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듣는 뮤지컬] 마음껏 사랑해요 이 순간, 뮤지컬 ‘라카지’

최종수정2018.09.26 14:45 기사입력2015.01.2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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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신나고 화려하게, 음악의 대비 전하고 싶어

▲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 공연장면 중 앨빈(오른쪽 김다현 분)이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춤추고 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 공연장면 중 앨빈(오른쪽 김다현 분)이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춤추고 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뉴스컬처=이슬기 기자)
특별하면서 평범한 새들이 돌아왔다. 시선을 사로잡는 쇼와 함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가족애가 있는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이다. 작품은 지난 2012년 한국 초연되어 성 소수자와 가족이라는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사랑하기 위해 삶을 살아간다 말하는 중년 게이 커플, 앨빈과 조지의 따뜻한 모습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높은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동시에 그해 열린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베스트외국뮤지컬상, 남우조연상, 안무상, 앙상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인기를 모두 손에 쥐었다.
 
막이 오르면 “신사 숙녀 여러분, 이 곳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라카지 오 폴의 사장 조지의 멘트가 객석을 반긴다. 실제 프랑스의 클럽, 라카지 오 폴에 앉아있는 착각이 이는 순간이다. 쇼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한 목소리 후에는, 근육과 미모를 동시에 갖춘 라카지걸의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된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넘버이다. 자신을, 연인을, 가족을 향한 사랑은 새장을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이자 인생의 노래로 표현된다. 초연에 이어 다시 한 번 ‘라카지’의 음악을 맡은 장소영 음악감독은 “극의 변화와 발맞추어 음악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신나는 장면은 더 신나고 화려하게, 깊은 감성이 느껴지는 장면은 더욱 감정을 극대화해, 음악의 대비를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 마스카라(Mascara)
 


“오직 날 위한 이 세상 그 어떤 고통도 잊는 순간. 여기 철없는 눈망울 또렷이 세워 줄 마스카라. 그리고 한 번 더 볼륨 업. 난 마스카라 니가 필요해.”
 
앨빈의 모습을 잠시 내려놓고 클럽 라카지 오 폴의 인기가수 자자의 옷을 입는 순간. 항상 최고의 무대를 선사해온 그답게 무대 위에 오르기 전 준비도 만만치 않다. 화려한 화장대가 등장하고, 앨빈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조명 아래 마스카라를 들어 올린다. 립스틱을 바르고 금발 가발을 쓰고 여장을 하며 앨빈은 완벽한 자자의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
 
장소영 음악감독은 이 장면을 떠올리며 “쇼를 멋지게 이끄는 주인공의 매력과 코러스가 돋보이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연하게 공연을 이끄는 자자의 모습과 화려한 모습으로 무대를 채우는 라카지걸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연을 마친 뒤 가발을 벗고 "여러분도 저처럼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면 행복해질 수 있답니다!"라고 말하는 자자. 아름다운 미소를 띤 자자와 라카지걸들의 모습은 이들이 무대 위에서 얼마나 행복한지를 보여준다.

# 위드 안느 온 마이 암즈(With Anne On My Arms)
 
▲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 공연장면 중 장미셀(오른쪽 정원영 분)이 조지(고영빈 분)를 설득하고 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 공연장면 중 장미셀(오른쪽 정원영 분)이 조지(고영빈 분)를 설득하고 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내가 브래드 핏보다 잘났대요. 내가 슈퍼맨보다 더 멋지대요. 이 세상 그 누가 온대도 내가 바로 최고의 친구, 최고의 연인, 최고의 화끈한 남자.”
 
조지와 앨빈 부부에게는 사랑하는 아들 장미셸이 있다. 휴가오듯 집을 찾는 그를 조지는 누구보다 환영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들의 방문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여자친구 안느와의 결혼 발표. 조지는 스무 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의 결혼을 허락해줄 수가 없다. 반대에 부딪힌 장미셸은 안느를 상상해보라는 말과 함께 ‘위드 안느 온 마이 암즈(With Anne On My Arms)’를 부른다.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두 사람의 귀여운 사랑을 담은 노래로, 브래드 핏보다 잘났다며 장미셸을 치켜세우는 안느의 이야기가 돋보인다. 한껏 들뜬 장미셸의 얼굴에서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엿볼 수 있다. 조지는 이 곡을 통해 장미셸의 결혼을 축복해주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장미셸의 결혼은 행복하기만 했던 조지와 앨빈의 삶을 한순간에 바꿔놓는 사건이다. 장미셸의 미래 장인어른이 극 보수주의 정치인 딩동이기 때문이다.

# 송 온 더 샌드(Song On The Sand)
 
▲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 공연장면 중 조지(왼쪽 남경주 분)가 앨빈(김다현 분)을 달래고 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 공연장면 중 조지(왼쪽 남경주 분)가 앨빈(김다현 분)을 달래고 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저 파도 소리에 실려온 달콤한 노래 그건, 함께하자는 언약, 영원하자는 약속.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바닷가 그 노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에 이어 친엄마를 상견례에 부르겠다는 장미셸의 말에 앨빈은 큰 실의에 빠진다. 장미셸의 친엄마 시빌은 그를 낳자마자 남의 집 대문 앞에 버려두고 떠난 비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앨빈을 위로하기 위해 바닷가를 찾은 조지는 두 사람의 추억이 담겨있는 노래를 부른다.
 
