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①]'원모어' 유제윤 "소중한 것 흐릿해질 때 떠오르는 뮤지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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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①]'원모어' 유제윤 "소중한 것 흐릿해질 때 떠오르는 뮤지컬이죠"

최종수정2019.09.12 09:54 기사입력2019.09.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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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윤이 말하는 '원모어'

배우 유제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배우 유제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무대에서 관객을 웃고 울리는 배우들부터 미래의 예비스타까지 서정준 객원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만난 이들을 알아보는 인터뷰 코너 '서정준의 원픽'입니다.


[서정준의 원픽] 잘 걷고 있는 배우 유제윤을 만나다.


지난 16일 오후 대학로에서 뮤지컬 '원모어'에 출연하는 유제윤을 만났다. 오는 9월 7일부터 10월 27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원모어'는 웹툰 '헤어진 다음날'을 원작으로 한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원하지 않는 타임루프에 갇힌 인디밴드 보컬 유탄과 헤어진 여자친구 다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원모어'는 유탄 역에 유제윤, 황민수, 김진욱, 다인 역에 문진아, 서유나, 이효은, 아버지 역에 원종환, 라준, 타로 술사 역에 김아영, 김은주가 출연한다.


배우 유제윤은 크게 주목받거나 인기를 얻으며 성장한 배우는 아니지만, '빨래'를 비롯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 '무한동력', '그 여름, 동물원', '에어포트 베이비', '톡톡',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구내과병원', '판' 등 인간미와 웃음을 담아낸 작품들에 출연하며 빠르지 않지만 단단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런 그에게 뮤지컬 '원모어'는 어떤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중인지 질문했다. 그는 신중하고 꼼꼼하게, 걸어온 속도처럼 인터뷰에 응했다.

배우 유제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배우 유제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배우 유제윤입니다. 그리고 빅토(엄지발가락)라는 이름으로 뮤지션 활동도 하고 있어요. 음악은 2013년부터 했어요. 2008년에 빨래로 데뷔한 뒤 학교도 다니고 배우활동도 하다가 개인적인 이유로 연기를 그만두고 2013년부터 음악을 했죠. 밴드였는데 2년 정도 활동하면서 멤버들이 하나씩 떠나고 저 혼자 남게 돼서 배우와 연기를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시 복귀하게 된 게 '여신님이 보고 계셔'였죠.


독특한 자기소개네요. 근황을 들어보고 싶은데 뮤지컬 '원모어'에 참여 중입니다. 실제로 인디밴드를 경험한 게 도움이 많이 되겠어요.

아무래도 맞닿는 부분들이 있죠. 인물의 기본적인 배경이나 극의 사건과는 상관이 없지만, 곡을 쓴다는 설정이나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으로서의 고충. 그런 것에 대한 공감대가 있으니까요. 이전작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도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현실에 처했던 카츠로란 인물을 연기했거든요. 그런 식으로 현실적인 부분들, 이 인물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어떤 압박감속에 받고 있으며 그걸 어떻게 결정하고 선택하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근황 토크니까 올해 했던 다른 일들도 좀 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계속 생각해보면 올해는 작품 연습과 공연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3월에 서울에 이사했거든요. 3월초 이후로는 계속 작품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죠. 그래서 '빅토' 활동도 지금은 좀 쉬고 있고요. 배우로서 지내고 있죠.


'구내과병원', '원모어',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까지 연이어 공연을 소화하네요. 요즘 너무 바쁠 것 같아요.

작년에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판', '톡톡', '트레이스유'까지 별 여유 없이 연이어 공연했었거든요. 올해도 이렇게 바쁘게 지내게 됐는데 개인적으론 좀 고맙고 행복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제2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웃음). 이렇게 많은 작품에서 찾아주는데는 아무래도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판'도 초연부터 같이 했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초연이었어요. 올해 했던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은 이전에도 했 이전에도 했던 공연이지만 많은 게 바뀌어 초연이나 마찬가지였고요. '구내과병원', '원모어',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까지 계속해서 창작 초연을 맡으니까 그에 따른 부담이나 어려움이 당연히 있죠.

