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대 위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현실,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리뷰] 무대 위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현실,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최종수정2018.09.26 14:32 기사입력2015.01.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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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아픔 다루는 동명의 연극이 뮤지컬로

▲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연출 민준호)’ 공연장면 중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이레(주진하 분)와 지훈(강민욱 분).(왼쪽부터)(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연출 민준호)’ 공연장면 중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이레(주진하 분)와 지훈(강민욱 분).(왼쪽부터)(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뉴스컬처=오소라 기자)
모두가 하교하고 빗소리만이 남은 조용한 학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몰래 만난 두 아이가 키스한다. ‘찰칵찰칵’ 어디선가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당황하지만 빗소리겠거니 하며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연출 민준호)’은 누군가가 몰래 찍은 사진으로 인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난 전교 1등 ‘이레’와 오토바이 절도로 붙잡힌 일진 ‘현신’이 만나 익명의 신고자를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지난해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주목받은 동명의 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했다. 원작 연극은 동성 친구와의 키스 장면을 유포한 룸메이트로 인해 자살한 타일러 클레멘티의 이야기를 한국 청소년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작가의 노력 덕택에 ‘바람직한 청소년’은 놀랍도록 사실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소시지 빵이 아니라며 친구에게 빵을 던지고 욕지거리를 내뱉는 현신의 말투와 몸짓 하나하나가 실제 교실 안의 일진을 보는 듯하다. 공부는 하기 싫지만 ‘지잡대’에도 가기 싫다는 종철과 기태, 자신이 ‘인서울’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지훈, “가서 EBS 인강이나 들어!”라며 재범이 이레에게 외치는 말까지 소소한 부분 같지만 결코 소소한 고민에서 탄생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디테일이다.
 
작품은 그 디테일 안에 동성애, 현실과 이상의 괴리, 대학 입시, 청소년 자살, 왕따, 불륜 등의 다양한 문제와 함께 각 인물이 느끼는 아픔과 속내를 녹여냈다.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빵셔틀 봉수는 애처롭고, ‘바퀴벌레’라 놀림 받는 이레는 지훈과의 사랑을 진심이라고 떳떳하게 밝히지 못한 채 속병만 앓는다. 그러나 이 학생들을 ‘썩은 가지’로 낙인찍고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한 어른들의 모습 또한 아이들의 상처만큼이나 낯설지만은 않다.

사진의 범인을 찾는 추리 형식의 구조도 이 작품이 가진 묘미다. 이레가 현신에게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대가로 범인을 찾아 달라 부탁하면서 극 중 시간은 다시 사건 당일로 돌아가게 된다. 반성실 안에서만 극이 진행되면서 템포가 늘어질 법한데 추리라는 요소를 통해 긴장감을 부여하고, 시간을 다시 되돌리면서 극을 환기한다.
 
▲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연출 민준호)’ 공연장면 중 이레(김대현 분)와 현신(오인하 분)이 반성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연출 민준호)’ 공연장면 중 이레(김대현 분)와 현신(오인하 분)이 반성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바람직한 청소년’은 작은 무대를 알차게 활용했다. 무대 가운데 반성실을 고정하고 앞과 뒤를 깨알같이 활용한다. 특히 무대 뒤편 망사막 안에서 어렴풋하게 비추는 이레와 지훈의 키스신은 더욱 비밀스럽고 애틋하게 느껴져 임팩트 있는 극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대부분이 반성실 안에서 전개되어 화려한 무대 전환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단조로움이 느껴질 수 있다.
 
그런 무대를 가득 채우는 것은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10대의 불안정함을 배우들은 입체감 있게 그려냈다. 특히 오인하 배우의 연기는 매우 사실적이라 마치 학창시절 교실 속의 일진 남학생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레 역을 맡은 주진하 배우의 가슴 먹먹한 연기 또한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이레와 현신 외에도 종철, 기태, 재범과 같은 주변 인물들의 재치 있는 연기가 리드미컬한 음악과 만나면서 잔잔한 극에 파동을 주는 돌멩이 역할을 하게 된다.
 
정혜진 음악감독이 일전에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음악은 장르적 다양함보다는 드라마를 강조하다 보니 실로 다채로운 캐릭터에 비하면 밋밋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 음악이 인물들이 가진 아픔들 때문에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는 극의 숨을 죽여 몰입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특히 이레와 지훈의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을 담아낸 넘버 ‘그냥 너’는 극을 관통해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호소력 짙은 멜로디가 진한 여운을 남기기까지 한다.

‘바람직한 청소년’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보다는 도리어 차가운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닥쳐야 할 때 닥칠 줄 아는 것도 미덕”이라며 ‘바람직함’을 강요하는 어른들의 폭력 앞에서 아이들의 어깨는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뮤지컬은 어른들이 청소년의 심리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청소년의 고민을 사실적으로 다루기에 극 전체가 어둡고 보는 마음도 마냥 편하지는 않지만, 극은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동원해 적재적소에 웃음을 배치함으로써 관객을 잡아끈다. 극을 따라 웃고 눈물짓고, 다시 웃고 눈물짓다 보면 결국 지금껏 우리가 외면해온, 그러나 마주해야만 하는 현실이 눈앞에 존재할 것이다.
 

[공연정보]
공연명: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극작/각색: 이오진
각색/연출: 민준호
작곡/음악감독: 정혜진
공연기간: 2015년 1월 17일 ~ 2015년 3월 1일
공연장소: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출연진: 김대현, 오인하, 문성일, 주진하, 성열석, 박원진, 구도균, 강민욱, 나하연.
관람료: 전석 4만원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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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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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라 기자 news3@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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