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리뷰]여성 캐릭터의 변화부터 조형균의 재발견까지…뮤지컬 '시라노',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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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리뷰]여성 캐릭터의 변화부터 조형균의 재발견까지…뮤지컬 '시라노', 다시 태어나다

최종수정2019.08.14 17:39 기사입력2019.08.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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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리뷰]여성 캐릭터의 변화부터 조형균의 재발견까지…뮤지컬 '시라노', 다시 태어나다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뮤지컬 '시라노'가 다시 태어났다. 대사를 다듬고 무대, 넘버를 강화한 것은 물론 서사를 보완하며 전체적인 톤을 높인 것. 초연이 애틋하고 깊이 있는 무채색 감성으로 마니아층을 사로잡았다면, 2년 만에 돌아온 재연은 유쾌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 객석을 파스텔 톤으로 물들인다.


'시라노'(연출 김동연, 제작(주)RG·CJENM)는 화려한 말솜씨를 지녔지만 크고 볼품없는 코에 대한 콤플렉스로 사랑하는 여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와 그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록산, 빼어난 외모를 지녔지만 말솜씨가 서툰 크리스티앙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17년 국내 초연된 '시라노'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프랑스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다. 시라노 역에는 류정한, 최재웅, 이규형, 조형균이 캐스팅됐다. 록산은 박지연과 나하나가, 크리스티앙은 송원근과 김용한이 연기한다.


2년 만에 다시 돌아오는 만큼 '시라노'는 많은 변화를 꾀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시라노, 록산, 크리스티앙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변하고, 세 사람 사이의 관계성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초연의 시라노가 호전적이지만 굳건한 신념을 지니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인물이었다면, 이번 시즌의 시라노는 조금 더 친근하고 사회성 있는 인물로 그려져 유쾌함을 더한다. 이와 더불어 지난 시즌 록산과 크리스티앙이 말 그대로 '첫눈에' 반했다면, 재연에는 크리스티앙이 소매치기를 당할 뻔한 록산을 도와주며 첫 만남이 이뤄진다.


귀에 익숙한 넘버들은 초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다가도 새롭게 추가된 넘버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원형 회전 무대와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영상 효과는 대극장 뮤지컬 특유의 웅장함을 더한다.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수많은 변화를 시도한 가운데 특히 괄목할 만한 변화는 록산 캐릭터에 있다. 다소 철없는, 전형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졌던 초연과 달리 이번 시즌의 록산은 검술을 배우고 여성문학지를 만드는 등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록산을 주체적으로 그려내며 아쉬웠던 개연성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초연 당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에 록산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말로 적군을 속이고 라그노의 수레에 숨어들어와 황당함을 유발했다면, 이번 시즌의 록산은 직접 수레를 끌고 등장해 캐릭터의 주체적인 모습을 살린다. 적군을 속이는 방법에서도 '아들을 찾기 위한 엄마의 모성애'를 강조해 장면에 설득력을 더하고, 록산의 기지도 드러낸다.


특히 록산의 의상이 드레스에서 바지로 변한 것은 이번 시즌 '시라노'가 추구하고자 한 바를 표면적으로 나타낸 예이기도 하다. 록산 뿐만 아니라 여자 앙상블 배우들도 군사로 분해 등장시키는 등 여성 캐릭터를 사용하는 데에 사회적인 흐름을 반영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관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변화를 꾀한 점은 반갑다. 하지만 시라노가 내뱉는 사랑의 언어들을 초연에 비해 구어적, 현대적으로 풀어내 작품 고유의 문학적인 감성을 잃게 된 것은 다소 아쉽다.


[NC리뷰]여성 캐릭터의 변화부터 조형균의 재발견까지…뮤지컬 '시라노', 다시 태어나다

작품의 변화를 탄탄히 뒷받침하는 배우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시라노 역의 조형균은 '조형균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첫 공연부터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이며 무대를 장악했다. '록키호러쇼', '호프', '더데빌'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쌓아올린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조형균은 '나의 코'와 '터치'로 시작부터 능청스럽고 유쾌하게 시라노를 그려내 관객을 공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어 '가스콘 용병대', '나 홀로'에서는 탄탄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관객을 압도했다. '록산', '그의 입술에 닿은 나의 이야기' 등 서정적인 선율이 특징인 넘버는 조형균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만나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았다.


넘버 소화뿐만 아니라 노련한 연기력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감정 표현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시라노의 비극적인 결말을 그려냈다.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록산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시라노의 애처로운 모습은 보는 이의 코 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해피엔딩' 이후 6개월 만에 무대에 돌아온 박지연은 사랑스럽고 현명한 록산으로 완벽 변신했다.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으로 사랑에 빠진 여자의 설렘을 드러내다가도, 위험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기지를 발휘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그의 열연은 록산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용한은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말솜씨가 부족해 록산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크리스티앙을 순수하게 그려냈다. 그러면서도 록산의 사랑이 시라노의 영혼에 향하고 있음을 깨달으며 성숙해지는 과정을 극적으로 펼쳐냈다. 르브레 역의 최호중과 라그노 역의 육현욱은 찰떡궁합 케미로 웃음을 담당했다.


한편 '시라노'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사진=CJENM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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