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①]'난설' 유승현 "관객에게도 지음이 될 수 있는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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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①]'난설' 유승현 "관객에게도 지음이 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최종수정2019.08.24 08:00 기사입력2019.08.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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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이 말하는 난설

배우 유승현.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배우 유승현.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무대에서 관객을 웃고 울리는 배우들부터 미래의 예비스타까지 서정준 객원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만난 이들을 알아보는 인터뷰 코너 '서정준의 원픽'입니다.


[서정준의 원픽] 생각하는 배우 유승현을 만나다.


지난 2일 오후 대학로 한 카페에서 뮤지컬 '난설'에 출연한 유승현을 만났다. 오는 25일까지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공연되는 '난설'은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으로 꼽히는 허난설헌의 이야기를 무대로 만들었다. 역모를 모의한 누명을 쓰고 처형당하게 된 허균이 마지막 밤에 이달과 초희를 만나 셋이 마음을 나누던 시절을 되돌아보는 작품으로 허초희 역에 정인지와 하현지, 이달 역에 유승현과 안재영, 허균 역에 유현석과 백기범이 출연한다.


유승현은 '리틀잭', '광염소나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설의 리틀 농구단', '빈센트 반 고흐', '더 픽션', '홀연했던 사나이', '배니싱', '파가니니', '달과 6펜스' 등 수많은 창작 뮤지컬을 만든 배우다. 그런 그가 조선시대로 돌아가 '난설'에 도전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막힘없는 대답을 들려줬다. 말을 잘 할거라던 관계자의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었다. 말을 잘한다는 건, 평소에도 늘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왔다는 이야기다. 이런저런 질문에도 자신의 대답을 정확하게 전달할 줄 아는 배우 유승현이었다.


배우 유승현.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배우 유승현.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공연하고 있는 배우 유승현입니다.


현재 공연하고 있다면 앞으론 다른 것을 하겠다는 이야기인가요(웃음).

그런건 아닌데(웃음) 무대는 항상하지만, 더 소중히 하기 위해서 다른 일도 생각하고 있어요. 공연에만 집착하다보면 공연을 좀 소홀하게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무대를 조금 줄이고 다른 일을 좀 더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배우를 더 소중히 오래하려면 다양한 것을 접해봐야할 것 같아요.


근황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요즘 뭐하며 지내시나요.

요즘 뮤지컬 '난설'이랑 '리틀잭' 하고 있어요. 한 쪽은 거문고, 한 쪽은 기타를 치고 있어요. 그리고 낮시간에는 몸을 쓰는 농구를 하고 있어요. '전설의 리틀 농구단'이 개막을 앞두고 있어서 한창 준비중이거든요. 2년만에 만났는데 작품이 많이 발전해서 기대감을 갖고 준비하고 있어요.

배우 유승현.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배우 유승현.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일정이 많이 겹치다보면 힘이 들겠어요. 저도 일이 바빠질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 상황일수록 일정한 루틴을 지키는 게 중요하더군요.

처음에는 사실 내가 이걸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했어요. 그런데 인간이 대단한 게 바쁘긴 하지만 일 때문에 지치거나 하진 않아요. 연습가면 연습하고, 공연가면 공연해요. 그래서 더 루틴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변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일이 바빠지면서 오히려 더 루틴이 중요해졌어요.

제겐 공연 기간, 하루가 아니라 번외적인 루틴으로 여행도 있어요. '배니싱' 공연 후에도 3개월 쉬었죠. 그런 것도 루틴이더군요. 사람 마음이 사실 제가 쉬는 사이에 다른 친구들의 캐스팅 소식이 뜨면 부럽기도 하지만, 내가 쉬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딱 엔진을 끄고 쉬었어요. 그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내년 여름까지 또 열심히 달릴 생각이에요. 그 다음 여행을 위해서 적금도 붓고 있죠(웃음).


배우 유승현이 본 '난설'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난설'이란 작품 자체가 실존인물을 다룬 거잖아요. 사람들마다 다르게 보실 수 있겠지만, 세 명이 서로의 '지음'이었다는 게 중요해요. 허초희나 이달, 허균이란 실존인물은 서로 결핍이 있지만, 상대의 마음을 알아봐주고 안아주고 물어봐주거든요. 그게 작품의 포인트랑 가장 크게 닿아있지 않나. 그래서 예를 들면 사랑이란 단어도 다양하게 쓸 수 있겠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게끔, 저 사람은 내가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봐주는 사람이란 걸 어떻게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공감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이달' 캐릭터에 접근하며 작품을 만든 과정도 궁금하네요.

