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블랙독' 유민규, 기다림의 끝에서

최종수정2020.02.12 19:31 기사입력2020.02.1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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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대치고의 살벌한 정교사 전쟁 속 6년이나 버틴 지해원과 2년여의 공백기를 거치며 연기를 향한 절실함을 알게 됐다는 유민규. 두 사람은 묘하게 닮아있었다. 유민규 스스로도 "생각 속의 지해원이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드러냈다"고 말했을 정도로 '블랙독' 속 지해원은 유민규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던 지해원이 정교사로 거듭났듯, 유민규 역시 기다림 끝에 '믿고 보는 배우'의 입지를 다지는 날만 남았다. 그리고 '블랙독'은 그 시작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NC인터뷰]'블랙독' 유민규, 기다림의 끝에서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블랙독'(연출 황준혁, 극본 박주연)은 기간제 교사가 된 사회 초년생 고하늘(서현진 분)이 학교에서 꿈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민규는 6년 차 기간제 교사 지해원 역을 맡았다. 유민규는 정교사 자리를 두고 서현진과 대립하는 등 쌀쌀맞고 차가운 면모를 보이다가도, 정교사 자리를 향한 간절함과 학교를 향한 애틋함 등 기간제 교사가 가질 수밖에 없는 다양한 감정을 탁월하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블랙독'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헛헛하고 아쉬웠다. '블랙독' 현장에서 정말 너무 많은 걸 배웠다. 좋은 사람도 많이 얻었고,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역시 지해원이 학교를 떠나던 장면을 꼽았다. 그는 "시험을 보는 순간부터 문수호(정해균 분) 부장님과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까지의 감정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 다시 평가받고, 살아남으려고 하는 모습들이 자꾸 뇌리를 스치면서 지금 생각해도 울컥할 정도"라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어 "면접 보면서 '고등학교 때 은사님이 계셨다'는 대사를 할 때도 제 모습이 대입됐다. 연기를 하면서 지금이 되기까지 저를 도와주시던 분들이 떠오르더라.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6년 동안 힘들었는데'라는 대사를 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 눈물을 계속 참았다"고 털어놨다.


[NC인터뷰]'블랙독' 유민규, 기다림의 끝에서


6년 차 기간제 교사인 지해원. 유민규는 그런 지해원을 연기하기 위해 직접 여러 선생님을 만나고, 심지어는 수업 시연을 하는 장면을 위해 인터넷 강의까지 들었다고. 그는 "기간제 선생님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놀랐던 부분이, 정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상황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들이 느낀 고충 같은 걸 나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수업하는 장면이 나올 수 있으니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학교 다닐 때도 안 들었는데.(웃음) 처음에는 수업하는 장면 등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는 수업하는 걸 멋지게 보여주는 것보다는 교내에서 일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더 집중해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유민규는 기간제 교사의 삶과 배우로서의 삶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아 캐릭터에 녹여냈다. 그는 "배우도 일이 일 년 내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닮은 것 같다. 지금 아무리 잘해도 다음이 어떻게 될 줄 모르는 것처럼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남에게 평가받고, 또 인정받기 위해 살지 않나. 그런 면에서 지해원이 '여기 남아서 가르칠 거야'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 마음 자체가 공감됐다. 저도 배우가 좋고 연기가 좋으니 끝까지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 거니까"라고 속마음을 전했다.


