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관객, 이제 내가 주인공"…'이머시브' 공연 [NC기획]

최종수정2020.01.19 08:00 기사입력2020.0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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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김진선 기자] 관객이 앉아서 무대를 바라만 보지 않는다. 의견을 내고, 대화도 나눈다. 자유롭게 극장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가까이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마주칠 수 있다. 덕분에 인물들의 감정에 더욱 흠뻑 젖는다. 관객 참여형 공연 '이머시브' 공연이다.


'이머시브' 공연은 이미 여러 형태로 관객들을 찾았다. ‘쉬어매드니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등이 그렇다.


'위대한개츠비' 공연.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위대한개츠비' 공연.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쉬어매드니스'는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범인을 추리해 나간다. 미용실 위층에 살고 있는 유명 피아니스트가 살해 당하는데, 관객들은 목격자이자, 배심원이 돼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행적을 캘 수 있다. 관객의 참여와 추리에 의해 범인이 매회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다.


완결된 구조의 희곡이 존재하지 않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도 있다. 객석을 채운 100명이 무대에 오른 인물의 이름, 나이, 직업 등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관객들에 의해 공연 제목이 정해지고, 선택된 장면과 노래로 만들어진다. 관객이 던진 발상에 아이디어가 더해지기도 한다.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공연 장면. 사진=㈜아이엠컬처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공연 장면. 사진=㈜아이엠컬처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배우들이 대본을 보지 못하며, 관객들 앞에 섰을 때 비로소 봉인된 대본을 받을 수 있는 1인극 '하얀 토끼 빨간 토끼'도 관객의 참여로 이뤄진 작품이다. 기본 틀은 정해져 있지만, 배우의 즉흥 연기에 관객들의 결정으로 극이 완성된다. 프로그램 디렉터 당시 이병훈 연출가는 "연극의 핵심은 즉흥과 현장성이다. 인터넷에 퍼서 올릴 수 없는, 그 순간에 태어나고 그 순간에 사라지는 연극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객참여형 씨어터 RPG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는 2시간 동안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까지 탐방할 수 있으며, 공연 제작 과정까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RPG는 롤 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의 약자로, 작품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담았다. 한 회당 120명의 관객만 수용하며, 각각 30명씩 흩어져 작품을 관람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연상게임, 스피드 게임 등 즐길거리를 더했고, 춤을 추는 등의 즐길 거리도 더해 호평 받았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객과 호흡했지만, ‘위대한 개츠비’의 결은 조금 다르다. 2015년 요크에서 초연 되며, 영국에서 롱런하는 데 이어 웨스트엔드로 자리를 옮겨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가 한국 관객들을 만난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F.스콧 피츠 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등 다양한 소재로 재탄생 된 이미 익숙한 이야기지만, '이머시브' 공연으로 다시 만나는 '위대한 개츠비'는 새로 보는 듯 신선하다.


이머시브 공연으로 재탄생 되면서 현장성, 즉흥성이 강조돼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능동적, 주체적인 관객이 되는 관객들은 다른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묘미를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배우들은 각자가, 사회자 겸 동시에 이야기꾼이 된다. 인물이 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하면서도, 관객들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 게다가 한켠에서는 음료, 주류로 목도 축일 수 있어 정말 파티에 초대된 듯 하다.


'위대한개츠비' 공연.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위대한개츠비' 공연.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피아노가 놓인 무대가 있는 메인룸에서는 작품의 전체적인 큰 틀이 진행된다. 베스트 드레서로 뽑혀 무대에 올라가기도 하고, 댄스 경연도 펼쳐진다. 춤을 추는 배우들, 감정을 나타내는 인물,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의 입장을 내는 배우들의 모습은, ‘배우’가 아니라 ‘한 인물’로 받아들여져, 남의 일로 느끼지 않게 한다.


눈물을 흘리는 데이지, 하소연하는 머틀 윌슨이 눈 앞에 있다. "여러분, 저 어떡하죠" "진짜 속상해요" "제가 정말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인물들은 더 이상 배우가 아니다. 캐츠비, 데이지, 윌슨, 닉, 그 존재가 된다.


볼 때 마다 다른 공연으로 느껴진다는 점은 작품의 매력인 동시에 불만이 될 수도 있다. 메인룸 사이에 숨겨진 시크릿 룸에는 몇몇 관객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갈 때 마다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매력이다. 때문에 회전문(한 작품을 여러 번 관람)을 도는 관객들도 적잖다. 자칫 호기심에 단독 활동을 할 경우 '강제 퇴장'을 권고를 당할 수도 있다. 배우들이 제안하는 것을 수락하고 “오케이”를 외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개츠비를 보러 갔는데, 개츠비를 못 보고 올 수도 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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