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남명렬 예술감독 "41살 서울연극제, 연결고리는 작품성"

[NC인터뷰]남명렬 예술감독 "41살 서울연극제, 연결고리는 작품성"

최종수정2021.03.28 11:50 기사입력2020.05.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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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김진선 기자] "연극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연극제 봐줄 만 하네?'라고, 대중들이 '서울연극제, 좀 궁금하네, 관심이 가'라고 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예요."


남명렬 서울연극제 예술감독이 41살이 된 연극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남명렬은 작년부터 2대 예술감독을 맡았다. 제40회 서울연극제는 총 10편의 연극을 선보여 총 99회 공연 중 48회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서울연극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여파로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펼쳐졌다. 홍보 부스와 낭독 공연 등 관객 참여 프로그램은 전면 취소하고 철저한 방역과 마스크 착용, 문진표 작성, 그리고 '거리 두기 객석제'로 감염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남명렬.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남명렬.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서울연극제는 연극 발전을 위한 창작극 개발을 목표로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올해 공식 선정 작품은 지난해 73개 신청작 중 심사를 거쳐 선정된 8편으로 현시대에 가득 찬 욕망을 각각의 형식과 시선으로 표현된 작품. 국내·외에서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희곡을 바탕으로 한 번역극 4 작품, 창작극 4 작품으로 구성됐다. 3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연출가들이 참여하며 '다양성'을 표방한 이번 연극제는 삶과 죽음, 부동산, 성소수자, 재인한의 애환 등 풍부하고 독특한 소재를 내세워 관객들의 구미를 당겼다. '혼마라비해?' '만약 내가 진짜라면' '달아달아 밝은 달아' '죽음의 집' '전쟁터의 소풍'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마음은 춤춘다' '피스 오브 랜드' '환희 물집 화상' 등의 작품은 각기 다른 소재와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연극의 맛'을 전한다.


Q.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연극제가 진행되고 있는데 (안전 등)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어디인가.


"코로나19 사태로 예년과 다른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축제가 돼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를 만들지 못해 준비하고 진행하는 사람들도 속상하고, 또 조심스럽다. 쉽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서울연극제가 열려서 걱정하는 분들도 많을 거다. 하지만 다수 작품이 취소돼 연극에 대한 목마름도 있을 거다. 취소되지 않고 개최한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방역 등 철저한 준비 속에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극장에 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연극 보러 오는 것에 대해 걱정을 덜 해도 된다. 방역도 철저히 하고 있고, 연극 관람 특성상, 몸을 부딪치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지 않나. 모두가 무대만 바라보고 말도 한마디 하지 않으니 아주 완벽히 걱정을 할 환경은 아니라는 거다. 띄어 앉기 좌석으로 진행해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있고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는 있지만, 방역 등을 철저히 했기에 취약한 환경은 아니다."


Q. 쉽지 않은 상황 때문에 개막식도 못 해 아쉬움이 남는다.


"전통적으로 개막식은 야외에서 진행했다.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괜한 오해를 자아내고 싶지 않았다. 서울연극제를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이 즐기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상황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Q. 1977년부터 시작됐다면 올해 44회가 맞는데 41살인데 어떤 비화가 있나.


"사실은 올해 44회다. 중간에 무용과 연극을 함께 하는 공연예술제가 3년 있었는데 연극만 다룬 축제가 되면서 이력을 뺐다."


Q. 서울연극제 예술감독이지만 배우로 연극제에도 참여하시지 않았나. 연극제의 '상'은 정말 특별한 것 같은데.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남명렬.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남명렬.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연극제에서 상을 받으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든 배우가 서울연극제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난 상을 받을 받은 이력이 없다. 무용과 연극을 함께 한 공연예술제에서 받았기 때문이다(웃음)."


