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박수칠 때, 아름답게 떠나는 방법은…”(인터뷰②)

최종수정2018.09.28 09:16 기사입력2014.05.31 12:23

글꼴설정

“어떻게 하면 성우를 좀 더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로 키워낼 수 있을까”

▲ 지난 26년 간, 역할 뒤에 자신을 녹여내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강수진 성우는 이제는 후진 양성을 위해 힘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뉴스컬처)     ©이영주 기자

▲ 지난 26년 간, 역할 뒤에 자신을 녹여내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강수진 성우는 이제는 후진 양성을 위해 힘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뉴스컬처)     ©이영주 기자


 
(뉴스컬처=고아라 기자)
“목소리로 세상을 그려내는 사람.”
 
그가 정의한 성우의 의미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온전히 녹아내려 드러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가 생각하는 성우의 매력이었다. 그가 묵묵히 한길을 걸어온 것도 온전히 그 힘에 푹 빠져서였다. 지난 26년 간, 본 모습은 내보이지 않은 채 목소리만으로 관객을 만나왔다. 강수진 성우는 자신의 다음 발걸음을 위한 고민에 빠져 있다. 
 
목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한다는 것, 그 신비감이 성우만의 특장점이기도 하지만 저희의 위상을 위태롭게 하기도 해요. 지금 같은 시대에선 어떻게 해서든 드러내고 알려야 가치도 함께 올라가는데, 성우는 드러내지 않는 것이 매력이잖아요.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느냐가 숙제죠. 
 
지난 10여년 간, 더빙 대신 자막이 그 자리를 꿰차며 성우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져 온 것도 사실이다. “미디어는 점차 커졌고, 외국 콘텐츠의 유입도 늘었어요. 하지만 더빙 물량은 오히려 줄어들었죠.” 씁쓸한 현실이다. 

“자막이 더빙을 대체한 이유는 간단해요. IMF 경제 위기 당시부터 시작 된 제작비 절감 바람 때문이죠. 더빙이 아닌 자막이면 제작비가 10분의 1로 줄어들어요. 그렇게 더빙이 자막으로 대체됐고, 이젠 시청자들 또한 그게 익숙해 진겁니다. 물론 성우계의 문제도 있었다고 봐요.”
 
“우리 언어가 가진 감성은 잊고 과장된 연기와 인토네이션을 따라하다 보니, 잘못된 더빙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죠.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에 함부로 버터를 바르면 그 어느 쪽도 아닌 국적불명의 언어가 되어버려요. 관객에게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이죠. 성우계 스스로도 반성한 부분이에요. 덕분에 지금은 자연스러운 우리말 작업을 하고 있고요.”
 
“자막과 더빙,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생각해요. 그의 바람은 크지 않다. 다만 관객과 시청자에게 선택권은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애니메이션과 가족 영화만큼은 관객에게도 선택권이 주어져야하겠죠.” 이는 그저 자신의 욕심 때문 만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성우를 좀 더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로 키워낼 수 있을까.”
 
자신의 뒤를 따르는 후배들의 제대로 된 설 자리를 위해서다. 지금까지 화면 뒤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매력으로 여겼던 성우들도 이젠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어야 만이 스스로가 가진 존재 자치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제가 성우로서 제 이름을 인정받는 데,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거든요. 성우는 아무리 빨라도 5, 6년은 지속적으로 활동해야 이름 정도 알릴 수 있는 상태에요. 성우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양한 재능을 갖춰야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사실 그의 원래 꿈은 성우가 아니었다. 스물 넷의 그는 연출과 제작을 위한 경험을 쌓겠다는 마음으로 성우에 도전했었다. 이젠 다시 원래의 꿈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한다. 그는 오랜 기간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선배로서 후배를 위한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우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이 모두 ‘나는 배우다’라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한다는 점이에요. 그저 활동하는 매체와 표현 수단이 다를 뿐이지 그 본질은 같거든요. 배우와 성우는 같은 나무의 다른 가지일 뿐이라는 거죠. 성우에 국한되지 않고 배우, 방송인으로서 갖춰야할 요건을 갖춰놓으면 얼마든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을 거에요. 그러기 위해서 저 또한 그런 친구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이제 남은 그의 꿈은 작지만, 크다. 극장판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 속 루팡을 다시 만나고 나니 새삼 다시 깨닫게 된 바람, 그것은 “어떻게 하면 박수칠 때 아름답게 떠날 수 있을까”였다.  
 
“일본에서 루팡 3세 역을 맡으셨던 야마다 야스오 성우의 행적이 참 부러웠어요. 그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보여준 추모와 배웅이 참 인상 깊었죠. 성우로서 말년을 저렇게 보낼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부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 할 거고요. 관객 여러분도 대한민국의 성우, 많이 사랑해주세요.(웃음)”
 
 
[프로필]
이름: 강수진
직업: 성우
생년월일: 1965년 10월 19일
학력: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
경력: KBS 21기 공채 성우(1988~1991)
출연작: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 '디즈니 만화동산: 알라딘', '드래곤볼Z', '란마1/2', '루팡 3세', '명탐정 코난', '방가방가 햄토리', '선계전 봉신연의', '소년탐정 김전일', '슬레이어즈',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 '에스카플로네', '영혼기병 라젠카', '오늘부터 마왕', '원피스', '이누야샤', '카트캡터 체리' 외/ 드라마 '닥터 후', '마법사 멀린', '사브리나','삼총사', '셜록', '정무문', '판관 포청천' 외/ 영화 '갱스 오브 뉴욕', '길버트 그레이프', '디파티드', '라붐', '로미오와 줄리엣', '리플리', '반지의 제왕', '스타쉽 트루퍼스', '스튜어트 리틀', '스파이더맨', '오션스 일레븐', '이유없는 반항', '춤추는 대수사선', '타이타닉' 외.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뉴스컬처를 만나보세요!

(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처)
연극 뮤지컬 영화 클래식 전시 방송 라이프 문화뉴스 인터뷰
금주의 문화메모 이번주 개봉영화 이벤트
[뉴스컬처][페이스북][트위터][블로그][오픈캐스트]

고아라 기자 ko@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나만의 골드넘버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