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예수정·배삼식 작가가 밝힌 '화전가' 그 뒷이야기

최종수정2020.03.29 08:00 기사입력2020.03.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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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김진선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화전가'는 유난히 큰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이성열 예술감독과 배삼식 작가, 거기에 예수정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많은 관객들의 기대작으로 손꼽혔기 때문입니다. 국립극단 70주년을 맞아 그 포문을 여는 첫 작품으로 우리 곁에 가깝게 다가왔지만, 개막 며칠을 앞두고 '공연 취소'를 알린 '화전가'. 아쉬운 마음을 접을 수 없어, 공연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를 조심스럽게 풀어봅니다<편집자 주>


'화전가'는 전쟁을 코앞에 둔 위태로운 시기를 온전히 서로에게 의지한 채 살아낸 여인들의 삶을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배우 예수정, 배삼식 작가. 사진=김태윤 기자

배우 예수정, 배삼식 작가. 사진=김태윤 기자


배우 예수정, 배삼식 작가. 사진=김태윤 기자

배우 예수정, 배삼식 작가. 사진=김태윤 기자



Q. '화전가', 어떤 내용인가요


배삼식 작가: "봄기운이 무르익을 때, 삼월이 지나면 여인들만 놀러나간 놀이를 화전 놀이라고 해요. 그날만큼은 유일하게 모든 것을 잊고 활개도 치고 숨도 쉬는 날인 거죠. 전도 부쳐먹고, 술도 마시고요. 당시 그분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이겠어요. 화전놀이 다녀와서 여성들이 방에 앉아 쭉 써내려간 가사를 규방가사라고 하는데, 자료가 많이 남아 있어요. 작품 전체가 아름다운 지금을 기억하기 위한 노래예요."


예수정: "아버지와 남편, 아들에 사위까지, 본의아니게 나라에 헌납한 여자들의 이야기예요. 원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한 가족의 섬을 부순 거죠. 남아있는 딸, 며느리, 시누, 오래 함께 집안일을 해준 할매 등 여인들이 모여서 과거를 회상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닥쳐올 전쟁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요."


Q. 이성열 예술감독님과 배삼식 작가님, 그리고 예수정 선생님의 호흡으로 기대가 높은 작품입니다.


"작품이 워낙 잘 짜여 있어요. 연출과 작가의 호흡도 기대 되고요. 제 마음 속 두 분의 색은 정말 다르거든요. 하지만, 촘촘하면서 내면을 살피는 기본 라인이 두분의 공통점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두 분의 다른 점이 작품 속에서 다양성으로 드러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어떠한 빛처럼요."


Q. 이성열 예술감독과의 호흡은 어떠셨나요. 앞서 인터뷰에서 작가님과의 만남을 10년 기다렸다고 하셨어요.

배삼식 작가. 사진=김태윤 기자

배삼식 작가. 사진=김태윤 기자



배삼식 작가: (저 역시) 10년 기다렸어요(웃음). 다른 부분도 있고 비슷한 부분도 있을텐데, 같이 작품 준비하는 과정이 새롭더라고요."


Q. 대본을 받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예수정: "사투리가 많아서 대본 처음 받았을 때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했어요. 차라리 영어가 쉽겠다고요(웃음). 근데 생각해보니까, 우리도 외화보다보면 자막 없어도 이해될 때 있잖아요. 장면이 확 들어오는 거죠. 그런 가능성을 생각했어요. 작가님이 언어가 주는 음악적인 요소를 살리고 싶으셨다는데 잘 맞아떨어진 거 같았어요."


Q. 무대 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에도 자주 모습을 비추시고 있으세요. 무대의 힘이 있다면요?


예수정: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많이 배워요. 드라마나 영화를 하면 잘못한 게 떠오르지 않는데, 연극을 하면 인생에 뭐가 있는지, 내가 잘못한 것도 기가막하게 떠올라요. 배우가 아니라 인간 예수정의 삶에 도움이 돼죠. 잊어버릴 수 없게 만드니까요."


Q.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라고 작품을 소개하셨더라고요.


배삼식 작가: 남편, 아버지를 사회에 헌납했던 여인들, 그 당시 의미가 과잉되고 거대했을 거예요. 민족 통일이냐, 친일이냐 반일이냐 등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 밖으로 흘러나왔더 때니까요. 그런 ㄳ들이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그럴 때 실제로 잊혀진 채로 지탱하던 그 세계에서 부드러운 옷의 촉감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인들이 삶을 위로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크고 중요한 차원이 아니라, 사소하고 의미없이 주고받는 수다 속에서요.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그런 시간 앞에서 지속될 오랫동안의 기억의 순간을 남겨두려고 하는 거죠."


Q. 작품을 어떻게 그리시고자 했나요

배우 예수정. 사진=김태윤 기자

배우 예수정. 사진=김태윤 기자



배삼식 작가: "우리의 삶은 중요해요. 의미에 집중하는 말들이 넘쳐나는데, 의미로 나눌 수 없는 순간이 있죠. 그런 순간을 그려보고자 했어요. 관념, 신념, 도덕적 가치 말고,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삶이요. 무대에서 술도 마시고, 바스락 거리는 의상도 입고, 가장 몸에 맞닿아 있는 촉감과 맛을 전달할 수 있게요. 그래서 사투리도 더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언어적인 게 중요하니까요."


Q. 작품에서 배우의 활약이 대단할 거 같습니다. 쉽지 않으실 거 같아요.


배삼식 작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더 힘있을 수 있어요. 말 몇마디 보다 예수정 선생님의 침묵이 더 깊은 것을 표현하는 거죠."


예수정: 작가의 내면이 있어서 그럴 거예요. 보이는 게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거죠. 치졸하게 살지만, '난 아니야. 잊어버리고 산 거야. 싫어하지만 지금이니까 이런 거야'라고 생각하고 한발자국 뛸 용기가 생기는 거죠. 희망은 사람들을 살게 하는 힘이에요, 사소하게, 관념적으로든 어떻게든 나오죠. 이런 작품이 나온다는 게 안심이 돼요. "


Q. 작품을 구상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어디인가요.


예수정: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그런 인물이 되지 않게요. 실제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화전놀를 가 외투를 확 벗어던지고 현실을 즐기는 거죠. 역사 속에 마냥 묻히는 인물로 그리고 싶지 않았어요."


배삼식 작가: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 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허구로 재생산된 이미지잖아요. 저와 가까운 할머니도 비슷한 삶을 사셨어요. 온화하고 단정하고, 굉장히 힘든 일도 아주 가볍게 여기고 그렇게 말씀하셨죠. 탄식와 한숨 속에 연민이 묻어나지 않았어요."


Q. 작품이 너무나 기대됩니다.


"너무 진부하고 빤한, 그런 여성들의 얘기가 아니에요. 그 시대 여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돼 좋더라고요. 역사 속에서 그려진 박제된 삶이 아니라, 여성들의 의연하고 개방적인, 시원한 모습이 그리길 바라요. 그러면서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은 삶이요. 뜨겁고 의리있는 한 사람의 생명이요."


사진=김태윤 기자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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