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힘내리' 차승원 "착한 영화의 선한 영향력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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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힘내리' 차승원 "착한 영화의 선한 영향력 믿어요"

최종수정2019.09.12 08:00 기사입력2019.09.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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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힘내리' 차승원 "착한 영화의 선한 영향력 믿어요"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차승원 표 코미디를 기억하는가. 2000년대 초반, 그는 충무로 부흥기를 이끌었다. 영화 ‘신라의 달밤’(2001), ‘선생 김봉두’(2003) 등 다수의 작품에서 원톱 주연으로 분한 그는 1,400만 관객에게 강렬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이후 그는 코미디가 아닌 액션, 누아르 등 비교적 다크한 장르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친근한 매력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코미디 장르에서 그를 만나기는 힘들었다.


그런 그가 ‘럭키’로 7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계벽 감독과 만났다. 두 사람은 ‘힘을 내요, 미스터 리’로 진심을 모았다. 지적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고,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가던 아버지와 딸의 만남, 온 국민적 트라우마를 안긴 대구 지하철 참사까지. 이 모든 조건은 영화가 신파에 치우치기 딱 좋은 조건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영화는 이를 전형적으로 소비하지도 않는다. 혹자의 아픔을 ‘불행의 포르노’로 소비하지 않고, 부성애로 억지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는다. 또 지적 장애에 대한 희화화 역시 경계했다. 이러한 진심은 영화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이다. 착한 영화의 탄생이 반갑다. 차승원은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취재진과 만난 차승원은 영화의 반응을 살피면서도 조심스럽게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는 영화를 만드는 배우로서 허투루 하지 않은 데서 오는 자신감이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아침에 ‘딸’ 벼락을 맞은 철수(차승원 분)가 자신의 미스터리한 정체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반전 코미디 영화다.


- 오랜만에 선보이는 코미디 영화다.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극 후반에 사고 장면이 그려지며 고민이 많았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크게 무리 없이 후반에 감동을 준다는 반응이 많아 다행이다.


- 영화의 톤은 어떻게 잡았나.

레퍼런스를 짜깁기했다. 철수의 지능이 떨어지는 것에 집중하지는 않았다.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을 참고했다.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휴먼 코미디 드라마 장르인데 후반부에 반전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해오던 코미디는 아니구나! 느꼈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계벽 감독을 만났을 때 정말 착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연출자 이계벽 뿐 아니라 사람 이계벽이 좋더라. ‘독전’을 찍을 때 용필름 임승룡 대표가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는데 처음에는 코미디라는 말만 듣고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주제에 관해 듣고,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 하고 싶었다.


이계벽 감독의 생활 패턴이 저와 비슷하다.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오후 5시 전에 집에 들어간다. 최근에 ‘싱크홀’(감독 김지훈)을 촬영 중인데 촬영이 없는 날에는 운동하고 그 외의 시간은 집에 있는 편이다. 술을 안 먹으니까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한 편이다.


- 술을 마시지 않나.

그렇게 유지한 지 7, 8년 쯤 됐다. 오후 6시 이후에 밖에서 술을 마신 적이 거의 없다. 그랬더니 이제는 술 마시자는 전화도 안 오더라. (웃음)


- 초반에 코미디 영화라서 출연을 꺼린 이유가 있나.

웃음을 주기 위해 과도한 설정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반전이 주는 감동이 좋았다. 샛별이를 만난 후 이야기가 주는 힘이 있다. 대구 도착 전까지의 코미디 톤을 맞추는 건 힘들었다.


- 완성된 영화에 만족하는지.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지만, 언론시사회와 블라인드 시사회 평이 괜찮았다.


- 신파가 없는 영화다.

눈물을 짜내지는 말자는 데 뜻을 모았다. 사고로 인해 비롯된 슬픔에 샛별이를 이용하지는 말자고 했다. 나름대로 신파를 경계하며 촬영했다.


- 말한 것처럼 ‘불행의 포르노’를 경계한 모습이 좋았다. 이 점에는 어떤 생각이었나.

우리 주변에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많다. 저도 그렇지만 가족이 아닌 남을 위해 희생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도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뉴스 등 우리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는 직업을 가진 분이 많지만, 그중에 소방관들이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 대구 지하철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나.

온 국민이 피해자가 된 기분이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 전체가 그 사건으로 요동치고 아파했다. 당시에 주변 사람들과 계속 그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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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사람이 만든 착한 이야기인데.

감독님이 착하다. 또 착한 영화를 만들면 배우도 착하게 변하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나만 잘되면 되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남이 좀 안 되면 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는 일이지 않은가. 경쟁 사회니까.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주변 사람이 잘 안 되면 내게도 영향을 준다. 좋은 일들이 있으면 나 역시 즐거워진다. 그래서 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잘되기를 바란다. 성향이 바뀌었다.


- 착한 영화가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지.