Q. 서울연극제 준비는 보통 언제부터 시작하는 건지도 궁금하다.


"연극제가 끝나면 결산 등 정리하는 기간이 한 한 달 정도 있다. 올해를 돌아보고, 행사 진행이나, 작품 선정 등 부족한 것도 되돌아본다. 끝나면 바로 다음 해 공모 작업을 시작한다. 기획하고 10월부터 내년 작품 신청을 받고 1차 심사를 진행한다. 11월 중순에 공식 선정 작품을 준비하고, 12월경에 모여서 극장과 작품 올릴 날짜 등을 추첨을 통해 정한다. 배우 캐스팅 등에 대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는 거다. 극단별로 1년 동안 올릴 작품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울 것 아닌가. 연습 일정 등을 미리 정해야 공연 질이 높아진다."


Q. 앞서 언급했지만, 올해 서울연극제를 올리는 데에는 많은 고심이 있었을 거 같다.


"상황이 좋지 않아 3, 4월까지 노심초사했다. 대학로 공연이 다 취소됐기에 고민이 많았다. 추이를 살펴보다가 4월 초 중순께 회의를 통해 '그래도 오픈하자'라는 의견으로 쏠렸다. 이유는 많다. 다수 공연의 취소와 중단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대학로인데 연극제까지 취소되면 정말 손실이 클 거 같았다. 부대 행사, 부스, 기자 간담회 등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철저한 준비를 해서 연극제를 열기로 마음먹은 거다."


Q. 정말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열린 만큼 그 의미도 더 값지게 느껴진다.


"우리나라가 방역도 철저히 하고 의료진들의 노고로 사회적으로 잘 유지된 거 같다. 덕분에 이렇게 연극제까지 올리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대중들의 좋은 인식과 동참, 그리고 정부 덕분에 가능한 거로 생각한다."


Q.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궁금하다. 연출들의 연령대로 30대~60대로 폭넓지만, 작품 내용 역시 어떤 작품만 봐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모두가 흥미롭다.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남명렬.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남명렬.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6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연출의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작품 역시 사실적인 휴먼 드라마부터 의도 읽어 내기 어려운 부조리한 작품 등 다양한 형식이 선정됐다. 페미니즘부터, 부동산 땅에 대한 작품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분화된 사회 등 개개인이 관심사가 아주 다르다. 사회가 다양한 분할 됐다. 대학로 연극 예술가들의 시각도 다양해지고, 선정하고 보니 다양한 형식, 소재와 연령대 작품이 참여하게 됐다. 예술은 다양성이 담보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연극제로 '그 길'에 들어섰다는 생각이다."


Q. '혼마라비해'부터 작품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혼마라비해?'는 재일 조선인의 삶과 애환을 담은 작품이다. 일본에서 일본인 사람들한테도 섞이지 못하고, 한국에서도 그러지 못한다. 20대의 시각으로 하나하나 알아가는 인물의 과정은 한국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롭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대가 한일 역사 등을 알아가는 과정은 신선하고, 활기 있게 다가올 것이다."


#"'전쟁터의 소풍'은 부조리극이다. 전쟁 끝난 지 얼마 안 된, 폐해가 아직 남은 곳. 문명은 발전했다고 하지만 인간은 정말 눈 깜짝 안 하고 부조리한 일을 저지른다. 존재에 부조리함을 느끼고 무대화시킨 거다. 총알 난무하는 전쟁터와 소풍을 나온 부모님을 병치시키고 혼재시킴으로써,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무대에서 내보인다. 부조리극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따라가기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저 그 자체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생각이다. 우스꽝스럽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진행되지만, 있는 그대로를 추상화 보듯 느끼고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 부조리를 넘어서 어떻게 조리 있는 사회로 갈 것인지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겠다. #'죽음의 집'은 미완성 작품을 아들 윤성호 작가가 완성한 거다. '아버지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컴퓨터 파일에서 찾아낸 작품을 말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는데 살아있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고,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재고하게 만든다. 죽음 뒤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진실과 인간관계 등에 대해,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교묘하게 이해가 된다. 특유의 필체가 살아있는 작품이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는 최인훈 선생의 작품이다. 사회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최인훈 작가는 소설과 희곡 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분이다. 상징적인 표현이 있지만, 역사 속에서 심청이는 민족의 고통을 대변한다. 1979년 독재정권이 있던 시절을 작품은 완곡하게 민족의 신음을 담았다. 효녀로 대표되는 심청이라는 인물이 군사정권에서 매춘부로 치환한 것에 대해 당시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효와 충을 같이 생각한 당시, 작가는 그렇게 표현한 거다.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진짜라면'은 관계에 대해 말한 작품이다. 결국엔 학연 지연 등에 대해선데 처음에는 작은 거짓말이 어쩌다 보니 파장이 커지고, 그러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권력에 낮아진 군상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실제로도 이런 일이 있었다. 코미디 적인 요소가 가미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피스 오브 랜드'는 부동산, 땅에 관한 얘기다. 좁은 땅에 살면서 사람들이 땅에 대한 욕망이 크다. 땅으 그저 욕망의 의미다. 부동산 문제가 큰데, 전 세계에서 벌어진 28가지 인간의 욕망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기대하는 작품 중에 한 작품인데, 주목해 볼 만 하다. 젊은 집단이 1인 10역씩 맡으며 열연하는 아주 반짝거리는 작품이다."