그런 작업들을 계속하게 되는 것도 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선택해주시는 분들에게도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감사하고 더 잘만들어야 겠다 싶죠. 처음 관객들에게 선보여지는 이야기니까 더 소중하게 하고 싶어요. 처음이라는 건 오히려 조금 안일해지거나 해이해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가장 최선의 것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우 유제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배우 유제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이제 뮤지컬 '원모어' 이야기를 해보죠. 시놉시스를 보면 '원하지 않는 타임루프에 갇힌 유탄이 여자친구 다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판타지 드라마'라고 해요. 그렇다면 배우 유제윤이 연습하며 느낀 뮤지컬 '원모어'는 어떤 이야기일까요.

너무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게, 재밌게 만들려고 저희가 노력하고 있거든요. 소재 자체가 많이 접해봤을만한 이야기라서, 최대한 소재를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같은 넘버를 다른 리듬으로 변주한다거나, 같은 움직임을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다른 식으로 표현한다거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대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 그런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캐릭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게요. 배우 유제윤이 만들고 있는 유탄은 어떤 인물일까요?

현실적인 다양한 압박감과 스트레스 속에서 자기가 좋아했던, 너무나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좀씩 흐릿해진 거죠. 그때 예상치 못한 반복되는 하루 속에 놓이게 됐고요. 거기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데 결국 살면서 가장 소중했던 것들을 깨닫고 가슴에 새기게 돼요. 타임루프 장르에서 많이 등장하는 패턴이지만 저희는 그런 전형적인 것을 굳이 다르게 비틀려고 하기보다는 그것 자체를 흥미롭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인물 역시 마찬가지에요. 주어진 상황이 너무 명확해서 인물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어요. 특별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중요하겠더라고요. 인물로만 보자면 아주 평범하고 흔해요. 음악적으로도 성공하고 인정받고 싶고 돈은 없고. 삶이 점점 지쳐가는 20대 후반의 어떤 흔한 청춘이죠.


창작 초연의 장인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웃음). '원모어' 연습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아무래도 초연이다보니 겪게 되는 과정은 비슷한 것 같아요. '구내과병원'도 그랬고,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도 그랬죠. 늘 시행착오가 있고, 대본이나 음악이 계속해서 바뀌니까 그 상황을 최대한 좀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 역시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만, 최대한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스트레스가 없다면 좋겠지만 초연이 아닌 어떤 작품이어도 생기기 마련인데 그걸 어떻게 최대한 지혜롭게 풀어내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자꾸 변하는 상황을 민첩하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게 대처하고요. 공연이 올라간 이후에도 사실 작품이 변하고 클린업 과정을 거치니까요. 배우라면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야죠. 그런 과정이 없는 게 좋겠지만(웃음) 없을 순 없으니까요.


웹툰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입니다. '원모어'는 이 원작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궁금하네요.

원작이 있는 공연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느냐. 각색을 하느냐 두 가지 방향이 있죠. 각각 고충이 있어요. 원작을 따라가면 본래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무대의 매력을 어떻게 더할 것인가 고민이 있죠. 각색은 '왜 각색을 했고' 원작의 훌륭한 점과 어떻게 다르게 어필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죠.

저희는 원작의 설정이나 배경은 가져왔는데 극의 큰 줄거리는 달라진 케이스에요. 그래서 그런 설정, 디테일한 소스가 있는 게 도움되지만, 각색을 거치며 밀도를 만들어가는 그런 어려움도 있죠.

배우 유제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배우 유제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원작을 읽었는지 궁금합니다. 배우들은 대체로 보는 쪽과 보지 않는 쪽으로 양분되더군요.

저는 이번 작품에서는 대본만 봤어요. 원작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 싶을 때는 물론 참고하지만요. 혹은 원작 외에도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다른 걸 찾기도 하죠. 원작을 보고 준비하는 창작진들이 있으니 거기서 참고해줄만한 이야기들을 전달해주시면서 함께 만들고 있어요.


