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승희 예술감독 “고(古)음악은 웰빙 음악… 바흐의 상상 돌려줘야”

[인터뷰] 박승희 예술감독 “고(古)음악은 웰빙 음악… 바흐의 상상 돌려줘야”

최종수정2018.09.25 21:31 기사입력2015.05.17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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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한국 고음악 콘서트 시리즈 ‘앤티크’ 총감독

▲ 지난 12일 올림푸스홀에서 만난 박승희 예술감독은 "이 홀을 만나고 나서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뉴스컬처)     ©김이슬 기자

▲ 지난 12일 올림푸스홀에서 만난 박승희 예술감독은 "이 홀을 만나고 나서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뉴스컬처)     ©김이슬 기자


 
고(古)음악.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바흐와 헨델, 비발디로 대표되는 바로크시대와 그 이전 시대 음악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초기 고전과 후기 낭만파까지 고음악 범주에 들어가기도 한다. 연주자들은 당대의 악기를 사용해 작곡가의 스타일을 재현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고음악 운동이다.
 
20세기 클래식 음악계를 양분 하다시피한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이 살아있을 때까지 고음악은 마이너에 속했다. 그러나 카라얀이 역임했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고음악의 선구자적 인물인 니콜라우스 아르농크루(Nikolaus Harnoncourt)가 이어받으면서 판도는 바뀌기 시작했다. 20세기 대가들이 사그라지면서 고음악 레이블이 두각을 나타냈고, 카라얀이 종신 예술감독으로 활동했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역시 최근 바흐의 대작 마태수난곡을 바로크식으로 연주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아직 마이너에 머무는 고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고자 2005년 창단된 단체가 바로 박승희 예술감독이 이끄는 ‘바흐솔리스텐서울’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바흐솔리스텐서울은 헨델과 바흐 탄생 330주년을 기념해 상반기 2회는 헨델, 하반기 2회는 바흐를 테마로 연주회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헨델의 메시아를 연주한 데 이어, 오는 5월 19일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상반기 2번째 공연인 ‘피오리 무지칼리(Fiori Musicali) 2’를 가진다. 5월 공연의 주제는 ‘위 두 러브 헨델(We Do Love Handel)', 헨델의 주요 실내악작품과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의 아리아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 공연은 올림푸스한국에서 기획한 고음악 콘서트 시리즈 ‘앤티크’의 개막 연주회이기도 하다. 박승희 감독은 5월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앤티크’ 시리즈의 총예술감독을 함께 맡는다.
 
“작은 규모의 연주회를 위해 대관을 알아보다가 올림푸스홀을 추천받았어요. 고음악에 상당히 적합한 규모와 울림을 가지고 있어 만족스러웠죠. 올림푸스홀 측에서 고음악 시리즈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괜찮은 아이디어다 싶었어요. 국내도 점점 고음악 단체들이 많아지는데, 이들을 묶어서 시리즈로 선보인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됐죠.”
 
고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공연장의 ‘울림’이라고 박 감독은 덧붙여 설명했다. “우리나라 대부분 홀은 현대 악기를 위한 곳이라 잔향이 적은 편이이에요. 그런데 고음악 악기의 경우 소리가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잔향이 많은 데가 좋아요. 성당 같은 곳이 좋기는 한데 전문 공연장은 아니죠. 그러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요. 올림푸스홀은 울림 측면에서 자연스럽고 좋아요. 더불어 고음악은 너무 넓은 홀에서 하는 건 어울리지 않아요. 객석과 가까운 위치에서 좋은 울림으로 연주할 수 있다면, 관객과 연주자 모두 만족하는 조건이 되죠. 바로크 시대에는 공연장 자체를 악기의 일부분으로 여겼기 때문에, 저도 공연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음악은 왜 연주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그는 “피아노로 연주되는 바흐의 평균율은, 바흐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음악인 거죠, 사실”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바흐의 평균율은 피아노를 위해 쓰인 곡이 아니거든요. 그 당시 피아노는 원시적인 형태였고, 당시 대세는 ‘쳄발로(cembalo)’였습니다. 쳄발로엔 페달이 없어서 철저하게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과 프레이징(phrasing)으로 음악이 결정됩니다. 이처럼 악기에서부터 굉장한 차이가 있으므로 원작자의 의도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악기부터 그 시대의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고음악을 재해석의 여지 없이 그대로 ‘복사’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오히려 고음악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장르라고 강조했다. “수많은 고음악 단체들이 비발디의 사계를 다양하게 연주합니다. 템포도 다 달라요. 정해져 있는 템포가 없기 때문이죠.”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모차르트나 베토벤과 같은 고전음악과는 달리 바로크시대 악보에는 지시어가 없어 작곡가의 의도가 절반 밖에 드러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악보대로 해라’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머지 절반은 연주자가 완성하기 때문에 결과가 다양해지는 거죠. 오늘날 청중은 다양한 해석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기에 행복한 거예요.”
 
