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기획]봉준호 '기생충', 비영어권 후보 이례적 지명의 의미

최종수정2020.01.14 10:07 기사입력2020.01.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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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아카데미 비영어 '기생충' 6개 후보 이례적
수상 가능성↑ 한국영화사 기념비적 순간

[NC기획]봉준호 '기생충', 비영어권 후보 이례적 지명의 의미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무려 6개 후보로 지명됐다. '로컬'의 벽을 뚫은 것이다. 이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13일 오전 5시 18분(현지시각)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발표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국제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미술상(이하준·조원우), 편집상(양진모), 각본상(봉준호·한진원), 감독상(봉준호), 작품상(곽신애·봉준호) 등 무려 6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한국영화는 지금까지 아카데미 시상식에 3차례 후보로 지명된 바 있다. 2005년 열린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박세종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축!생일'(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2013년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민규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아담과 개'(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2016년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유스'(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조수미(주제가상 부문)가 노미네이트됐다.


그러나 한 작품이 무려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된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기생충'은 지난해부터 역사를 써왔다. 2019년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기록을 썼다. 이는 한국영화 100년에 전해진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후 한국 영화계는 크게 고무됐다. 2018년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들어 올리는 걸 지켜보며 '그래도 아시아 영화감독이 받았으니'라며 의미를 애써 되새겼던 전년과 오버랩되며 더욱더 값지게 다가왔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커다란 동기부여도 됐다. 봉준호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를 통해 이미 북미 지역에서 인지도를 얻었지만, 비주류로 꼽혀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칸 황금종려상을 받았더라도 아카데미까지 노리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NC기획]봉준호 '기생충', 비영어권 후보 이례적 지명의 의미


이러한 예상은 '기생충'의 북미 개봉 직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봉준호 감독도 북미 흥행은 예상하지 못했을 터. 하지만 '기생충'은 620개까지 수를 확장하며 북미 박스오피스 누적 매출 2,390만 739달러(약 279억 원)를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기생충'은 전미 비평가위원회(외국어영화상), 뉴욕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LA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송강호), 필라델피아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워싱턴DC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제9회 호주 아카데미(작품상), 미국영화연구소(AFI 특별언급상),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 각본상) 등에서 주요 부문 상을 석권했다.


제대로 분위기를 탄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한국 영화 최초로 후보로 지명됐다. 결국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역시 한국 영화 최초의 쾌거다.


골든 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주최하고 매년 미국 LA에서 개최되는 시상식으로, 그 영향력이 아카데미상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진짜 로컬'이라 불릴 만큼 비영어권 국가의 영화에 배타적이다. 허나 무려 6개 후보에 지명된 만큼 기대감은 남다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929년부터 아카데미 회원들이 뽑는 상으로 오랜 역사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최대 영화 시상식이다.


[NC기획]봉준호 '기생충', 비영어권 후보 이례적 지명의 의미


실제 아카데미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수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 대부분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그렇기에 '기생충' 역시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놀라운 건,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인데도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는 점이다. 아카데미는 '로컬 시상식'이라는 별명이 붙은 바. 아무리 작품이 좋더라도 비영어권 영화는 후보에서 배제시키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렇기에 '기생충'도 칸 영화제와 골든글로브에서 최초로 상을 들어 올렸지만,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감을 선뜻 갖기란 쉽지 않았다. 92년의 역사를 지켜온 '로컬의 철옹성'을 뚫기란 쉽지 않은 까닭이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는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외신에서는 "그간 한국 영화를 홀대해 왔다"라는 비평을 쏟아내며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아카데미가 '기생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대변해준 것이다.


이처럼 '기생충'은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매번 한국 영화의 역사를 쓰고 있다. 칸 영화제에 이어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후보 지명까지. 유의미한 행보로 새로운 차원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 한국 영화계의 시선은 2월 9일로 쏠렸다. 수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또 하나의 역사적 순간을 마주하길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 '기생충'이 '그들만의 잔치'에서 '우리의 잔치'를 즐기게 해줄지 주목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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