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칸→오스카 취재기①]봉준호X송강호, 황금종려상 들고 기자들과 환호한 이야기

['기생충' 칸→오스카 취재기①]봉준호X송강호, 황금종려상 들고 기자들과 환호한 이야기

최종수정2020.02.14 08:00 기사입력2020.02.14 08:00

글꼴설정

칸부터 오스카까지 현지 취재 후일담

['기생충' 칸→오스카 취재기①]봉준호X송강호, 황금종려상 들고 기자들과 환호한 이야기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오스카 출장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취재를 마무리하며 취재기를 후일담 기사로 정리해봤다. 기자로서 이 순간의 감정이 퇴색되기 전에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국 영화의 큰 역사적 순간을 두 차례 목도한 기자로서 사명감 같은 거창한 감정은 아니다. 그 순간 느낀 감정이 퇴색되기 전에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솔직한 소회를 끼적여봤다. 지극히 주관적인 취재 노트라는 것을 미리 말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시작해 오스카에서 역사적인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남부 도시 칸으로 향할 때까지도 말이다. 기자도 마찬가지. 영화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설마 상을 받겠어?’라며 취재를 시작했다. 봉 감독은 칸과 인연이 깊다. 앞서 ‘괴물’(2006, 제59회), ‘도쿄!’(2008, 제61회), ‘마더’(2009, 제62회) ‘옥자’(2017, 제70회)까지 여러 차례 칸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옥자’는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배급한 작품이었기에 2016년 칸 영화제에서 대단한 홍역을 치렀다. 약간의 보은 느낌도 있었다.


CJ엔터테인먼트와 오랜만에 손잡고 내놓는 상업영화, 여기에 페르소나 송강호의 등판, 작품은 말할 필요 없을 만큼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될 듯 될 듯 아쉬운 결과가 이어졌다. 국내 취재진이 현지 취재 기사를 쓰면 댓글에 ‘기자가 설레발 친다’며 비난받곤 했다. 또, 2018년에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고 좋아하는 일본 취재진까지 바라보며 씁쓸한 입맛을 다지고 돌아와야 했다.


2019년은 분위기가 달랐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자신감이 넘쳤다. 현지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현지에서 취재를 진행하며, 각국 영화인들이 ‘기생충’을 향한 기대가 크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경쟁부문 공식 상영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 이후 가장 봉준호다운 영화”라고 장담했다. 상영날이 밝았고,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봉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우아한 장르의 변주에 전 세계 영화인들은 열광했다. 기자도 놀랐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 분명 심상치 않은 영화가 탄생했다는 걸 칸에서 먼저 확인한 셈이다. 기립박수는 멈출 줄 모른 채 8분간 이어졌다. 기자들은 ‘이런 적이 있었나?’라며 수군거렸다.


['기생충' 칸→오스카 취재기①]봉준호X송강호, 황금종려상 들고 기자들과 환호한 이야기

['기생충' 칸→오스카 취재기①]봉준호X송강호, 황금종려상 들고 기자들과 환호한 이야기


또, 이미경 CJ 부회장이 칸을 찾아 ‘기생충’을 위해 힘을 싣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대감이 커졌고, 이는 영화를 본 후 명확해졌다. 우린 수상을 예감했다. 그리고 상영이 끝난 후 밤새도록 숙소에서 ‘기생충’의 수상 기사를 미리 작성했다. 폐막식에서 수상 결과 발표 직후 기사를 바로 송출할 수 있도록 말이다. 기자들은 저마다 각 부문의 수상을 점쳤다. 그러나 감히 황금종려상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전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프레스룸에 모여 바로 옆에서 열리는 폐막식을 지켜봤다. 숨죽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순서대로 수상작(자)이 호명됐는데, 봉준호 ‘패러사이트’(Parasite, 기생충)는 불리지 않았다. 이상했다. 그런데 객석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가 보였다. ‘역시 황금종려상은 쿠엔틴 감독의 몫이겠구나’,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팔므도르 이즈 봉준호, 패러사이트.” 웬만해선 평정심을 잃지 않는 기자들이지만, 황금종려상에 ‘기생충’이 호명되자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2002 월드컵을 방불케 했다. 이후 봉 감독과 송강호는 트로피를 들고 프레스룸에 들어섰다. 봉 감독은 테이블 중간에 트로피를 턱하고 올려 보였다. 기자들은 상기됐고,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유례없는 상황에 우리도 배우도 감독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흥분 속 즉석 기자회견이 열렸다. 역사적 순간을 취재하고 있다는 기쁨이 밀려왔다. 미리 써놨던 기사를 황금종려상으로 다급하게 수정하면서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황금종려상이라니.


['기생충' 칸→오스카 취재기①]봉준호X송강호, 황금종려상 들고 기자들과 환호한 이야기


그렇게 한국영화의 이벤트가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이후 국내로 돌아온 ‘기생충’ 배우들은 누구는 드라마를 했고, 또 누군가는 영화를 했다. 잘 된 이도,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지난해 여름부터 외국에 머무르며 각국 영화제에 참석했다. 오스카 캠페인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쏠렸다. 특히 송강호는 다작 행보를 멈추고 작품을 하지 않은 채 봉 감독 옆을 지켰다. 칸 영화제 직후 프레스룸에서 누군가 ‘오스카도 노려볼 만하지 않냐’고 했지만, 그 자리에서 그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오스카를 향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무게가 실린 건 지난해 10월, ‘기생충’은 북미에서 개봉해 무서운 속도로 상영관을 늘려가며 급기야 개봉 외국어영화 역대 흥행 6위에 올랐다.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이때부터 외신은 ‘기생충’을 오스카의 다크호스로 예상했고, 현지에서 봉준호 감독은 더욱더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박차를 가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 칸→오스카 취재기②]로 이어집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좋은번호가 좋은 기운을 나만의 골드넘버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