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전의 에너지 살아있네… 연극 ‘맥베드’

최종수정2018.09.30 14:33 기사입력2013.03.21 06:23

글꼴설정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 연극 [맥베드](연출 이곤) 연습장면 중 맥베드(가운데 정선철 분)가 자신을 에워싼 정령들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다.     © 사진=코르코르디움

▲ 연극 [맥베드](연출 이곤) 연습장면 중 맥베드(가운데 정선철 분)가 자신을 에워싼 정령들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다.     © 사진=코르코르디움


  
(뉴스컬처=고아라 기자)
셰익스피어의 대서사시, 한 인간의 비극적 드라마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운명’의 거대한 소용돌이 앞에서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이란 주제는 빛났고, 이제껏 보지 못한 생경한 이미지는 뇌리에 남았다.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연극 [맥베드](연출 이곤)다.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인간의 욕망을 가장 형형하게 드러내는 희곡 ‘맥베스’를 원작으로 했다. ‘맥베스는 왕이 되고, 뱅코우는 왕의 조상이 될 것이다’라는 세 마녀의 예언에 혹해 고뇌하는 나약한 인간을 그렸다. 모두를 죽이고 왕좌에 오르지만 결국 스스로가 죽인 망령에 휩싸여 파멸에 이르는 그를 통해 덧없는 욕망의 말로를 비췄다.
 
이번 연극은 고전의 주제를 충실하게 따랐다. 살인의 죄를 또다른 살인으로 덮으려는 나약한 맥베드와 그런 남편의 정복욕을 자극하는 욕심 많은 아내 레이디 맥베드, 자신의 아들이 왕이 될 거란 일말의 희망으로 야심을 드러내는 뱅코우까지 각자의 욕망에 의해 파멸에 이르는 인간의 모습을 꿰뚫었다. 또한 원작 희곡이 띄고 있는 시의 형식을 따라 대구와 라임을 맞춘 대사들은 고전의 감칠맛을 더했다.
 
그러나 지극히 현대적이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궁정, 꿈속 세계를 어지럽게 오가는 극 중 배경은 심플하게 표현됐다. 방대한 원작을 재현하는 데 검은 무대를 가로지르는 흰색 벽과 바닥이면 충분했다.
 
공간적 배경은 물론 인물의 심리변화와 메시지를 담은 영상과 조명이 흰 무대를 가득 채웠다. 특히 영상의 사용이 돋보였다. 무대 뒤편의 모습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배우의 표정에 확대경을 들이대며 더욱 생생한 연기와 그가 가진 에너지를 보여줬다.
 
배우들의 강렬한 몸짓은 무거운 비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마치 현대 무용을 보는 듯 작품의 메시지를 이미지화했다. 욕망, 죽음, 음모 등 무대 위에서 드러나는 극 중 인물의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이 음악에 꼭 맞춘 군무로 표현됐다.
 
유머와 위트를 섞은 패러디로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는 극에 웃음을 더했다. 덩컨 왕이 전쟁에서 적장의 목을 벤 맥베스의 공적을 치하하는 장면에선 때아닌 당근과 오이, 케첩이 등장했다. 붉은 빛깔의 케첩이 사방에 튀고, 오이가 반으로 갈라지는 장면은 귀여웠지만 잔혹했다.
 
또한 죽음이 엄습한 스코틀랜드 성의 상황을 전하는 장면에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곳에서 꿋꿋이 날씨를 전하던 어느 기자의 익숙한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제대로 나오지 않은 목소리로 “지금 이곳은 매우 춥습니다”라고 전하는 그의 대사가 차갑게 가라앉았던 극에 폭소를 전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동선은 소극장의 한계를 확장시켰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떠돌아다니는 뱅코우의 정령은 긴장감을 높였고, 회전문처럼 돌아가는 무대는 작은 공간에서 깊이감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극의 마지막, 적장 맥더프와 맬컴이 맥베드를 공격해 오는 장면에선 3층 무대를 모두 에워싼 배우들이 고전의 웅장함을 재현했다. 10명이 채 안 되는 배우는 수백명의 관객을 누르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선사하며 파멸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극단 작은신화의 젊은 주역들이 모여 셰익스피어의 대작을 새롭게 해석했다. “이제 셰익스피어는 따분하거나 격식 있는 고전의 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연극을 맡은 이곤 연출의 전언이다. 그들이 선보인 신선한 고전의 에너지는 바로 지금, 살아있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맥베드]
원작: 셰익스피어
연출: 이곤
공연기간/ 장소: 2013년 3월 20일 ~ 3월 2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3월 27일 ~ 4월 9일/ 예술공간 상상 화이트
출연진: 장이주, 정선철, 성동한, 서광일, 이규동, 최복희, 최성호, 이연희, 송인서, 이승현 외.
관람료: R석 3만원, S석 1만 5천원(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전석 3만원(예술공간 상상 화이트)
 
(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처)
연극 뮤지컬 클래식 무용 영화 인터뷰 NCTV 공연장 전시장
&
고아라 기자 ko@newsculture.tvlt;저작권자 ⓒ 뉴스컬처(http://www.newsculture.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나만의 골드넘버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