영화는 다양해야겠지만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같은 영화도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 기억에 남는 장면은.

‘왜 난 바보냐’라고 말하며 머리를 때리는 장면이 좋았다. 그 장면이 정말 좋았다.


- 바뀌게 된 계기는.

50세가 되니까 변한 거 같다. 날카로운 면도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유해지지 않았을까. 이제는 날을 숨긴다.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는 게 차이다.


- tvN 예능 프로그램 ‘일로 만난 사이’에서 ‘이제야 내가 나 같다’고 했는데, 그 의미가 뭔가.

솔직해졌다. 여기서 이 이야기를 하고 저기서 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는 나도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느끼려고 한다. 30대에는 요동치는 시기였다. 40대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에 대해 장막을 치지 않아도 괜찮다.


- 외모를 포기하고 배역에 녹아들었는데.

미남으로 나오는 영화를 한 번 해야 하는데. (웃음) 촬영을 앞둔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에서 미남으로 나온다. 돈도 조금 있는 역할이고. 요즘은 영화 촬영을 할 때 메이크업도 안 한다. 메이크업하면 감정에 따라 손으로 얼굴을 긁지도 못한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도 그랬다. 주근깨만 조금 칠했지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다. 작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은 감독님들도 메이크업하지 않은 배우의 얼굴을 선호하는 추세다.


- 메이크업하지 않는 건 충실한 자기 관리 덕이 아닌가.

뭐 그렇다. (웃음) 정해진 루틴대로 생활하려고 한다. 속담 중에 ‘몸을 신성한 사원처럼 대하라’는 말이 있다. 배우는 몸을 나태하지 않도록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며 자기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운동은 일종의 습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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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벽 감독과 ‘럭키’를 찍은 유해진이 해준 조언은 없었나.

전화해서 이계벽 감독과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한다고 하니 유해진의 첫 마디가 ‘좋지?’였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이야’라고 하더라. 유해진도 성격이 만만치 않은 배우라서 웬만하면 좋다고 하지 않는데. (웃음) 그러고 보니 이계벽 감독한테 우리가 어떤 배우였는지는 잘 모르겠네.


- 배우로서 예능,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호감형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는데, 왜 대중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행동해서 그런 게 아닐까. 남들보다 피해 주는 빈도가 낮아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제가 잘생기지 않았나. (웃음)


- 최근에 ‘고생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유재석이 있다. 이번에 ‘일로 만난 사이’ 촬영 때도 유재석이 계속 ‘형 미안해’라고 했다. (웃음) 데뷔 초에는 스튜디오에 나가서 촬영하는 토크쇼를 많이 했다. 그런데 말을 하다 보니 계속 말을 만들어내더라. 그러다 보면 실수를 하게 된다. 반면 노동 예능은 일만 하면 된다. 간간해 내 생각에 대해 말하고 진솔한 대화가 가능하다. 스튜디오에서 뭘 물으면 근사하게 포장을 해서 말하려 하게 되더라.


- ‘노동 예능’ 출연 제안이 또 온다면.

즐거운 추억이다. 함께 밥 먹고, 자고. 그런 걸 또 할 기회가 어디에 있겠나. ‘다시는 안 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좋은 추억이었으니 안 하지는 않을 거 같다.


데뷔 초에는 스케줄이 많다 보니 시간에 쫓겨 맞추지 못해 야단도 맞았다. 그때 비하면 지금은 감사하다. 이런 환경에서 편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아직도 내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좋은 사람들과 연을 맺으며 일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체와 정신이 건강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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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은 만나 뵈었나.

아직 뵙지는 못했지만, 영화 개봉 전 대구 시사회를 통해 만나 뵐 예정이다. 만나면 ‘정말 감사하다’고 이야기 드릴 생각이다. 영화 공개 전까지 홍보에 내세우지 않는 데 뜻을 모았다. 우리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상하게 왜곡되는 건 싫었다. 그분들에 대한 감사와 헌사, 헌정의 의미가 크다.


- 추석 계획은.

추석을 앞두고 얼마 전 아버님 산초에 벌초를 다녀왔다. 비가 와서 풀이 엄청나게 자랐더라. 산소 앞에서 ‘영화 개봉하니까 잘 좀 봐주세요’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유난히 긴 시간 머무르며 그렇게 말했다. 추석 당일에는 무대인사를 하지 않을까.


- 이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조진웅이 단편영화 ‘예고편’을 찍는데 거기에 잠깐 출연한다. 차에서 내리는 장면만 촬영하면 된다고 하는데 후배 부탁이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조진웅 능력이 좋더라. 고맙게도 제 일정에 촬영 일정을 맞춰줬다. 또 제주도에서 ‘낙원의 밤’을 촬영할 예정이고, 인천에서 ‘싱크홀’도 찍는다. 드라마도 하긴 해야 하는데 언제 할지는 모르겠다.


사진=NEW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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