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루팡과 남도일, 욕심 좀 부렸죠”(인터뷰①)

최종수정2018.09.28 09:16 기사입력2014.05.3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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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 그가 1인 2역을 맡은 이유

▲ 극장판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에서 루팡과 남도일 역을 맡은 강수진 성우는 "세대를 넘어서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두 캐릭터, 그 추억에 대한 사랑 덕분에 1인 2역을 맡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뉴스컬처)     © 이영주 기자

▲ 극장판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에서 루팡과 남도일 역을 맡은 강수진 성우는 "세대를 넘어서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두 캐릭터, 그 추억에 대한 사랑 덕분에 1인 2역을 맡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뉴스컬처)     © 이영주 기자


  
(뉴스컬처=고아라 기자)
“안녕하세요”란 짧은 한마디부터 달랐다. 그의 인사말은 익숙한 듯 낯설게 필자의 귀에 꽂혔다.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지만, 눈앞에서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느낌은 사뭇 새로웠다. 작은 방 안을 가득 채운 목소리의 주인은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아닌, 성우 강수진이었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도로로, ‘드래곤볼Z’의 손오공, ‘란마1/2’의 란마, ‘명탐정 코난’의 남도일, ‘루팡 3세’의 루팡, ‘소년탐정 김전일’의 김전일, ‘슬램덩크’의 강백호, ‘시티헌터’의 우수한, ‘원피스’의 루피, ‘이누야사’의 이누야샤… 애니메이션만으로 끝이 아니다. 그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전담 배우기도 하고, 올해 초 한국을 휩쓸었던 외화 ‘셜록’ 시즌 3에선 미치광이 범죄자 짐 모리아티로 열연했다. 그가 연기한 많고 많은 캐릭터 중 우리 기억에 남는 작품을 거르고 걸러 봐도 열 손가락이 모자라다. 이쯤 되면 그의 대표작을 꼽는다는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그가 이번엔 오랜만의 1인 2역에 도전한다. 사실 열악한 국내 애니메이션 더빙 업계의 사정상 한 성우가 다양한 역할을 맡는 것은 다반사이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다르다. 극장판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 속 루팡과 남도일, 그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두 주역의 목소리를 맡았다. 그는 1996년 ‘루팡 3세’와 처음 연을 맺었고, 2000년부터 줄곧 ‘명탐정 코난’과 함께 해왔다. 부모 세대의 추억을 지닌 희대의 도둑과 아이들의 우상인 천재 탐정의 만남, 이번 작품은 두 명작의 콜라보레이션이 그에게 준 선물임과 동시에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인기의 반증이기도 했다.

“인기의 반증이라는 건 그저 감사한 말이고요. 요즘 떠오르는 샛별도 많은데, 쑥스럽습니다. ‘루팡 3세’와 ‘명탐정 코난’ 모두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캐릭터잖아요? 세대를 넘어서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두 캐릭터, 그 추억에 대한 사랑 덕분에 제가 두 역할을 맡게 됐네요.”

그는 자신을 찾아온 뜻밖의 기회 앞에 조금 욕심을 내봤다. 이유는 하나, 어느 한 작품을 고를 수 없을 정도로 아끼는 두 작품이기에 그랬다. 더군다나 이번 작품 안에선 남도일의 등장 신이 많지 않다는 점도 그가 과감하게 1인 2역에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만약 남도일과 루팡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다면 저도 재고를 해봤을 것 같아요. 욕심만 부려서 될 일은 절대 아니죠. 다행히도 그런 장면이 없어서였는지 담당 PD가 ‘(루팡과 남도일 역할 모두) 형님이 하셔야 합니다’라고 권유해줬죠. 저도 욕심을 부리고 싶더라고요. 그게 과한 거였는지는 관객 여러분께 맡겨야 될 몫이지만요.(웃음)”
  
▲ 극장판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에서 루팡과 남도일 역을 맡은 강수진 성우는 인터뷰 중 두 캐릭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뉴스컬처 DB

▲ 극장판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에서 루팡과 남도일 역을 맡은 강수진 성우는 인터뷰 중 두 캐릭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뉴스컬처 DB


  
실은 그에게 ‘루팡 3세’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작품이다. 중학교 시절 만화책에 별반 관심이 없었던 그에게 우연한 기회로 친구가 권한 이 작품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고. 그는 “그 인기가 정말 대단했죠”라고 회상했다.
 
“1980년대 초쯤이었던 것 같아요. ‘루팡 3세’의 단행본이 우리나라에 해적판으로 들어왔죠. 요즘으로 따지면 어둠의 경로랄까요? 중학생이었던 제가 보기엔 약간 야하기도 해서 보다가 들키면 혼나고 뺏기기도 했어요.(웃음)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이었는지, 나중에 성우가 되어서 활동하던 중에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됐을 땐, ‘어, 저 이 작품 알아요’라고 먼저 말씀 드렸을 정도였어요. 게다가 주인공인 루팡 역을 맡게 되어서, 정말 열심히 했죠.”

익살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인 면을 담아낸 캐릭터, 성우 강수진의 목소리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다. 루팡은 그의 목소리가 가진 매력을 고루 담은 캐릭터이기에 더욱 애착이 갔던 것도 사실일 터, 하지만 그가 이 역할을 연기한지 10년도 더 훌쩍 지났다. 오랜만에 재회한 캐릭터를 앞에 두고 그 또한 “이 캐릭터를 어떻게 재연하지, 혹시 내가 잊지는 않았을까”하는 긴장이 앞섰다.

