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팬레터’ 김태형 “10년을 버티고서야 어엿한 연출가가 됐네요”

[인터뷰] 뮤지컬 ‘팬레터’ 김태형 “10년을 버티고서야 어엿한 연출가가 됐네요”

최종수정2018.09.23 14:03 기사입력2016.10.20 10:32

글꼴설정

2007년 데뷔해 10주년, 연극-뮤지컬-오페라 다채로운 장르에서 활약해

▲ 뮤지컬 '팬레터'의 김태형 연출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 뮤지컬 '팬레터'의 김태형 연출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1만 시간 동안 몰두하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3시간씩 꼬박 10년 동안 적립해야 다다를 수 있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뚝심과 인내심, 성실함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공연계에서 전문가로 우뚝 서는 것 역시 혹독한 일이다. 2007년 연극 ‘오월엔 결혼할 거야’로 데뷔한 김태형은 모진 바람을 견뎌내고, 대학로를 주름잡는 연출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올해 연출 데뷔 10주년을 맞은 김태형은 자축이라도 하듯 바쁜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부터 ‘히스토리 보이즈’, ‘카포네 트릴로지’, 뮤지컬 ‘로기수’까지 쉼 없이 2016년을 보냈다. 지난 1년간 사흘 이상 쉬어본 적 없다는 그는 ‘2016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쇼케이스’를 통해 연을 맺은 뮤지컬 ‘팬레터’를 통해 새롭게 관객과 만나고 있다.
 
김 연출은 창작 뮤지컬 지원 사업 ‘2016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에 선정된 한재은 작가-박현숙 작곡가로부터 연출 의뢰를 받아 ‘팬레터’에 참여하게 됐다. 이미 완성돼 있던 대본과 음악은 새롭게 합류한 제작진과 출연진 간의 미팅과 연습을 통해 다듬어졌다. 잘 갈고 닦인 작품은 지난 2월 진행된 쇼케이스 결과 최우수작으로 뽑혀 본 공연의 기회를 얻게 됐다.
 
“창작 뮤지컬이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힘든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쇼케이스 공연을 잘 끝마치고, 이렇게 본 공연까지 올리게 돼 기분이 너무 좋아요. 쇼케이스 공연 때보다 훨씬 많은 관객을 마주하는 것이 살짝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기대감과 설렘이 더 큽니다.”
 
김태형 연출은  “쇼케이스부터 차근차근 진행해 연습 기간이 길었다”며 “배우들이 캐릭터를 만나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여유가 있다 보니 조금 더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뉴스컬처)

김태형 연출은  “쇼케이스부터 차근차근 진행해 연습 기간이 길었다”며 “배우들이 캐릭터를 만나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여유가 있다 보니 조금 더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뉴스컬처)


 
본 공연은 쇼케이스를 통해 부족한 것은 채우고 과한 것은 덜어내는 작업을 거쳤다. 세훈과 히카루, 해진의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무를 삽입하고 노래를 수정했다. 특히 세훈과 히카루가 대립하는 장면에서 노래와 노래의 대결로 뮤지컬만의 매력을 살리고,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세 사람을 둘러싼 칠인회의 에피소드를 더해 주변 인물에도 힘을 줬다.
 
이야기 선의 수정뿐 아니라 연습 중 캐릭터를 몸에 익힌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로 작품의 매력은 한껏 더 살 수 있었다. 김 연출은 “쇼케이스부터 차근차근 진행해 연습 기간이 길었다”며 “배우들이 캐릭터를 만나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 고민하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조금 더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배우들을 향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팬레터’에서 눈에 띄는 무대 구성 요소는 그림자 활용과 인물 간의 뒤얽힌 관계를 보여주는 안무다. 김 연출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이기도 하다. 세훈과 히카루의 관계가 마치 ‘실재와 허상’, ‘흑과 백’처럼 이분법으로 나뉜 것을 빛과 그림자로 구현했다. 또한 대사로 미처 전달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까지도 안무에 넣어 몰입도를 높였다.
 
피와 땀을 더해 촘촘히 만들었음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란 쉽지 않다. 김 연출은 “작품을 올리고 흡족한 부분도, 아직 미흡한 부분도 있다”며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7인회 멤버들의 분량을 이전보다 늘렸음에도 여전히 1930년대 경성시대의 시대상이나 문인들의 활동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무대에서 자연광을 좀 더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이번 초연을 발판 삼아 재연, 삼연에 보강해나가고 싶다”며 마음을 표했다.
 
