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리뷰] 끝 없는 빅뱅처럼 퍼져가는 이들의 세계관…뮤지컬 '호프'

[NC리뷰] 끝 없는 빅뱅처럼 퍼져가는 이들의 세계관…뮤지컬 '호프'

최종수정2019.01.31 08:40 기사입력2019.01.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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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호프' 공연사진. 사진=알앤디웍스

뮤지컬 '호프' 공연사진. 사진=알앤디웍스


[뉴스컬처 서정준 객원기자] 마니아층을 끌어모은 알앤디웍스가 새로운 시도로 자신들의 영역을 넓혔다.


지난 20일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공연을 마치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뮤지컬 '호프'는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를 두고 실제로 벌어진 원고 반환 소송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현대문학의 거장 요제프의 미발표 원고를 두고 주인공 에바 호프와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이 벌이는 30년간의 재판을 그렸다. 호프 역에 차지연과 김선영, K역에 고훈정, 조형균, 장지후, 마리 역에 이하나, 유리아, 과거 호프 역에 차엘리야, 이예은, 이윤하, 베르트 역에 송용진, 김순택, 카델 역에 양지원, 이승헌이 출연한다.


다시 극으로 돌아가면 이 원고는 상당한 금전적,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자신이 원고의 소유주라고 주장하는(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주인공 에바 호프(이하 호프)가 어떠한 제안에도 도무지 원고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이 원고는 나'라고 말하지만, 원고를 읽지도 않은 채 그 원고와 함께한다. 그는 불행하고 긴 과거를 거치며 모두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낀다). 그 결과 자신이 지켜온, 자신을 지켜줄 것이 이 원고뿐인 셈이다.


뮤지컬 '호프'의 메시지는 꽤나 간단명료하다. 자신을 사랑할 것. 자신을 다른 무언가가 아닌 자신에게 돌려줄 것이란 이야기다. 그 점을 지나치게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후반부가 다소 교훈적인 끝맺음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또 메시지의 무게감은 분명 가볍지 않지만, 전쟁, 유대인 학살 등 인간을 얼마든지 극단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커다란 사건들의 끝에 서있는 호프가 사람들에게는 그저 다소 괴팍한 노인네 정도로 취급받는 점은 좀 아쉬운 대목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밀도 있는 사건을 통해 인간의 트라우마를 그려낸 여타의 작품들에 비해 표현하자면 '호프'는 이야기의 무게감보다 뮤지컬이란 장르적 특성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작품이 신진 작가의 신작이란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흐름, 완성도와 별개로 좋은 의미거나 나쁜 의미거나 앞으로의 작품들이 어찌 나올지 궁금해진다.


뮤지컬 '호프' 공연사진. 사진=알앤디웍스

뮤지컬 '호프' 공연사진. 사진=알앤디웍스


하지만 뮤지컬 '호프'가 최근의 알앤디웍스가 만들어온 세계관을 한 차원 넓힌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알앤디웍스의 최근 작품들은 '마마돈크라이', '더 데빌', '록키호러쇼' 등 무척 상징적이거나 난해함을 의도하는 등 마니아를 끌어들이는 작품들과 '안녕, 여름', '아이러브유'처럼 현실의 어딘가에 밀접하게 닿은 작품들로 도무지 그 연관성이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강렬한 조명을 극단적으로 활용하는 연출 등을 보면 다른 작품이어도 같은 제작사의 성향이 엿보일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싶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뮤지컬 '호프'에 이르러서는 자신들의 방향성이 오히려 하나의 소실점을 향해가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빅뱅처럼 퍼져가는 중임을 밝힌 셈이라고 봐도 좋겠다. 이는 개별 작품들이 각자의 완성도를 높였기에 가능한 일이고, '호프'는 그런 의미에서 웰메이드-뮤지컬로서 확실하게 제 몫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아쉬운 점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무대는 심플하지만 상징성과 활용성을 동시에 획득했다. 양 옆의 나무를 뚫고 비치는 햇볕을 묘사하는 조명이나, 앙상블이 완성하는 기차씬, 재판장이라는 공간을 뚜렷하게 보여주면서도 때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도구들이 그렇다. 음악 역시 화려한 출연진들만큼이나 매력적이다. 특히 극 후반 호프의 넘버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경매장에서의 독특한 움직임 역시 확실하게 눈을 빼앗는 요소다.


'호프'는 이처럼 매력적인 요소들이 모여 주인공 호프의 삶을 충실히 표현하고, 그를 통해 관객들의 감정몰입을 높인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못하는 호프가 스스로를 바라보며 존재하게 될 때, 관객들 역시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알앤디웍스 유니버스'는 또 어떤 작품들이 튀어나올지 뮤지컬 '호프'를 보며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



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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