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좋은 세상? 공정하고 자유로워야죠"[NC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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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좋은 세상? 공정하고 자유로워야죠"[NC인터뷰]

최종수정2019.11.08 17:32 기사입력2019.11.0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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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사진=김태윤 기자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사진=김태윤 기자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자유롭고 공정해야 좋은 세상이다. 그런데 자유는 제법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공정하지도 않으니 실제로 그건 자유로움이 아닌 것이다.


정지영 감독이 영화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밝혔다.


정지영 감독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블랙머니'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에 관한 생각을 전했다.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금융 범죄 실화극.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조 7천억 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 앞에 금융감독원과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힌 거대한 금융 비리를 파헤치는 평검사의 활약상을 그린다.


‘블랙머니’ 기획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영화사 질라라비 양기환 대표가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제안 후 7년이 걸렸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블랙머니’와 동시에 또 다른 작품도 함께 준비했다”라고 회상했다.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좋은 세상? 공정하고 자유로워야죠"[NC인터뷰]


론스타 사건을 선뜻 영화화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정지영 감독은 “쉽지 않았으니 7년이 걸린 게 아니냐”라며 웃었다.


이어 “시나리오를 고치기를 반복했다. 사실과 픽션을 어떻게 배합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온 사건인데 그 세월을 영화에 어떻게 집약하느냐도 중요했다. 배경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 영화의 배경이 2011년인데,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정지영 감독은 한국 사회 이면의 어두운 곳을 비추며 비판적 시각을 놓지 않았다. '부러진 화살'(2012), '남영동1985'(2012)를 비롯한 영화에 이어, '천안함 프로젝트'(2013), '직지코드'(2017),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2017) 등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날 정지영 감독은 “사회 이야기를 계속하는 건 내 취향이기 때문”이라며 “사람의 관계가 변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회 환경, 당대의 이데올로기 때문이라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고 어떤 역사적 시점에 있느냐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사회 이면의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정지영 감독은 “지식인이라면 그런 책임감을 다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책임감이라기엔 거창하다”라고 말했다.


정지영 감독은 “고교 시절 나는 문학 소년이었다. 그때 참여문학이나 순수문학이냐를 두고 많이 싸웠는데, 나는 참여문학의 편에서 응원한 입장이었다. 그러한 자질들이 쭉 이어오는 게 아닐까”라고 전했다.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좋은 세상? 공정하고 자유로워야죠"[NC인터뷰]


어떤 이야기에 관심이 가냐고 묻자 정지영 감독은 “당대 언급이 되어야 하지만 그냥 지나치거나 은폐된 것들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본다. 이면을 캐고 싶다”라며 “그것이 우리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때 더욱더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관객은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를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 그들에게 ‘아니야, 이건 재미있는 이야기야’라는 말을 하고 싶다. 예술을 한다면 관객과 상관없이 할 텐데, 난 예술가는 아니다. 관객과 많은 대화를 하고 싶다”라고 철학을 말했다.


또, 정지영 감독은 “공정한 사회가 좋은 세상이다. 이 사회는 공정하지가 않다. 우리가 마치 자유롭게 사는 사회라고 말하며 강조하는데 자유로움만으로는 안 된다. 자유롭고 공정해야 한다. 그런데 자유는 제법 있는 것처럼 하면서 공정하지 않으니 실제로 그건 자유로움이 아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지영 감독은 ‘남부군’, ‘하얀 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블랙잭’ 등 메가폰을 잡으며 1990년대 한국영화계를 이끌었다. 1982년부터 횟수로 37년. 영화 연출 외길을 걸었다.


이날 권태기가 온 적은 없냐는 물음에 정지영 감독은 “영화요? 어떻게 권태기가 와요?”라고 반문했다.


정지영 감독은 “현재 쉬고 있는 많은 감독이 있다. 60대 감독은 거의 놀고 있다”라며 “하지만 그 사람들은 준비 중이다. 놀고 있는 게 아니다. 다 자기 영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기회를 못 만날 뿐”이라고 말했다.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좋은 세상? 공정하고 자유로워야죠"[NC인터뷰]


이유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투자 실무자들은 젊은데, 나이가 많은 감독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게 아닐까. 비판하기에 조심스럽고 대우도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정 감독은 “영화 제작은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일은 일일 뿐, 나이와 상관없다”라고 강조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던 정지영 감독은 “열심히 살았지 뭐”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지나온 일에 크게 감동도, 후회도 안 하는 편이다. 미래를 바라보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정지영 감독은 “영화가 재미있다. 영화 말고는 할 일이 없다”라며 “나이가 들면 삶을 관조하는 시선이 생기는데, 그보다 나는 호기심을 갖는 편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길이 생기면 꼭 가봐야 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호기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블랙머니’는 오는 11월 13일 개봉한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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