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초점] 2018년 두 개의 키워드, '장년'과 '여성'

최종수정2018.12.27 00:51 기사입력2018.12.2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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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스트림 벗어난 자유로움으로 소재에 그치지 않고 의미 더한 작품들 '흥했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공연 장면.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공연 장면.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뉴스컬처 서정준 객원기자] 2018년 공연계, '장년'과 '여성'으로 압축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달 이야기한 것처럼 2018년 공연계는 크고 작은 문제에 신음했다. 바로 26일 오전 드러난 배우 손승원의 불미스러운 음주운전 사건은 워낙 특수한 경우라 논외로 치더라도, 임금체불 등 매년마다 공연계를 덮친 '위기'는 물론이고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미투'로 인해 드러난 연극계의 권력형 성폭력 등이 올해에도 연극계에 균열을 더했다. 그런 가운데 공연계는 나름대로의 발전과 변화를 조금이나마 꾀하고 있었다. 가장 큰 변화점은 '장년'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지 않을까. 이 키워드들은 2018년을 맞아 관객으로서, 작품 소재로서 새롭게 발견됐다. 진부하지만 '재발견'이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것이다.

시작은 2017년 초연 때 가히 압도적 흥행을 올린 이영훈 작곡가의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였다. CJ ENM의 기획력이 돋보인 이 작품은 4주만에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중장년층 관객들의 구매력이 정점에 달했음을 알리는 시발점이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여름 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는 포스터만 봐도 추억이 떠오를 법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플래시댄스'가 그야말로 전회매진의 '초대박'을 쳤다. '플래시댄스'는 이에 제2의 '광화문연가'를 꿈꾸며 2019년 내한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중 한 장면.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뮤지컬 '광화문연가' 중 한 장면.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스테디셀러 뮤지컬 '오!캐롤'에는 코미디언 주병진이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하며 화제를 불러모았고, '광화문연가' 재연 역시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빠르게 돌아왔다. 실제로는 지방공연까지 포함하면 약 반 년만에 돌아온 셈이니 불황으로 신음하는 공연계 사이에서 눈에 띄는 행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또 중장년층 타겟의 공연은 아니지만, 온 가족이 함께 볼 법한 신시컴퍼니의 '빌리 엘리어트'와 '마틸다'는 아동 관객층부터 마니아까지 아우르는 작품성으로 연이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계에서도 선배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로 젊은 배우들과도 빼어난 호흡을 선보인 배우 이순재는 '사랑별곡', '사랑해요 당신', '장수상회'에 이어 지난 6일 개막한 강풀 웹툰 원작의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까지 연이어 동료 배우들과 중장년 관객을 상대로 '老맨스'와 삶의 의미를 함께 담아낸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남녀사이의 이야기를 '남녀사이'로만 그치지 않고 인생의 깨우침으로 발전시킨 작품들도 있다. 두 남녀가 목요일마다 토론을 통해 '역사 속의 개인'과 '개인으로 이뤄진 역사'를 교차해서 마주보는 작품 '그와 그녀의 목요일', 프랑스 희곡의 유쾌한 분위기와 JTBC 'SKY캐슬'에서 호연을 펼친 배우 김정난의 연기 내공이 더해진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매력적인 연극열전의 '진실X거짓'도 극장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극 '진실X거짓' 공연 장면.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연극 '진실X거짓' 공연 장면.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또 이 이야기들이 의미있는 점은 과거와 달리 여성 인물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알탕'이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까지 선사받아야 했던 한국 액션/스릴러 영화들처럼, 국내 공연계 역시 남성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소재 개발 역시 그에 맞춰 이뤄져왔다. 인터파크 연간 판매 랭킹 상위권 작품들 중 소극장 작품에서 1, 3, 4위를 기록한 '배니싱', '랭보', '마마돈크라이'는 모두 여성 배우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작품일 정도다. 개별 작품에 대한 완성도나 의미를 논하기 이전에 그만큼 제작자들의 시선이 한 쪽에 쏠려있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중장년층 대상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메인스트림에서 한 발짝 벗어난 관객층을 타겟으로 하기에 그만큼 다양한 소재와 풍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개그우먼 박미선과 김영희의 출연으로 주목받았던 '홈쇼핑 주식회사 - shop on the stage'나 제목에서부터 '폐경기'라는 뜻을 의미하는 뮤지컬 '메노포즈' 등도 그러한 예다.

뮤지컬 '마리퀴리' 공연 장면.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뮤지컬 '마리퀴리' 공연 장면.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이 중 2019년 1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마리퀴리'는 한층 더 이런 시선들이 한 발짝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김소향, 임강희가 주연을 맡은 '마리퀴리'는 성별 관계 없이 과학자, 사업가, 라듐 피해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갈등 구조를 맺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짜 주인공으로서 여성 서사를 보여준다. 사랑이 꼭 중요한 갈등 구조로 부각된 대극장의 여성 주연 작품들과는 또다른 모양새다. 우란문화재단의 '베르나르다 알바' 역시 기존의 관점에서 봤다면 남성과 사랑에 의존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그려질 수 있었겠지만, 여성 배우 10인의 호연과 의도적으로 남성을 배제하고 '여성의 목소리'로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에 힘입어 2018년 작품들 중 눈에 띄는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2018년의 공연계는 위기 속에서 '장년'과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 혹은 기존의 공연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되는 효과를 낳았다. 이들 모두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고, 작품성에서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생겼다는 점 자체가 공연계가 새로운 관객을 원했던 것만큼, 관객들도 새로운 공연을 원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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