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눈이 호강하고 머리가 부르다…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

[리뷰] 눈이 호강하고 머리가 부르다…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

최종수정2018.10.04 17:30 기사입력2012.06.0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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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야? 경기장이야?...선수같은 배우들의 뜨거운 땀방울 뚝뚝

 
▲ (재)국립극단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연출 서충식) 공연장면 중 민기(안병찬 분)와 강석(이형훈 분)의 경기 모습     © 이경민 기자

▲ (재)국립극단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연출 서충식) 공연장면 중 민기(안병찬 분)와 강석(이형훈 분)의 경기 모습     © 이경민 기자


(뉴스컬처=이경민 기자)
하루가 멀다고 청소년들의 잇따른 자살, 범죄 소식이 언론을 장식한다. 사회 발전과 청소년 고민은 비례라도 하는 것인가? 도대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가?
 
물론 청소년문제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파고들자면 한도 끝도 없겠다. 이에 (재)국립극단이 야심차게 두 번째 청소년극을 내놓았다. 어른이 되기 위한 역경의 과정을 색다르게 들여다본다. 레슬링? ‘과연 연극과 어울리겠나?’ 반문할 수 있지만 이거 심상치 않다. 살 비비며 하는 원초적 스포츠가 이 얼마나 긍정의 힘으로 작용하는지!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연출 서충식)이다.

# 청소년 일상을 뒤집어 보이다

“네가 어떻게 나를 알겠어. 나 자신 조차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작품은 고등학교 레슬링부를 배경으로 절친한 민기(안병찬 분)와 강석(이형훈 분)의 '소문'이 중심이다. 기태(김남수 분)는 의도적으로 민기와 강석이 게이라는 소문을 퍼뜨린다. 자신과 진로가 먼저인 민기와 다른 학생들의 따돌림으로 괴로워하는 강석은 갈등한다.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민기는 주아(심연화 분)와 교제를 시작하지만 소문은 점점 커져간다. 

원작은 미국 청소년 희곡을 대표하는 극작가 로리 브룩스다. 지난 2000년 케네디센터 뉴비전 프로젝트로 선정돼 초연됐다. 타임지가 선정한 청소년을 위한 연극 베스트 5, AATE 연극상을 수상하는 등 당시 미국 전역에 청소년극 열풍을 일으켰다. 

이질감은 없다. 지난 2011년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소년이 그랬다’를 각색했던 한현주 작가가 다시 나서 국내 정서에 맞췄다. “헐”, “대박” 등 한국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은어들을 통해 사실감을 더했다. 

서사적 구조보단 나열에 가깝다. 소재는 왕따, 성 정체성, 이성교제, 진로고민 등 청소년 전반의 고민들이 녹아있다. 결국 솔직하지 못해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우리네 인간관계와 닮아 있었다. 

# 눈이 호강하고~ 귀가 즐겁고~

국내에서 선보이는 첫 레슬링 연극이다. 서충식 연출가는 배우들에게 “레슬링 선수가 연극을 하는 것처럼”을 주문했다. 배우들은 이를 위해 2개월여의 레슬링 트레이닝과 다이어트로 몸을 만들었다. 매트+무대 위가 배우들의 땀과 숨소리로 가득 찬다.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역동적인 시합 장면도 볼거리다. 긴장감 보다는 배우들의 노고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배우들은 시시때때로 무대(매트) 위에선 주인공, 무대 밖에선 관객으로 변신했다. 특히 심판의 역할이 중요했다. 격정의 순간마다 끼어들어 “막다른 길!”, “역전!”, “규칙 위반!”, “통제 불가!” 등을 외치며 극을 이끌고 웃음을 자아냈다. 

운동 장면의 긴장감은 음향효과의 몫이다. 버저 소리, 휘슬 소리, 경쾌한 음악이 어우러져 귀가 즐겁다. 3면의 객석은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배우들의 등퇴장이 자유롭다. 

 
▲ (재)국립극단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연출 서충식)이 공연 후 관객과의 포럼을 갖는다. 호감도를 묻고 순위를 매긴다.     © 이경민 기자

▲ (재)국립극단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연출 서충식)이 공연 후 관객과의 포럼을 갖는다. 호감도를 묻고 순위를 매긴다.     © 이경민 기자


# 혜리의 행동, 기태의 행동...당신은 선택은?

교훈극이 아니다. 이렇다 할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결말은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공연 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제공됐다. 매 공연마다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포럼이 준비된다. 심판이 나서 사회를 맡고 배우들은 작품 속 인물로 남아 포럼을 이어간다. 

극 상황에 대한 명제를 제시하고 거수를 유도한다.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 순위를 매겨 한 줄도 세웠다. 관객마다 다른 의견으로 순위는 변동했다. 민기, 강석, 기태, 혜리(하지은 분) 등 극중 인물과 직접 대화를 주고받는 색다른 시간으로 호응이 기대된다.

***

'제대로 된 청소년극'의 터를 닦고자 국립극단이 앞장섰다. 첫 번째 청소년극 ‘소년이 그랬다’에 이어 이번 [레슬링 시즌]도 계몽을 강요하거나 타깃이 청소년만은 아니다. 어른이 보고 느껴야할 여운이 가득하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레슬링 시즌]
극작: 로리 브룩스
각색: 한현주
연출: 서충식
공연기간: 2012년 5월 29일~6월 10일
공연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출연진: 김하준, 김남수, 하지은, 전수지, 안병찬, 이형훈, 심연화, 홍미진
관람료: 일반 3만원/ 청소년(24세 이하) 2만원/ 소년소녀티켓(19세 이하) 1만원 *14세 이상 관람가 


(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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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기자 km@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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