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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현장]"저는 해고인가요?" 존재 그 이유를 말하는 연극 '레드'

최종수정2019.01.10 19:17 기사입력2019.01.1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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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현장]"저는 해고인가요?" 존재 그 이유를 말하는 연극 '레드'

[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자신의 철학과 생각이 곧이곧대로 표현하는 그림에 있어 자신의 주장이 또렷한 작가가 펼쳐 보이는 연극이 관객을 찾았다. 연극 '레드'(연출 김태훈, 제작 신시컴퍼니)는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 화가 마크 로스코의 이야기다. 작품의 무대는 오로지 로스코의 작업실이며 100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그의 작업실로 초대된다.

2011년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초연을 가졌던 '레드'는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2010년 제64회 토니어워즈에서 연극 부문 최우수상을 비롯해 연출상, 조명상, 음향상, 무대디자인상, 남자조연상 총 6개 부문을 휩쓰며 최다 수상의 영예를 얻은 바 있다.

지난 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 극은 10일 오후 4시 전막 시연 간담회로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2인극으로 구성된 작품 속 배우들은 직접 무대 위 캔버스를 짜고 물감을 섞고 심지어 거대한 캔버스에 땀 흘리며 직접 밑칠까지 한다. 예술가의 삶과 인간의 삶을 동시대 이야기하는 작품은 관객들이 한 예술가에 대한 흥미를 끌게 한다.
[NC현장]"저는 해고인가요?" 존재 그 이유를 말하는 연극 '레드'

이날 간담회에는 강신일, 정보석, 박정복, 김도빈 네 명의 배우가 모두 자리했다. 올해로 다섯 번 째 시즌을 함께 맞이한 강신일과 세번의 시즌을 맞이한 박정복의 심정은 어떨까. 이에 강신일은 "8년 전에 처음 작품에 제안 받았다. 영광스럽고 기뻤다. 책을 가지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이 인물을 어떻게 감당할까 싶어 연습이 어려웠다. 초연 때는 인물의 깊이에 대한 이해에 노력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마크 로스코라는 인물을 친숙하게 표현하기 위해 테이블 작업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사실 이번 시즌은 절대 안 하겠다고 굳게 맹세를 했다"며 "잘 모르겠다. 아직도 이해할 부분이 많고 나도 어쩔 수 없이 소멸해가는 세대에 속하는데 이번 시즌은 그러한 연민이 깊다는 생각이 있다. 매 시즌마다 다른 감정이 들고 새롭다"고 말했다.

박정복은 "처음 제안을 받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이 작품을 항상 재미있게 작업했다"며 "한 번도 이 작업이 흥미를 잃거나 재미없지 않았다. 선배님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 즐겁다"고 말했다.

강신일이 표현하는 '레드'를 보고 빠지게 됐다는 정보석은 "관객으로는 즐거운 작품이지만 로스코라는 인물을 감당하기에 저는 작고 초라하고 힘들었다"며 "연극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작품을 제대로 못하게 됐다. 이번에 다시 하겠다고 말하기 전까지 망설였던 만큼 어려운 인물이다. 다행스럽게 그때보다는 무엇을 고민했고 그림 속에 담아내고자 했는지 이제는 조금 알거 같다. 여전히 어렵지만, 다음에 또 하자고 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처음 합류하게 되는 김도빈은 "(이 극장 위에 있는)서울예술단이라는 곳에서 8년 정도 생활했다. 몇 년 전 레드라는 작품 포스터가 걸려있을 때 보지는 못했었지만 딱 봐도 굉장히 매력 있을 거 같다. 나는 시켜 주지 않겠지.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회상했다. 처음 대본을 읽자마자 극에 매료된 그는 "연습을 하면서는 점점 어렵더라. 하지만 공연을 하루하루 해나가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조금은 더 행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NC현장]"저는 해고인가요?" 존재 그 이유를 말하는 연극 '레드'

작품명 '레드' 단어 그대로에 대한 생각을 묻자 가장 먼저 김도빈은 "이 작품을 하기 전에는 레드, 블랙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레드하면 떠오르는 건 '열정'이다. 그리고 2002년 붉은악마가 생각난다.(웃음) 박정복 역시 '열정'을 꼽았다.

정보석은 "창조, 성숙에 동반된 열정"이라 말했고 강신일은 "이런 질문이 제일 어렵다. 로스코가 레드에 집착하고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모습이 연기를 통해 내 안 감춰진 것들을 찾아가고 끄집어내는 면이 있다"며 "연기라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시대. 처음부터 끝까지 진부할 수도 있겠다. 연극이 가져가야 하는 부담에 강신일은 "관객이 말의 무게에 치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용을 알지는 못하더라도 늙은 사람과 젊은 사람의 관계에만 보여준다면 다분히 신파적인 요소다. 그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레드'라는 연극이 하나의 음악 같았으면 좋겠다. 배우의 대사들이 하나의 합주 2중주처럼 배우의 동작 하나가 무용 같은 느낌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지은 기자 picfee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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