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년만의 귀환, 클래스는 여전했다… 뮤지컬 ‘라카지’

[리뷰] 2년만의 귀환, 클래스는 여전했다… 뮤지컬 ‘라카지’

최종수정2018.09.27 09:16 기사입력2015.01.06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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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일 뿐”

▲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 공연장면 중 조지(왼쪽 남경주 분)가 앨빈(정성화 분)을 달래고 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 공연장면 중 조지(왼쪽 남경주 분)가 앨빈(정성화 분)을 달래고 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뉴스컬처=고아라 기자)
지난 한 해, 한국 공연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을 꼽자면 이제는 마이너가 아닌 메이저가 된 ‘성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불과 5, 6년 전만 해도 생소하기 그지없던 그들의 사정은 이제 -최소한 공연을 즐기는 이들에게만큼은- 우리와 다를 것이 하나 없는, 오히려 너무 닮아 있어서 놀라운 이야기가 됐다.
 
그러나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이들에겐 무언가 빠져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가족’이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엄마와 자상한 아빠, 그리고 철없는 아들까지, 이 작품 속의 가족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언제 어디서나 ‘나의 편’이 되어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특별하지만,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의 이야기가 돌아왔다. 여전히 유쾌하고 또 가슴 찡한 세 가족,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다.
 
뮤지컬 ‘라카지’는 중년의 위기(?)를 맞이한 게이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금은 히스테리컬하지만, 속마음은 한없이 여린 엄마 앨빈(정성화 분)과 한없이 자상하지만, 우유부단한 점이 단점인 아빠 조지(남경주 분), 그리고 매력적이지만 제멋대로인 아들 장미셀을 주인공으로 한다. 오로지 둘만의 힘으로 자식을 20살 성인까지 어엿하게 키운 앨빈과 조지는 갑작스런 결혼 선언을 한 아들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작품은 보수파 국회의원의 수장 딩동의 딸 안느와 결혼하려는 아들 때문에 결혼 생활 최고의 위기까지 맞이한 둘이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이상적인 가족을 연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웃프게 담아낸다.
   
작품은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성 소수자를 향한 우리의 그릇된 시선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20년 간 금이야 옥이야 키워낸 아들조차 자신의 엄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한 앨빈이 “나는 나일 뿐”이라 울부짖는 모습은 특히나 아프다. 또한 정체를 드러낸 게이 부부 앨빈과 조지에게 “호모 새끼”라 욕하는 딩동의 모습을 통해 수십, 수백년간 이들이 감내해야만 했던 사회의 냉엄한 잣대를 고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라카지’는 처음부터 즐겁다. 먼저 약방의 감초처럼 극 중간중간을 매끄럽게 채워내는 앙상블과 조연은 극의 재미를 책임진다. 이미 초연 당시부터 쇼 뮤지컬의 정수라는 평을 받았던 라카지 걸들과의 화려한 무대는 물론, 아리따운 모습과는 사뭇다른 걸걸한 입과 오두방정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안긴다. 특히 자신을 남자 집사가 아닌 여자 하녀라 주장하는 자코브(김호영 분)는 좌중을 휘어잡는 말솜씨와 무대를 온몸으로 구르는 살신성인까지 발휘하며 극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2년 만에 돌아온 정성화, 남경주 배우의 호흡은 극이 가진 진정성을 고스란히 되살려 냈다. 두 배우는 게이라는 소재에 갇히지 않고 그저 그 사람으로 분하며, 객석에서 보기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진심으로 아파하고 눈물 흘린다. 또한 끝없이 이어지는 쇼와 관객의 웃음소리에 치우쳐, 한없이 가벼워질 수 있는 작품의 중심축을 잡아내며 유쾌함 속의 찡한 감동을 그려내는 것도 두 배우의 공이다.
 
오랜만의 귀환, 변함없는 이야기의 힘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작품의 맛은 더욱 깊어졌다. 뮤지컬 ‘라카지’는 오는 3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공연정보]     
공연명: 뮤지컬 ‘라카지’     
원작: 장 포와레(Jean Poiret)     
극작: 하비 피어스타인(Harvey Fierstein)   
작사/ 작곡: 제리 허먼(Jerry Herman)    
연출: 이지나     
음악감독: 장소영     
안무: 서병구     
공연기간: 2014년 12월 9일 ~ 2015년 3월 8일
공연장소: LG아트센터    
출연진: 정성화, 김다현, 이지훈, 남경주, 고영빈, 송승환, 이경미, 전수경, 최정원, 유나영, 김호영, 유승엽, 정원영, 서경수, 허혜리, 최현지, 김주일 외.
관람료: VIP석 13만원 / R석 11만원 / S석 8만원 / A석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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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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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기자 ko@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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