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방’ 안재영, “퍼즐 마지막 한 조각의 희열 느끼고 싶다”(인터뷰)

‘취미의 방’ 안재영, “퍼즐 마지막 한 조각의 희열 느끼고 싶다”(인터뷰)

최종수정2018.09.27 12:48 기사입력2014.12.0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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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찾기가 목표인 도이

▲ 연극 '취미의 방(연출 김관)'에서 도이 역을 맡은 안재영 배우는 작품의 매력에 대해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무미건조하게 읽었어요. 그런데 뒤로 갈수록 ‘뭐야, 갑자기 왜 이래?’하며 놀랐죠. 예상치 못한 전개, 그런 부분이 저에게 재밌게 와 닿았던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뉴스컬처)     © 이슬기 기자

▲ 연극 '취미의 방(연출 김관)'에서 도이 역을 맡은 안재영 배우는 작품의 매력에 대해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무미건조하게 읽었어요. 그런데 뒤로 갈수록 ‘뭐야, 갑자기 왜 이래?’하며 놀랐죠. 예상치 못한 전개, 그런 부분이 저에게 재밌게 와 닿았던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뉴스컬처)     © 이슬기 기자


 
(뉴스컬처=송현지 기자)
웃을 일 없는 팍팍한 일상에 취미 하나쯤 있으면 살맛나지 않을까. ‘취미의 방’에 모인 세 남자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는 이유다. 건담 프라모델 만들기에 푹 빠진 카네다, 특이재료로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아마노, 그리고 고서 수집이 취미인 미즈사와까지. 한 방에 모인 이들은 오로지 취미 활동하는데 열중한다. 의사, 세일즈맨 등 사회적 외피를 잠시 벗어놓고, 어린아이처럼 비밀 기지에서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 사이에서, 유독 표정이 안 좋은 남자가 눈에 띈다. 취미를 갖고 싶어 아마노의 권유로 이 방을 찾았지만, 뭘 해도 영 재미가 없다는 이 남자, 도이다.
  
도이는 취미를 꼭 갖고 싶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이다. 컵라면 뚜껑 모으기 컬렉션, 귤껍질 아트와 같은 기상천외한 취미도 해보고, 심지어 리코더 두개를 코로 부는 지경까지 올랐지만, 아직 어디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 하고 있는 퍼즐에도 영 믿음이 안 가는지, “제가 정말 취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라고 되묻는다. 취미 선배들은 슬쩍 퍼즐 조각의 위치를 가리키며 그를 응원한다. 천 피스의 마지막 한 조각을 맞추게 된다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이 몰려올 것이라면서.
 
연극 ‘취미의 방(연출 김관)’은 코믹과 추리 그 사이를 오가며 배가 당기는 웃음과 소름이 돋는 반전을 선사하는 연극이다. ‘키사라기 미키짱’ 작가 코사와 료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단 믿음이 간다. 취미의 방에 갑자기 여경관이 찾아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네 남자를 지목한다. 취미를 즐기고 싶다는 공통점으로 뭉친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하나씩 드러나고, 당황한 이들은 서로의 비밀을 폭로한다.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때쯤, 반전은 또 다른 반전을 낳으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도이 역의 안재영 배우 역시 이 작품의 매력으로 ‘반전’을 꼽았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무미건조하게 읽었어요. 그런데 뒤로 갈수록 ‘뭐야, 갑자기 왜 이래?’하며 놀랐죠. 예상치 못한 전개, 그런 부분이 저에게 재밌게 와 닿았던 거 같아요. ‘도이, 코로 리코더를 분다’라는 지문에도 좀 당황스러웠는데, 대본이 정말 좋으니까 그것도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죠.(웃음)”
 
▲ 연극 '취미의 방(연출 김관)' 공연장면 중 도이(안재영 분)가 진실을 알고 분노하는 모습.(뉴스컬처)     © 사진=연극열전

▲ 연극 '취미의 방(연출 김관)' 공연장면 중 도이(안재영 분)가 진실을 알고 분노하는 모습.(뉴스컬처)     © 사진=연극열전


 
안재영 배우는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것을 ‘친구’와 만나는 것에 비유했다. “친구랑 친해지려면 친구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야 하잖아요. 친구는 오래 같이 지내다보면 서서히 알게 될 수 있지만, 작품은 2~3개월 안에 빨리 친해져야 해요. 모르는 게 많으면 안 되니까 많이 알아봤어요. 정보 찾기는 저만의 좋아하는 방식인거 같아요. 즐겁더라고요. 구글 재팬에서 ‘취미의 방’ 관련된 정보를 번역해가면서 200개 넘게 읽었어요. 후기부터 인터뷰, 그리고 도이 역을 맡은 일본 배우가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어떤 성격인지를 알고 싶어서 그 배우의 드라마와 영화도 많이 찾아봤고요. 톤이나 화술을 보면서 이런 성격이었겠구나, 추리를 많이 했죠.”
 
그렇게 해서 그가 파악한 도이는 어떤 인물일까? “어리바리하게 보일수도 있고, 안쓰러워 보일수도 있지만, 도이는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코로 리코더를 부는 것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잖아요. 컵라면 뚜껑 모으느라 염분을 많이 섭취해서 혈압이 올랐다거나, 건담 만화에서 똑같은 성우가 여러 역할을 맡은 걸 알아낸 것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거든요. 도이는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취미를 찾는 친구죠.”
 