푸른 해변으로 무대가 옮겨지고 심플한 배경은 조지와 앨빈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조지는 프러포즈했던 날을 추억하는 곡으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깊은 사랑이 담긴 멜로디와 가사는 앨빈의 마음뿐만 아니라 관객의 마음도 따스하게 물들인다.

#  라 카지 쇼(La Cage Show)
 


“보이는 모습 그게 전부는 아냐. 모두들 말 못하는 욕망이 있지. 숨겨진 나를 찾아 날아봐. 여긴 바로 라카지 오 폴.”
 
마음의 위로를 얻은 앨빈은 다시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전설적인 여가수 마담 자자의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그는 색색의 옷을 입은 라카지걸들과 함께 신나는 노래를 부른다. 뿐만 아니라 흑조로 변신한 라카지걸들의 군무, 캉캉춤 등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진짜 클럽 라카지 오 폴을 찾아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 극대화되는 장면이다. 마담 자자는 관객과 소통하면서 능숙하게 공연을 이끌어간다. 본 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 마음에 숨겨둔 욕망을 드러내라 말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라카지걸들의 공연은 뮤지컬 ‘라카지’를 찾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또 다른 선물이기도 하다.

# 아이 엠 왓 아이 엠(I Am What I Am)
 


“나는 나일 뿐. 나는 나야. 이유란 없어.”
 
친엄마 시빌의 자리를 허락하며 한 발자국 물러섰던 앨빈의 고난은 끝나지 않는다. 아예 상견례 자리에 나타나지 말아 달라는 아들의 부탁 때문이다. 계속해서 공연을 준비하던 앨빈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고, 멍한 얼굴로 무대에 오른다. 슬픔을 참을 수 없던 앨빈은 ‘아이 엠 왓 아이 엠(I Am What I Am)’을 부르며 자신의 정체성을 솔직하게 밝힌다.
 
‘라카지’의 백미이자, 서글픈 앨빈의 인생과 자기애가 터져 나오는 곡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장소영 음악감독 또한 “이토록 아름다운 자기주장이 있을까요”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 곡이 단순한 게이 송이 아님을 밝히며, 모든 소외와 편견에 대한 멋진 반격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세상이 정한 잣대에 굴하지 않는 앨빈의 모습은 우리가 가진 또 다른 소외와 편견을 대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장 감독은 “조용한 고백처럼 시작한 노래는 확신에 가득찬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그 순간을 함께하는 이들은 모두 'I Am What I Am'을 속으로 강하게 외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 베스트 오브 타임즈(Best Of Times)
 


“시간을 꼭 잡고 마음껏 사랑해요, 이 순간. 영원히 기억될 내 인생 찬란한 지금, 여기, 오늘.”
 
모두가 다 함께 행복과 사랑을 노래하는 순간. ‘라카지’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인 이유가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내 다가온 상견례 자리에서 앨빈은 엄마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자리에서 앨빈은 사랑하는 아들 장미셸과 안느의 결혼을 축복하는 노래를 부른다. 
 
장소영 음악감독은 매번 공연하면서도 항상 공감하고, 연주하면서 늘 미소를 짓게 되는 장면으로 ‘베스트 오브 타임즈(Best of Times)’를 꼽았다. 동시에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 장면이야말로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인생의 행복을 전하는 앨빈의 노래가 차갑게 얼어붙은 에두아르 딩동의 마음을 녹이는 것처럼, 모두 함께 화합을 이뤄내는 따뜻한 곡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다가오지 않은 내일이 아닌, 지금 이 순간, 오늘을 마음껏 사랑하라는 가사와 전 배우들의 춤과 미소가 무대를 채우는 순간, 객석은 따뜻한 감동과 여운으로 가득해진다.
 
***
 
뮤지컬 ‘라카지’는 화려한 쇼에 유쾌한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매 장면 시선을 사로잡는 무대와 쇼가 있고 귀를 즐겁게 하는 넘버들이 가득하다. 클럽 라카지 오 폴을 찾은 한명의 관객이 되어, 손뼉을 치며 함께한다면 더욱 신 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2015년 3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공연정보]      
공연명: 뮤지컬 ‘라카지’      
원작: 장 포와레(Jean Poiret)      
극작: 하비 피어스타인(Harvey Fierstein)   
작사/ 작곡: 제리 허먼(Jerry Herman)     
연출: 이지나      
음악감독: 장소영      
안무: 서병구      
공연기간: 2014년 12월 9일 ~ 2015년 3월 8일
공연장소: LG아트센터     
출연진: 정성화, 김다현, 이지훈, 남경주, 고영빈, 송승환, 이경미, 전수경, 최정원, 유나영, 김호영, 유승엽, 정원영, 서경수, 허혜리, 최현지, 김주일 외.
관람료: VIP석 13만원 / R석 11만원 / S석 8만원 / A석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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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image@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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