[NC인터뷰]'블랙독' 유민규, 기다림의 끝에서


결국 지해원은 정교사의 꿈을 이뤘지만, 6년 동안 몸담았던 대치고는 떠나게 됐다. 이에 대해 유민규는 "저도 처음에는 다른 엔딩을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사립이든 공립이든 학생들은 있는 거고, 그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이 있는 거 아닌가. 아쉽긴 하겠지만 학생들을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지해원이라면 이 학교가 아니더라도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해원의 이야기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후회를 두지 말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웃으면서 떠났잖아요.(웃음)"


유민규는 '블랙독'에서 서현진, 라미란 등 탄탄한 내공을 지닌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탁월한 연기 호흡뿐만 아니라 배우들 간의 애정도 깊었다고 말하는 유민규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다른 배우분들이 너무 잘하셔서 제가 굳이 뭘 하지 않아도 장면이 만들어지는 게 신기했다. 난 그냥 가만히 듣고 있을 뿐인데 '이게 이렇게 보여지는 구나'라는 걸 알게 될 때마다 신기했다. 배우들부터 스탭분들, 감독님 연출까지 삼박자가 정말 잘 맞아서 이렇게 잘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사실 기가 많이 죽었어요. 너무 쟁쟁한 배우분들이잖아요. 긴장도 많이 했는데 제가 했던 긴장이 쓸모없다고 느껴질 만큼 모든 배우분들이 자기 것도 가져가되 상대방도 배려해주시는 연기를 하셨죠. 배우 간의 호흡은 정말 1등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처음 만난 분들인데 10년은 같이 연기한 것처럼 가까워졌어요."


[NC인터뷰]'블랙독' 유민규, 기다림의 끝에서


지난 2017년 '명불허전' 이후 2년 만의 복귀작.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 만난 작품이었기에 유민규에게 '블랙독'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에게 '블랙독'이 어떻게 기억될 것 같냐고 묻자 "많은 걸 가져다준 작품이라고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블랙독'을 시작으로 연기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공백기가 있었기에 더 열정이 생기고 절실해지지 않았을까. 지해원 같은 느낌이었다. 초조해지니까 실수도 많이 하게 되는 시기. 그런 기간을 거친 뒤 해탈하는 경지로 갔다가 다시 마음을 잡으니까 그제야 긴장이 좀 풀렸다. 긴장이 풀린 다음의 집중과 초조한 시기에 하는 집중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민규는 2년여간의 공백기를 "마음이 더 단단해지는 계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많은 경험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는 여러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삼성동 회사 단지에 있는 일식집이었다. 봄, 가을에는 진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바빴다. 그러면서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보면서 공부가 됐다. 어렸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보긴 했는데 어렸을 때 했던 느낌이랑 제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느낌이랑은 많이 달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아르바이트 가게 사장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제가 배우인 것도 알고 계셨죠. 매번 아무렇지 않게 얘기해주셨지만 항상 '본업에 충실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미팅이나 오디션이 있을 때도 흔쾌히 가라고 해주셨어요. '블랙독'에 출연하게 됐다고 했을 때 함께 기뻐해 주셨어요. 사실 정말 맛있는 집이거든요. 보답하기 위해 '블랙독' 팀과 함께 식사하러 갈 예정입니다.(웃음)"


기간제 교사에서 정교사로 거듭난 지해원처럼, 유민규도 '블랙독'을 통해 한층 더 깊이 있는 배우로 거듭나지 않을까. 유민규는 고개를 저으며 "저는 아직도 시험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 활동을 '입시'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창훈 형님이 '입시'라는 단어를 써서 표현해주셨다. 저도 배우 활동이 많은 시련을 거쳐야 하는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입시'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그 단어가 되게 마음에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2006년 모델로 데뷔한 유민규는 올해로 데뷔 15년 차를 맞았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신인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블랙독'으로 다양한 캐릭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더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많을 터. 유민규는 "안 해본 배역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 스릴러 등 장르물처럼 깊숙이 파고들 수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아니면 편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코미디물도 좋다"고 소망했다.


마지막으로 유민규에게 올해 목표를 묻자 그는 수줍게 웃으며 '열일'을 꼽았다. 그는 "쉬지 않고 작품 하고 싶다. 체력 보충도 이미 2년 동안 많이 해놨고, 여행도 안 가고 싶다.(웃음) 에너지가 많이 남아있으니 계속 작품을 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계속해서 이어질 그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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