사실 고증도 있지만 픽션도 좀 가미된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처음 포인트는 '비트(beat)'라고 생각했어요. 옛날 사람과 지금 사람들의 생활이나 속도감은 전혀 다르잖아요. 지금의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템포가 많이 빠르거든요. 그런데 옛날 시를 노래했던 사람은 특히 템포가 느리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아픈 것도 '아프다'고 말하기보다 왜 아픈지 좀 더 한번 곱씹어보는 거에요. 그런 시간의 흐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흐름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호흡을 느리게 가져가려고 노력했어요.

대사에서 주어지지 않는 상대방의 동작이나 감정을 어떻게 하면 캐치해서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그리고 시라는 게 쉽게 정의할 수 없고 관객들에게 '이 시는 이런 뜻이에요'라고 강요할 수도 없잖아요. 그렇지만 아무 의미 없이 던져줄 순 없으니 우리의 의도를 관객들에게 어느정도까지 가이드라인으로 잡아줄 수 있을까 그런 포인트를 고민했어요. 뜻은 전하지만, 그 뜻을 강요하지 않으려 했죠.

배우 유승현.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배우 유승현.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실제로 무대에 오르며 관객을 만나는 느낌은 어떤가요.

완성이란 단어를 쓰긴 좀 그렇지만, 저희가 관객분들을 대상으로 해서 보여드리는 공연이 만들어졌잖아요. 작품을 만나는 순서의 차인거 같은데 작가, 작품이 컴퍼니 만나고 배우를 만나고 스태프를 만나는 게 첫 과정이고 또 하나가 관객을 만나는 과정인데 그러면서 점점 작품이 하나가 되는구나. 결이 정리되고 있구나 싶어요.

저희가 생각치 못한 부분을 관객분들이 느끼시는 것도 있고 저희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다고 느껴질 땐 또 보강을 해야하고요. 생각의 흐름을 더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 찾아낸 장면들도 있고요. 너무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하기보다 생각을 전해줘야겠다 싶은 그런 느낌의 장면도 있고요. 첫공과 지금 사이에 달라진 점이라면 '이달'이란 사람이 왜 존재하며 '난설'을 통해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그 색깔이 좀 더 강해졌다고 느껴요.


프레스콜에서도 남자 배우들이 '우리를 통해 결과적으론 허초희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말을 했어요. 작품내 비중이나 분량을 떠나서 결과적으론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전달하겠다는 의미인데, 꽤 어려운 일이 아니었나 싶어요. 실제론 많은 작품들이 그렇지 못하고 시선을 분산시키곤 하거든요.

사람이니까 저도 처음 제안이 오면 제가 어떤 비중의 어떤 역할인지를 봐요. 그런데 일단 연습에 들어가면 그런 건 보지 않죠. 작품이 보여야 저희가 보이니까요. 다만 하나 고민했던 건 허초희가 '신여성'으로서 보일까봐 고민했어요.

저희는 허초희란 인물이 있었고 다만 그 사람이 조선시대에 살았고 그래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저희가 서로의 '지음'이었고… 그런 걸 전하려 했어요. 허초희를 여성으로서 어떤 위기에 맞서 싸운 신여성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죠. 허초희가 여성으로서 시를 썼기 때문에 대단한 인물이라고 부각되기보다 하나의 사람이었다고 보여줘야 허초희가 더 빛나지 않을까 싶었죠.

첫 장면도 두 남녀가 서로를 알아보고 마주보는 장면인데 여기에도 선입견이 있죠. 남녀가 보통 부드럽게 보면 두 사람의 사랑을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도 볼 수 있지만 꼭 이성적인 감정의 사랑이 아니라 존경일 수도 있고 다양한 자세와 사랑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물론 허초희를 사랑하지만, 그게 '너랑 결혼해야지'가 아니라 상대가 가진 생각의 건강함과 위대함에 대한 존경심을 첫 만남 때 갖고 있거든요. 그런 느낌을 더 느끼려고 하고 있어요.


