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트윈터뷰]'펀홈' 최유하X최재웅, 그저 가족의 이야기일 뿐

최종수정2020.06.24 17:29 기사입력2020.06.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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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가 한 작품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을 담아보고자, 'NC트윈터뷰'(TWIN+INTERVIEW)를 기획, 연재합니다. 서로 다른 매력, 다른 역할로 무대를 채우는 배우, 스태프를 만나 작품에 대해 심도 있게 다가갑니다. 다섯 번째 주자는 뮤지컬 '펀홈'의 배우 최유하, 최재웅입니다.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레즈비언 딸과 클로짓게이 아버지. 익숙지 않은 소재를 지닌 작품이기에, 최유하와 최재웅은 단순히 소재에만 이목이 쏠리는 것을 경계했다. 두 사람에게 '펀홈'은 그저 가족의 이야기였다. 그들이 그려내는 한 가족의 다소 특별하고, 그래서 더 애틋한 이야기는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며 섬세하고 차분하게 보는 이의 마음을 건드릴 예정이다.


관객 만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뮤지컬 '펀홈'(연출 박소영, 제작 달컴퍼니)은 앨리슨 벡델이 대학에 들어간 후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깨닫게 될 무렵 아빠가 클로짓(동성애를 숨기는)게이였음을 알게 되고,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아빠와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작품이다. 앨리슨 벡델이 돌연 죽음을 맞은 아빠 브루스 벡델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NC트윈터뷰]'펀홈' 최유하X최재웅, 그저 가족의 이야기일 뿐


레즈비언 작가 앨리슨 벡델의 회고록인 동명의 원작 그래픽 노블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2014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후 2015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그해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극본상 등 5관왕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은 앨리슨 벡델의 현재와 과거를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맡아 연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43세 앨리슨 벡델은 방진의와 최유하가, 19세 앨리슨 벡델은 유주혜와 이지수가, 9세 앨리슨 벡델은 유시현과 설가은이 연기한다. 정상적인 가정을 만들고 싶어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앨리슨의 아빠 브루스 벡델 역에는 최재웅과 성두섭이 캐스팅됐다.


Q. '펀홈'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떤 부분에 마음이 갔나. 출연을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다면.


최유하: 대본을 보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 잘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어필이 될 수 있도록 부분 부분을 잘 짚어줬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어떤 파트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개개인의 삶과 취향, 성향, 성장 과정, 가족 등 다양한 부분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전한다는 점이 좋았다. 관객분들도 공연을 보면서 각자 눈에 보이는 걸 보지 않나. 그런 선택지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재웅: 원래 초연작을 좋아한다. 새로운 작품을 하자는 주의다. 또 이 작품은 이야기 흐름대로 흘러가서 감정이 부딪히는 작품이 아니라, 앨리슨의 기억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서 서사가 왔다 갔다 한다. 깔끔하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조각조각 나 있다. 그런 독특함이 인상 깊었다.


[NC트윈터뷰]'펀홈' 최유하X최재웅, 그저 가족의 이야기일 뿐


Q. 작품에 어떻게 다가가고 있나.


최재웅: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부분이 성 소수자라는 소재에만 집중이 되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다. 사실 전체적인 틀은 가족의 이야기다. 그 안에서 동성애, 아빠와 엄마의 관계 등에 집중하는 것이다.


최유하: 누구나 성장을 한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란 후 대학에 들어갔더니 부모님에게서 배운 세계와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어서 당황하고, 어떻게 적응할지 고민하는 경험이 다들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집중이 되어 있는 작품이다. 모든 집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부부간의 문제든, 부녀간의 문제든 이슈가 있지 않나. 겉으로는 완벽한 집이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는지 보여준다.


Q. '펀홈'이라는 제목의 모순이 흥미롭다. 재미있는 집을 뜻하는 것 같지만 동시에 장례식장을 뜻한다. 어쩌면 이 제목이 작품 자체를 관통하는 느낌 아닐까.


최재웅: 묘하다. 브루스 벡델의 직업이 장의사고, 장례식장을 '펀홈'(FUNERAL HOME)이라고 부른다. 근데 재미있는 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이러니한 느낌이다. 잘 지어진 제목 같다.


최유하: 아빠가 죽음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나. 항상 죽음을 마주해왔던 사람이 죽음을 맞음으로써 앨리슨 벡델이 어마어마한 성장통을 겪고, 그 트라우마를 어떻게 밟고 일어서느냐를 보여준다. 근데 그렇게 일어서게 해주는 게 아빠다. 죽음의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 죽으면서 앨리슨이 아빠의 조각들을 진짜로 보게 되는 것이다. 멋진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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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캐릭터를 쌓아가면서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면.


최재웅: 다른 작품을 할 때도 특별히 기준을 두고 있지는 않다. 방법적인 차이인데, 외형적인 걸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경우가 있다. 저는 애초에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안 하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상황에 덧붙인다. 일단 시작하고 보는 느낌이다. 그냥 상황에 집중하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한다.


최유하: 앨리슨 벡델이 실존 인물이고, 살아있는 사람이니 그 부분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여자가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짧은 머리를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왜 꼭 그렇게 해야 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인물에 대해 알고 보니 어릴 때부터 짧은 머리를 원했고, 머리에 핀을 꽂아주는 아빠 때문에 힘들어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짧은 머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런 실존 인물의 성향을 생각하고 나니 저도 머리를 잘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인물이 무대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기억의 조각들을 꺼내는 모습을 바라볼 때 어떤 감정일지 생각했다.


