생각이 맞을 수 있지만 그러면 상대방 생각도 맞을 수 있다는 여지를 둬야 한다. 세상에 답은 여러 개다. 그래서 개인 취향을 존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벤허'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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