#"'환희 물집 화상'은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더 의미 있게 볼 수 있을 거다. 주인공은 페미니즘 학자인데 그의 엄마와 베이비시터, 젊은 부부 등이 등장한다. 학자는 일과 가정 중에 일을 선택했지만, 그는 자신이 공부한 것과 다른 결정을 하게 된다. 말초적인 소재가 될 수 있지만, 대중적이고 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게다가 미국의 유명한 이론가들의 얘기가 등장해 작품도 보고 이론 공부까지 할 수 있을 거다.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는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말하는 작품이다. 지방의 작은 극장이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문을 닫게 되고, 극장 주인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마지막으로 상영한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거론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Q.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남명렬.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남명렬.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바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Q. 이번 연극제는 역대 연극제 중에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연극제는 진행됐고, 무사히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메르스 사태가 지난 후 우리에게 '과거'가 된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나라가 들썩거렸지만, 서울연극제는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대변하는 연극제다. 연극을 통해 인간의 삶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 논쟁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이 시대 연극의 힘은 무엇일까.


"없다. 연극에 무슨 힘이 있겠나. 연극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건 오만한 생각인 거 같다. 연극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재밌는 곳에 모이게 해서 삶을 즐겁게 하는 거다. 연극은 일차 산업이다. 복제와 대량 생산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 점이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힘이 된다. 연극을 대체할 요소가 생긴다면 연극은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처음에 영화라는 장르가 생겼을 때 연극계가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결론은 영화는 영화대로, 연극은 연극대로 성장하지 않았나. 연극은 라이브. 현장성이 힘이다. 대체 가능한 장르가 나온다고 해도 연극은 지속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연극, 뮤지컬이 영상으로 전해지기도 했지만, 그런다고 연극의 성장이 멈추진 않을 것이다."


Q. 연극을 본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도 있을까.


"연극은 논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연극인들이 민감한 촉수로 바라보고, 질문을 던지면 관객들이 각자의 대답을 하고 논쟁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그것이 연극의 기능이다. 중세시대에는 사실 적인 글을 썼고, 그 후에 인상주의, 추상 주의 등 다양한 사조가 등장했다. 그 뒤로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작품까지 등장했다. 연극을 보고 하하 호호 웃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사회와 인생, 지구 등 좀 더 깊이 사고하고 논쟁하고 질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품을 보고 지적 예술적 허영을 누려도 된다. '아! 나도 이런 작품 볼 정도로 성장했구나'라고 만족해도 된다는 거다."


Q. 서울연극제를 찾는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당부가 있을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다들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개인의 삶은 이어진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윤택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길 바란다. 조심스럽지만 위축되지 않고 공연장을 찾았으면 좋겠다. 대신, 방역과 준비는 철저히 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고 즐겨달라. 연극에 여러분의 삶이 있다!"


Q. 2년 짧은 임기에 쉽지 않은 상황 속에 피어난 '서울연극제'가 못내 아쉽다. 예술 감독님 역시 그렇지 않나.


"서울연극제 작품에 제가 배우로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하하)"


사진=서정준 객원 기자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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