김태형 연출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 크게 부담스럽거나 어렵지 않았다”며 “더욱이 역사를 고증하는 것보다 문학을 향한 문인의 열정과 동경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김태형 연출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 크게 부담스럽거나 어렵지 않았다”며 “더욱이 역사를 고증하는 것보다 문학을 향한 문인의 열정과 동경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역사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 뮤지컬 ‘팬레터’는 1930년대 경성시대를 배경으로 김유정과 이상 그리고 조선 최고 엘리트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를 모티브로 한다. 작품은 작가 지망생 세훈이 동경하는 소설가 해진에게 필명 히카루로 편지를 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히카루를 여자로 착각한 해진은 자신이 쓴 글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그녀를 향한 지독한 사랑을 품는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김 연출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 크게 부담스럽거나 어렵지 않았다”며 “역사를 고증하는 것보다 문학을 향한 문인의 열정과 동경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이야기했다. 예술가의 불타오르는 창작욕은 억압의 시대일지라도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아 관객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극 중에는 문인을 다룬 공연답게 실존 인물의 문학 작품 글귀가 여러 숨어있다. 관람 중 이를 찾는 것은 쏠쏠한 재미다. 예를 들면 시인 이상을 본뜬 ‘이윤’은 평론가에게 59점으로 낙제점을 받은 일, 시 ‘오감도’ 연재 중 독자 투서를 받고 분개한 일 등 이상이 겪은 에피소드를 첨가했다. 또한 극의 말미 김유정을 차용한 캐릭터인 해진과 히카루가 함께 완성한 소설 ‘생의 반려’는 실제 김유정의 집필한 소설 제목과 첫 구절을 그대로 가져왔다.
 
 김태형 연출은  ‘가족 오락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등을 꼽으며 앞서 연출작 중 아쉬움이 남는 작품을 재연출하고 싶고, 공연과 다른 언어인 영화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

 김태형 연출은  ‘가족 오락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등을 꼽으며 앞서 연출작 중 아쉬움이 남는 작품을 재연출하고 싶고, 공연과 다른 언어인 영화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


 
김 연출은 연극으로 첫걸음을 뗐으나 뮤지컬, 오페라 등 장르에 갇히지 않고 여러 분야에 도전한 바 있다. 그런 그도 연출만으로 밥벌이 한 지는 4년이 채 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녹록지 않은 연극쟁이 생활로 무대 디자이너, 조명 디자이너, 수학 과외 등 부업을 늘 겸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연을 향한 집념만으로 지금까지 왔다.
 
10년을 달려왔지만 앞으로의 꿈 앞에서는 여전히 총기 가득한 눈빛을 빛냈다. 김 연출은 ‘가족 오락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등 앞서 연출작 중 아쉬움이 남는 작품을 재연출하고 싶고, 공연과 다른 언어인 영화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또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세 살배기 아들이 자라서 볼 수 있는 아동극을 무대에 올리고, 아내 이영미 배우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1인극도 꼭 하고 싶다며 남다른 가족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10년을 버티고서야 어엿한 연출가가 됐네요. 연출가로서 살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고 축복할 일이에요. 사실 이 직업이 참고 버티기에 참 고되거든요. 돈과 명예만 좇아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기도 하요. 공연의 즐거움, 저를 향한 배우들의 신뢰가 지나간 10년의 보상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즐거운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
 

[프로필]
이름: 김태형
직업: 연출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 전공
연출작: 연극 ‘오월엔 결혼할거야’, ‘모범생들’, ‘히스토리보이즈’, ‘두결한장’, ‘연애시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족오락관’,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카포네 트릴로지’ 외 / 뮤지컬 ‘브루클린’, ‘아가사’, ‘로기수’, ‘팬레터’ 외
 
(뉴스컬처=김이슬 기자)
대한민국No.1 문화신문 [뉴스컬처]
[뉴스컬처 NCTV][뉴스컬처 360VR][뉴스컬처 연예TV]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뉴스스탠드][페이스북][트위터]
김이슬 기자 dew@newsculture.tv<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나만의 골드넘버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