Q. 한 인물이 다양한 나잇대로 나뉘어 무대에 오르게 된다. 43세 앨리슨 벡델은 중심을 잡고 작품을 이끌어 가야 하는 역할인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유하: 제 기억들이 제 앞에서 펼쳐지는 것이지만, 그날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저도 관찰하게 된다. 화자이자 해설자이지만, 배우로서는 관찰자다. 내가 생각하는 9세의 모습과 무대에서 펼쳐지는 9세의 모습이 다를 수도 있고, 나는 19세의 나를 미화해서 생각했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웃음) 그런 부분들이 관객분들에게도 비슷하게 다가올 것 같다. 내가 내 기억을 떠올리는 거지만 어떤 감정이 드는지 캐치하는 게 즐겁다.


(같은 역할을 맡은) 진의 언니와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저는 큰 틀을 먼저 말하면서 바꿔나가자고 제안하는 편이다. 언니는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보고 조심스럽게 바꿔보자고 하는 타입이다. 근데 또 두 사람의 생각이 맞아떨어진다. 그런 부분이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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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브루스 벡델은 정상적인 가정을 만들고 싶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인물이다.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최재웅: 앨리슨이 화자인 작품 아닌가. 앨리슨이 화자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아빠가 화자였으면, 또 엄마가 화자였으면 다른 이야기들이 나왔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 당시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 크게 생각을 안 했을 것 같다. 내가 성향이 다르더라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을 것이다.


Q. '펀홈'이 이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을까.


최재웅: 각자 가져가려는 메시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개개인의 생각이 다 다르지 않나. 가족 얘기니까 자신의 가족을 대입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서 가족의 관계성에 대해, 그리고 '우리 집은 어떻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실 것 같다.


최유하: 저는 절대적인 위로는 공감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앨리슨이 아빠에게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었던 것처럼 작품 내에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굉장히 많다. 어떤 부분에 어떻게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공감하고 위로를 받아가실 것 같다.


Q. 그럼 두 사람이 가장 공감이 되는 장면이 있다면.


최재웅: 앨리슨이 9살일 때의 장면인데, 그때 브루스의 모습이 지금의 저랑 굉장히 비슷하다. 육아를 할 때 딸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을 보면서 '외국 아빠들도 이러는구나'라고 생각한다.(웃음) 사실 작품 안에서는 그 부분이 되게 크게 비쳐서 나쁜 아빠처럼 그려지는데, 어떻게 보면 진짜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일상적인 부분이다.


최유하: 저는 어떤 캐릭터와도 소통하지 않는다.(웃음) 근데 아빠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앨리슨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계속 지켜보다가, 과거의 그때와 마주하며 아빠와 소통한다. 굉장히 뜻깊은 장면이다. 객관적인 것 같았던 여자가 무너지는, 잡고 있던 걸 놔버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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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을 준비하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은데.


최재웅: 첫 리딩을 하다가 울었다. 원래 리딩할 때는 덤덤하게 보는 편이라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그냥 툭툭 읽어나가는데 마지막에 너무 슬펐다. 저도 아빠고, 딸과 아들이 있지 않나. 내 딸과 아들이 작품 속 나이만큼 컸으면 안 울었을 텐데, 지금 첫째가 여덟 살이다. 극 중 이야기가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니 '애들도 크면 이럴까'라는 상상이 되더라. 상상하면서 나도 모르게 슬퍼진 게 처음이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느낄 수 없던 가족의 의미를 느꼈다. 저도 평범하게 커왔고, 평범하게 육아를 해와서 가족의 의미를 되짚을 수 있는 특별한 사건이 없었다. 그런데 굳이 뭔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느끼게 되는 거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게 대본을 읽다가 무심코 울컥하게 된 것 같다.


최유하: 공감을 많이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일들도 가족 안에서는 크게 다가오기도 하는 것 같다. 또 엄마, 아빠가 싸워도 가족 모임에 가서는 좋은 가족으로 연출하는 것처럼, 사회적인 가족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브루스가 하고 싶었던 부분인 것 같다. 그런데 그걸 가족 안에서 쌓아가지 않고 겉으로만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저런 부분은 브루스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모습 아닐까 생각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펀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최유하: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잘 쓰여 있고 노래도 정말 잘 만들어졌다. 구성과 스토리가 탄탄하다. 연기하는 배우로서도 기쁘지만 보는 사람에게도 즐거운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최재웅: 기억을 꺼내는 작품 아닌가. 사실 스토리로 연결 지어서 생각해보면 불친절한 이야기다. 그런데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조각 조각으로, 장면과 분위기로 생각이 나지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는 않지 않나. 그렇게 쓰인 작품이고, 그래서 어마어마한 매력이 있다. 조금 더 친절했으면 재미없었을 것이다. 그 기억의 조각들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 그 조각들이 묘하게 합쳐져서 나중에는 큰 덩어리를 이룬다. 그런 부분에서 감동을 주지 않을까.


사진=김태윤 기자

장소 제공=카페 듀드롭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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