뮤지컬 '원모어'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일단 소재 자체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보실 수 있는 극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들과, 연인과 오셔도 재밌게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 중 혹시 삶이 무료한 사람이거나 익숙해지는 것들로부터 권태로움을 느낄 때. 그런 분들이 보시면 공감하거나 가져가는 메시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에어포트 베이비'에서 처음 유제윤 배우를 봤고, 이어진 커리어들을 쭉 보니 대체로 평단이나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는 작품들이 많았어요. 특히 결은 다르지만 대체로 따듯함, 휴머니즘이 기반이 된 작품들을 많이 만난 걸로 보입니다. 배우 유제윤이 작품을 만나고 고르는 과정이 궁금해요.

사실 고맙게도 정말 좋은 작품들을 만난 것 같아요. 저도 지난 작품들을 보면 제가 사랑할 수 있는 작품과 인물들을 만났고 조금씩 차이는 있더라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가져갔거든요. 그런 게 배우로서는 너무 뿌듯하고 고맙고 그렇죠. 제가 작품을 고른다거나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은 사실 아니기 때문에(웃음) 스케줄이 허락되면 거의 하는 편이거든요.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의 기준이 있다면 작품을 읽었을 때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게 작업할 수 있는 작품과 인물인지를 보고요. 또 기존에 했던 작품들과 다른 색깔을 표현할 수 있을지 등을 좀 고려하는 편이에요. 같이 하는 동료들도 무척 중요하고요. 제가 신뢰할 수 있는 작가, 작곡가, 연출가, 배우, 컴퍼니 스텝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나름의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죠.


'원모어' 역시 그런 맥락에서 선택한 작품인가요.

일단 타임루프라는 소재는 처음 해보니까요. 그게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모든 배우들이 오디션을 통해 뽑혔거든요. 제가 (김)아영 배우한테 나도 오디션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오디션을 보고 같이하게 된 케이스에요.

배우 유제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배우 유제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뮤지컬 '원모어'는 AOA 유나를 비롯해 새롭게 뮤지컬에 데뷔하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다 성실하더라구요. 뭔가 아이돌, 연예계 활동을 한 친구들은 연습생 기간도 길고 준비한 기간도 길거든요. 그래선지 다들 성실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느껴져요. 사실 아이돌 출신이 아니어도 대부분의 배우들은 성실하니까(웃음) 특별히 뭔가 선입견이 있다거나 '연예인이니까' 같은 생각도 없었어요. 여기 온 시간은 똑같은 동료로 만나고 있으니까요. 그런 인식이 새롭지 않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역시 반복되는 일상을 연기하는 셈이니까, 일종의 타임루프에 빠진 셈이잖아요. 유탄처럼 소중함을 잊게 되거나 할 때도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사실 한 번도 그런 적 없어요. 왜냐면 제가 연기를 잠시 떠나있던 게 공황장애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연기할 수 없기 때문이었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배우'라는 직업을 꿈꿨지만 난 더이상 연기를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고, 그래서 그만둔 거였어요. 그렇지만 무대를 떠나고 싶지 않아서 인물로서가 아니라 유제윤으로서 할 수 있는 다른 걸 찾다가 취미로 곡을 쓰고 기타를 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게 됐죠. 그런데 음악을 통해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자연스러워지면서 음악하는 것 자체가 제게 많은 치유가 됐어요. 그런 저런 시간들을 보내고 다시 복귀하게 된 배우생활이라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합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원모어'를 예매해야하는 이유를 꼽아본다면 뭐가 있을까요?

흥미로운 소재와 훌륭한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앙상블이 있어요. 사랑이든 직업이든 가족이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특별했던 것들로부터 권태로움을 느끼거나, 그런 소중함이 흐릿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것들의 소중함이 갑작스럽게 다가올 때는 누구나 경험해봤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원모어'가 그런 점과 맞닿은 것 같아요.


[NC인터뷰②]'원모어' 유제윤 "30대, 신중하게 조준하고 있어요"로 이어집니다.


[뉴스컬처 서정준 객원기자]



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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