“‘루팡’ 시리즈는 더 이상 못 만날 줄 알았는데, 공교롭게도 ‘코난’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돼 다시 만났네요. 처음 루팡을 하던 때가 벌써 18년 전이니, 그땐 정말 어렸죠.(웃음) 젊음 감각을 가지고 생기발랄하게 역할을 풀어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그런 연기가 나왔던 때니까요. 이번엔 제가 경험이 쌓여서 그런 걸까요. 조금 더 원숙한 느낌을 담았죠. 루팡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패기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행동하지만 그 안엔 경륜이 묻어있는 부분을 잘 묘사하려고 했달까요? 특히 여자에 관해선 더욱이요.(웃음)”
  
사실 이번 작품은 ‘명탐정 코난’ 시리즈로만 벌써 아홉 번째 영화다. 한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시리즈 또한 12기를 넘겼지만 그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 14년 간 강산이 변하고 다른 성우들이 작품을 떠나갈 때에도 그만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그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장수하고 있는 역할이니 만큼, 남도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가 이 작품에 재미를 느끼고, 또 감사하는 부분에 대해선 조금은 엉뚱한 일면도 엿보였다.

“사실 제가 주인공이지만 분량이 많진 않아요.” ‘몸은 작아졌지만 두뇌는 그대로’란 작품 속 명대사처럼 남도일이 주인공인 이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주체는 남도일의 꼬마 버전인 코난이다. 게다가 추리를 하고 있을 땐 유명한 탐정이나,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대신 연기를 해주니 그는 가끔 마음의 소리에서 등장할 뿐이라는 것이다. “마치 배우를 조종하는 그림자 같죠.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지만 분량은 많지 않아요. 고마운 역할입니다.” 그가 호쾌하게 웃었다.

“솔직히 요즘엔 ‘너무 오래 잡고 있는 것도 민폐는 아닐까’라는 걱정도 있어요. 이 아이들은 절대 크지 않고 10년, 20년을 가고 있는데,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보기도 했죠. 아무래도 사람의 신체 중에 성대가 가장 늦게 녹아내린다곤 하지만, 제가 염려하고 있는 건 물리적인 성대의 노화보다 감성적인 노화에요. 그게 걱정이 되죠. 감성을 얼마나 유지하느냐, 그게 관건입니다.”

남도일은 물론 루피, 이누야샤, 강백호 등 그가 오랜 기간 함께해 온 캐릭터엔 일련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20살을 넘기지 않은 소년들이라는 점이다. 실제의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역할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비결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철이 안든 음색 덕분”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일단 담배는 한 8년 전에 끊었고요. 감성적으로도 조금 철이 안 드는 것 같아요. 계속 그런 역할을 해 와서 이런 건지, 아니면 이런 성격 때문에 그런 역할이 들어오는 건지는 모르지만요.(웃음)” 하지만 그 뒤엔 분명 숨겨진 노력이 있었다.

“사실 목소리나 음색, 톤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에요. 소리만 가지고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거짓이죠. 성우를 시작할 무렵부터 제 목소리 특성 상 어린 남자 캐릭터가 많이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 청소년들의 말투, 또래 언어에 대해 공부했던 것 같아요.”

일부러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하고, 중고등학생들의 무리에 끼어 그들이 하는 말투와 단어들을 유심히 들어보며 그들의 언어를 채집한 뒤, 그가 내린 결론은 꽤 허무했다. “쓸 말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정말 욕이 반이었어요. 암담했죠. 아이들이 쓰는 비속어나 은어 중에서 방송에 쓸 수 있겠다 하는 걸 골라서 조금 쓰기도 했지만, 정말 쓸 만한 게 없었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욕을 많이 하는거야’라고 생각하다보니 거기에 답이 나오더라고요.” 그가 찾은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지만,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 준 숨은 비결이었다.

“그 나이 대 아이들은 ‘사춘기’잖아요? 이유 없는 반항과 울분이 있는 거에요. 그걸 터뜨리는 것이 언어였던 거고요. 그제 서야 그들의 감성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소리를 지를 때도 절규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연기에 그 부분을 반영하기 시작했죠.”
 
그가 생각하는 성우는 그저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좋은 소리보단, 진솔한 표현이 먼저다.” 그의 마음가짐 속 성우의 기본자세다. “좋은 목소리로 연기하려는 강박 보단 아이들과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해요. 목소리가 깨지고 음 이탈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안에 10대들이 가진 내면의 아픔을 담아내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그런 부분이 공감을 자아낸 것 아닐까요?”
 
강수진, “박수칠 때, 아름답게 떠나는 방법은…”(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프로필]
이름: 강수진
직업: 성우
생년월일: 1965년 10월 19일
학력: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
경력: KBS 21기 공채 성우(1988~1991)
출연작: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 '디즈니 만화동산: 알라딘', '드래곤볼Z', '란마1/2', '루팡 3세', '명탐정 코난', '방가방가 햄토리', '선계전 봉신연의', '소년탐정 김전일', '슬레이어즈',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 '에스카플로네', '영혼기병 라젠카', '오늘부터 마왕', '원피스', '이누야샤', '카트캡터 체리' 외/ 드라마 '닥터 후', '마법사 멀린', '사브리나','삼총사', '셜록', '정무문', '판관 포청천' 외/ 영화 '갱스 오브 뉴욕', '길버트 그레이프', '디파티드', '라붐', '로미오와 줄리엣', '리플리', '반지의 제왕', '스타쉽 트루퍼스', '스튜어트 리틀', '스파이더맨', '오션스 일레븐', '이유없는 반항', '춤추는 대수사선', '타이타닉'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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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기자 ko@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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