▲ 지난 12일 올림푸스홀에서 진행된 뉴스컬처와의 인터뷰에 응한 박승희 예술감독.(뉴스컬처)     ©김이슬 기자

▲ 지난 12일 올림푸스홀에서 진행된 뉴스컬처와의 인터뷰에 응한 박승희 예술감독.(뉴스컬처)     ©김이슬 기자


 
박 감독은 고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웰빙’과도 같다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현대 악기는 소리가 강하고 풍부한 반면에, 바로크 악기들은 부드럽고 따뜻하고 너무 압도적이지 않아요. 귀에 팍 꽂힌다기보다는 건강한 울림을 주죠. 내 소리를 들어달라고 청중에게 강요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건강한 울림으로 가득 차는 음악이에요.”
 
성악을 전공한 박승희 예술감독은 고음악 성악 역시 고음악 악기의 원리와 맞닿아있다고 강조했다. “악기는 사람 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기에, 그 당시 악기 형태나 연주법에 의해 노래도 결정됩니다. 윽박지르지 않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고음악처럼, 바로크 시대의 성악은 ‘말하듯이 노래하라’가 핵심이죠. 언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중요한 단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장단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정교한 창법을 구사해야 합니다. 소리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지는 않지만, 훨씬 더 유연하게 구사해야 하죠.”
 
총 9회로 진행되는 ‘앤티크’ 시리즈는 대중과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친숙한 고음악으로 레퍼토리를 구축하는 한편, 피아노의 초기 형태인 ‘포르테피아노’ 악기를 통해 고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음악가들과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했다고 박승희 예술감독은 밝혔다.
 
“고음악은 일반 청중뿐만 아니라 음악가들도 낯설어하는 장르”라면서 “포르테피아노는 예스러운 음색을 내면서도 19세기 멘델스존의 레퍼토리까지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음역대가 넓으므로, 독일가곡을 노래하는 성악가들도 부담 없이 고음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고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성악가들도 고음악에 도전할 수 있게끔, 포르테피아노와 함께하는 시리즈를 확대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8월 31일에는 포르테피아니스트 우지안과 함께 박승희 예술감독이 테너로서 직접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의 열정’이란 제목을 단 공연에서 그는 베토벤의 사랑스럽고도 위트 있는 가곡을 부를 예정이다. “독일 가곡은 바로크 음악과 밀접한 스타일을 띈다”면서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 등 관객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로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고음악 잘 감상하는 방법이요? 미리 꼭 듣고 오시면 좋겠어요. 예습하면 쉽게 다가오실 거예요. 그리고 이 보물 같은 홀에서 건강한 울림, 직접 느껴보세요.”
 
 
[프로필]
이름: 박승희
직업: 성악가, 음악감독
소속: 바흐솔리스텐서울 음악감독, 연세대 고음악전문연구과정 책임강사
학력: 서울대 음대 성악과 졸업,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 성악 전문 및 최고연주자과정 졸업, 독일 트로싱엔 국립음대 고음악성악 전문연주자과정 졸업, 스위스 바젤 스콜라칸토룸 고음악성악 수료
수상: 독일 라이프치히 바흐국제콩쿠르, 벨기에 브뤼헤 고음악콩쿠르, 일본 야마나시 고음악콘쿠르, 벨기에 쉬메 바로크 성악콩쿠르 외 다수 입상
 
(뉴스컬처=송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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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지 기자 song@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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