안재영 배우가 캐릭터를 찾아가는 방식, 그리고 도이가 취미를 찾아가는 방식이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바로 매사에 ‘열심’이라는 점. 그도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동의했다.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그랬어요. 연기 선생님이 연기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힘을 빼고 즐겨야한다고 조언도 해주셨는데,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쓸데없이 열심히 하는 부분은 있는 거 같아요.(웃음)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고, 힘 빼는 것도 중요한 거 같아서, 늘 그 중간점을 찾고 있는 중이죠.”
    
(이 문단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으니 건너뛰어도 좋습니다.) 도이는 이 작품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취미의 방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모두 도이의 취미를 위한 거대한 연극이기 때문이다. 여경관 미카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교차되고 있어, 네 명의 남자 배우들은 감정적으로 헷갈릴 부분이 많았다고 안재영 배우는 밝혔다. “이걸 보여줘야 하나,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나, 진짜 화난 건가, 아니면 화난 척하는 건가,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각자 다를 수밖에 없어서 선배들과 많이 대화하고 공유했던 거 같아요. 결론은 현재 상황에 집중하자는 거였죠.”
 
▲ 연극 '취미의 방(연출 김관)'에서 도이 역을 맡은 안재영 배우는 "매 작품마다 저를 못 알아 봤으면 하는 게 배우로서의 목표예요."라고 포부를 밝혔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 연극 '취미의 방(연출 김관)'에서 도이 역을 맡은 안재영 배우는 "매 작품마다 저를 못 알아 봤으면 하는 게 배우로서의 목표예요."라고 포부를 밝혔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취미의 방’은 배우와 배우의 찰진 호흡에서 시너지가 생기는 연극이다. 몇 분 전 아군이 진술 하나로 적군이 되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상황에서도 주고받는 대화는 쫀쫀하게 붙어야 한다. 안재영 배우는 “연극은 마음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평소 관계가 좋으면 무대에서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배 배우들과의 돈독한 우정을 자랑했다.
 
“10살 넘게 차이나는 선배들께서 마치 1~2살 차이나는 형들처럼 편하게 대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었어요. 진지하게 고칠 부분을 조언해주시는데, 그렇게 해보면 정말 좋아지니까 배울 수밖에 없더라고요. 무대에서도 워낙 든든하게 버텨주시니까 전체적으로 안정감도 생기는 거 같아요. 가끔은 저에게도 의견을 물어보고 반영하시는데, 그럴 땐 배우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무대 위에선 선배가 아닌 동료처럼 호흡을 주고받는 거 같아요.”
  
안재영 배우가 관객들에게 확실히 각인됐던 시점은 연극 ‘히스토리보이즈(2013)’였을 것이다. 스크립스 역의 안재영은 피아노 치는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6개월을 꼬박 연습에 몰두했다고 했다. 덕분에 무대에서 큰 실수 없이 감미로운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었다. 그는 “배우로서의 전환점”이었다고 회상했다.
 
“피아노를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넓은 의미에서는 어떤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서 그만큼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는 게 저한테 큰 의미가 있었어요. 액터스 나이트메어(the actor's nightmare, 배우들이 무대에서 실수하는 꿈을 꾸는 현상), 무대에서 피아노를 틀리는 꿈을 매일 꿨어요. 안되겠다 싶어 알람이 울리면 끄지도 않고 잠결에 피아노를 치면서 몸에 익히도록 했죠.”
 
▲ 연극 '취미의 방(연출 김관)' 공연장면 중 도이(안재영 분)의 퍼즐 맞추기를 도와주는 사람들의 모습.(뉴스컬처)     ©사진=연극열전

▲ 연극 '취미의 방(연출 김관)' 공연장면 중 도이(안재영 분)의 퍼즐 맞추기를 도와주는 사람들의 모습.(뉴스컬처)     ©사진=연극열전


 
이 배우, 참 열심이다. 배우의 길에 접어든 지도 11년째. 학창시절 막연히 배우가 되고 싶었던 바람이 꿈이 됐고 그의 직업이 됐다. 평소에 이런 저런 것들에 관심이 많고, 금방 배우고, 또 금방 놓는 편이라는 그는 연기만큼은 꽉 잡고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히스토리보이즈’의 바르고 꼿꼿한 고등학생 스크립스,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어리바리한 남한 군인 신석구, ‘비스티 보이즈’의 능글맞은 호스트바 선수 강민혁 등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들에게서 특별한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그만큼 안재영 배우는 다양한 색깔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깨끗한 이미지의 배우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정말 감사한 게, 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매 작품마다 저를 못 알아 봤으면 하는 게 배우로서의 목표예요. 저는 제가 특출 나게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물쩍(?) 넘어가는 이미지 인거 같아요.(웃음) 전 그 이미지를 좋아해요. 어떤 것도 할 수 있으니까요.”
  
도이는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을 맞춘 후에 몰려오는 희열을 기대한다. 안재영 배우에게는 그런 희열의 순간이 있었을까? “그 희열을 굉장히 크게 생각하고 있어서 아직은 없다고 봐요. 하지만 제 인생에서 지금까지 맞춰온 조각들을 회상해 보건데, 지금까지는 잘 맞춰가고 있는 거 같아요. 마지막 조각의 희열, 언젠간 느껴보고 싶네요.”
 
 
[프로필]
이름: 안재영
직업: 뮤지컬배우, 연극배우
생년월일: 1986년 2월 28일
학력: 국민대학교 연극영화 학사
출연작: 억수로 좋은 날, 유형지, 스페셜레터, 내 이름은 김삼순, 짝사랑, 히스토리 보이즈, 여신님이 보고계셔, 비스티보이즈, 더 로스트, 취미의 방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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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지 기자 song@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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