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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리뷰]'82년생 김지영' 소설→영화, 어떻게 달라졌을까

최종수정2019.10.17 15:31 기사입력2019.10.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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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리뷰]'82년생 김지영' 소설→영화, 어떻게 달라졌을까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82년생 김지영'은 베스트셀러로 사랑받았다. 현실적인 생생한 에피소드와 메시지를 안기며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했다. 소설의 열풍에 힘입어 영화 제작이 확정되자, 일각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며 제작을 못 하게 막아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타인의 다른 시선마저 부정해버린 것이자 취향과 성향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영화는 이를 뒤로하고 세상에 나왔다. 이제 '82년생 김지영'은 원작 소설을 얼마나 훌륭히 넘어섰느냐 하는 숙제를 받아들었다. 영화 탄생 배경에 원작 소설이 존재하기에 비교는 피할 수 없다. 개봉 이후 계속해서 원작과 저울에 올라야 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먼저 만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원작 무게가 주는 부담을 딛고 영화로 잘 풀어냈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1982년생 지영(정유미 분)은 누군가의 딸이자, 동료, 엄마로 2019년 오늘을 살아간다. 남편 대현(공유 분)의 본가는 부산. 명절이 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가용을 몰고 가는 일상이 지영에게는 익숙하기만 하다. 그렇게 들어선 시댁은 늘 불편하기만 하다. 시어머니 눈에는 며느리가 일하는 게 당연하고, 심지어 은행에서 증정품으로 받은 앞치마를 선물이라며 건넨다. 지영은 족쇄인지 선물인지 모를 물건을 받아들고 불편한 감정을 미소 뒤로 감춘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지영이 느낀 감정은 참으로 한결같다. 고등학생 시절, 그는 버스에서 똑같이 교복을 입은 남성으로부터 위협을 느낀다. 내리자마자 남성은 지영을 위협하고, 이를 감지한 여성이 지영을 구한다. 뒤늦게 도착한 지영의 아버지는 "단정하게 입어라. 치마가 짧다. 못 피하면 피하지 못한 사람의 잘못이다"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건넨다. 가해자가 있지만, 피해자 여성이 잘못한 게 되어버리는 세상이다.


[NC리뷰]'82년생 김지영' 소설→영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처럼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의 연대를 역설한다. 자매와 모녀가 연대하고, 사회에서 여성이 경쟁자가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보듬는 존재이자 함께 아이를 양육하며 견제하지 않고 아픔을 나누며 위로받는 존재로 그린다.


영화는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비뚤어진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다. 이는 소설의 그것이 잘 연장된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유모차를 끌고 공원에 앉아있는 김지영은 남편 돈으로 편하게 먹고사는 여성이라는 말을 듣기 일쑤. 이뿐이던가,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가면 '맘충'이라며 손가락질당하는 부조리한 세상. 참고, 또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영화에서의 지영은 소설 속 지영과 다르다. 자신을 비난하는 남성에게 "나에 대해 얼마나 아냐?"라고 물으며 일침을 날린다.


영화는 전체적인 톤부터 소설과 다르다. 주제적 색채를 톤다운시키며 균형을 맞추는데 힘을 기울인 모습. 특히 엔딩이 180도 다르다. 남성 간호사의 존재는 찾아볼 수 없고, 간호사가 등장하지만, 여성으로 설정됐다. 그리고 그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


김지영 역시 그렇다. 엔딩의 김지영은 원작과 전혀 다른 톤으로 마침표를 찍는데, 영화적으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많이 변화시킨 모습이다. 소설은 남성 정신과 의사가 등장해 깨어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내로남불'을 연상케 하는 반전 결말로 끝을 맺으며 충격을 안기지만, 영화의 결말은 희망적이다. 지영이 일련의 일들을 추스르고 일상을 회복하며 일말의 희망을 암시한다. 이는 더 많은 관객을 안기 위한 상업영화적 각색이 수반됐다고 볼 수 있다. 소설을 읽은 관객에겐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은 어제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그려내 상념에 잠기게 한다. 현실에서 숱하게 자행되는 무언의 폭력을 비추며 오늘날 인간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특히 불합리한 사회 속에 던져진 여성의 삶을 통해 구조적 부조리함을 꼬집고 민낯을 비춘다. 그 정도가 소설만큼 불편하지 않고 무난하게 볼 만하다. 118분. 12세 관람가. 10월 23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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