무대가 경사진 느낌으로 특이하고, 여백이 많아 배우들에게 시선이 집중됩니다. 전체적으로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볼법한 무대라는 느낌. 기발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무대 디자인이나 그런 게 사실 배우들의 영역은 아니지만(웃음), 그렇지만 저희도 연습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도 해요. 무대가 수묵화처럼 만들어진 느낌이에요. 사람에게 시각이 무척 중요한 감각이잖아요. 무대가 너무 세련되거나 해버리면 거기에 눈을 뺏겨 생각을 막아버릴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열어두기 위한 포인트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실험적인 무대처럼 보이지 않았나 싶고요. 배우들의 입을 통해 나가는 말도 있지만, 머릿속 생각의 흐름이 잘 보여야 하는 작품이라 무대를 더 비워두고 배우들에게 집중하게 만든 것 같아요.

배우 유승현.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배우 유승현.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난설'을 비롯해 '리틀잭'이나 '전설의 리틀 농구단' 등 창작 작품을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배우로서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과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일단 1순위로 창작 초연을 하고 싶어해요. 잘된 작품들도 너무 오랫동안 공연되며 완성된 작품은 잘 컨택하지 않아요. 그 이유가 개인적으로 창작 초연을 만들며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해요. 그걸 통해서 인생을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창작 초연 테이블 작업하고, 대본 만들고 그런 결과물을 보면서 예전에는 왜 작품이 이렇게 쓰여져있을까 혹은 여기서 이런 게 말이 될까? 이건 이렇게 가야할 거 같은데…라며 개인적으로 바라보려 했다면, 요즘에는 작가나 작곡가가 이 작품을 왜 쓰고 싶어했고 그 안의 의미가 무엇일까. 거기부터 생각을 하려 하는데 이것도 제가 작품하며 배운 지점인 것 같아요. 보여지는 텍스트를 넘어 상대를 이해해야겠구나 느꼈고 장르마다 접근방식은 다르겠지만,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모먼트'를 만드는 것도 좋고 인생을 배워가는 걸 느껴서 창작 초연을 많이 선택하는 것 같아요. 물론 만드는 과정은 힘들지만요(웃음).


그렇다면 뮤지컬 '난설'에서 만난 모먼트는 어디일까요.

'난설'은 가장 힘든점이 시대가 다르다는 거였어요. 삶을 살고 있는 비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아무리 당시 시대가 그래도 얼자(천민(賤民)에 속하는 첩이 낳은 자손)라는 이유만으로 붓도 꺾이고 얻어맞죠. 그럼 지금은 '나한테 왜 그러냐'라며 해결하려 할텐데, 그게 아니에요. 생각의 방향이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내 안으로 돌죠.

둘째 형은 왜 내 붓을 부러뜨릴까. 시대상황도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 이런 방향부터 스타트되는 거죠. 형도 나쁜 사람이 아니라 시대가 형을 저렇게 만들었으니 안타깝구나 하면서요. 현대 기준으론 이해가 잘 안되는 거에요. 대신 그 화를 시로 표현하죠. 양반들만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얼자도 천민도 쓰게해서 삶을 살아가는데 마음을 윤택하게 만들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시를 썼고요. 큰 일에 대한 시도 썼겠지만, 요즘 말로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기도 하겠죠. 그런 걸 시로 표현하려 했던 인물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오히려 그걸 안타까워했던 허균이 홍길동전을 썼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내면에서 돌리며 해결하고 시로 표현했던 삶이라서 그런 모먼트를 찾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뮤지컬 '난설'을 예매해야하는 이유를 꼽아본다면 뭐가 있을까요.

사람이 살다보면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동시에 많이 겪잖아요. '난설'은 사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도 생각해요. 살다보면 여러 좋은 일 나쁜 일을 겪게 되는데 '난설'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결핍과 생각을 서로 알아봐주는 '지음'의 이야기니까 관객분들도 공감대 형성이 쉬울 것 같아요. 캐릭터를 통해 현재 나의 감정을 많이 공유하실 수 있을 거에요. 어려운 작품이 아닙니다. 누구나 한 번쯤 보시면 스스로의 인생에도 도움이 될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NC인터뷰②]'난설' 유승현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게 배우죠"로 이어집니다.


[뉴스컬처 서정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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