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릴레이터뷰③]양지원X박준휘, '루드윅'을 완성한 아픔과 카타르시스

[NC릴레이터뷰③]양지원X박준휘, '루드윅'을 완성한 아픔과 카타르시스

최종수정2020.07.18 18:00 기사입력2020.07.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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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루드윅' 양지원, 박준휘 인터뷰

뉴스컬처가 작품에 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릴레이 인터뷰 연재 코너 [NC릴레이터뷰]를 기획했습니다. 한 작품에서 한 배우의 목소리를 듣는 게 아닌, '릴레이'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또 질문할 수 있는 인터뷰입니다. 여섯 번째 주자는 뮤지컬 '루드윅'입니다.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양지원과 박준휘의 '루드윅'을 완성한 것은 실제로 자신이 겪었던 아픔, 간접적인 경험에 대한 공감, 그리고 뜨거움이다. 청년 베토벤과 베토벤의 조카 카를.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지닌 두 인물을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위태롭지만 열정 넘치고, 처절하지만 단단한 두 인물을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하게 무대 위에 펼쳐내고 있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연출 추정화, 제작 과수원뮤지컬컴퍼니)은 천재 음악가 베토벤과 그의 조카 사이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아, 군인을 꿈꾸는 조카 카를과 그를 자신의 수제자로 키우려는 루드윅의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박준휘는 초연부터 세 시즌 연속으로 청년 베토벤으로 분해 무대에 오른다. 양지원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청년 베토벤을 만나 본인이 겪은 아픔을 녹여내며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 가는 중이다.


[NC릴레이터뷰③]양지원X박준휘, '루드윅'을 완성한 아픔과 카타르시스


Q. '루드윅'을 다시 만난 소감이 어떤가.


박준휘: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초재연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이 있었고, 베토벤에 더 깊게 들어가 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고, 특히 너무 힘든 극인 걸 아니까 힘든 게 시작되는구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힘든 만큼 연기하는 재미, 해냈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있는 작품이다.


Q. 삼연 내내 함께할 수 있었던 작품의 매력은 뭘까.


박준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루드윅'만의 휘몰아침이 있다. 관객도 배우도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한다. 또 역사적인 인물, 실존 인물을 연구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감사함도 있다.


Q. 세 번의 시즌 동안 같은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더 깊어진 부분이 있지 않을까.


박준휘: 제게 느껴지는 깊이 자체가 다르다. 절망적인 순간의 깊이가 다르게 다가온다. 또 티가 날지는 모르겠지만 대사를 조금 더 리듬을 나눠서 표현하려고 한다. 시간이 흐른 만큼 저도 성장했으니 조금 더 내려놓으면서 표현을 해보려고 한다. 그전에는 표현을 하기 위한 표현을 했다면 이번에는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도 표현해보려고 한다.


Q. 초연 때도 제안을 받았었다고. 이번 시즌에 함께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양지원: 아프고 나서의 복귀작이어서 사실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하고 싶었다. 대본을 읽으면서 베토벤의 모습이 저와 닮은 점이 있다는 걸 느꼈다. 베토벤의 아픔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택하게 됐다.


초연 때는 사실 베토벤의 험난한 인생이 저와 공감이 잘 안 되더라. 역사적인 인물이기에 그림은 잘 그려져 있고, 어릴 때부터 음악도 들어왔지만 웬만한 배우가 하기에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감사하게도 대본을 다시 주셨다. 사실 다시 안 주실 줄 알았다.(웃음) 다시 대본을 읽어보니 그때 받지 못했던 감동이 있었다. 아무래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해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됐다. 카를로서 잘못된 사랑으로 인해 억압받고 짓눌려 있는 삶에 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투영돼서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NC릴레이터뷰③]양지원X박준휘, '루드윅'을 완성한 아픔과 카타르시스


Q. 베토벤과 카를, 1인 2역을 연기해야 한다.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양지원: 멀티 역을 할 때 가장 쉬운 건 목소리 톤을 바꾸는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성격을 많이 공부하려고 했다. 연출님은 청년 루드윅이 예민하지만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베토벤을 연기할 때는 청력을 잃는 것으로 인한 처절함과 예민함을 표현하면서도 발터를 봤을 때 피아노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 나에 대한 연민에 중점을 뒀다.


또 카를이 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카를이 어릴 때부터 삼촌의 억압 속에 살았기 때문에 그 소심한 성격과 짓눌려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카를은 삼촌에게 인정받고 싶고, 존경하는 마음이 있는 아이다. 재능이 없지만 끝까지 노력해보려고 했던 아이. 하지만 삼촌에게서 벗어나지 못해 미쳐가는 쪽으로 생각했다.


박준휘: 초재연 때는 카를이 더 어린 느낌이었다. 그래서 연습 때도 다르게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초재연의 모습이 배어 나오더라. 그걸 어떻게 깨볼까 하다가, 결국 굳이 의도해서 차별점을 두지 말고 각각 인물에게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다. 베토벤이 이명이 들리고, 청력을 잃어가는 상황과 카를이 지닌 열등감, 억압, 벗어나고 싶은 마음 등이 같은 절망감이어도 행동이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술적인 걸 배제하고 아예 다르게 연기하려고 했다.


Q. 동시에 세 명의 배우가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3인 1역이다. 그날 함께하는 배우들과의 결을 맞추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양지원: 연출님도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아이, 청년, 장년 루드윅이 교감했으면, 유기적으로 보이는 것에 중점을 두셨다. 그래서 저는 장년을 많이 쳐다보려고 한다. 장년과 눈을 마주치면서 대사를 하는 부분도 있다. 또 어린 루드윅이 학대받고 있을 때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과거의 나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괜찮다고 위로해준다.


박준휘: 외적인 특징보다는 어린 루드윅이 연기를 하고 있을 때 그걸 보고 들으면서 공감하려고 한다. 내가 어린 시절에 저랬지 하는 마음으로. 장년 루드윅 분들도 저희를 공감해주려고 하신다. 보여지는 걸 떠나서 마음속으로 계속 공감을 하려고 노력한다.


Q. 루드윅과 카를 중 어떤 인물에게 더 마음이 가나.


박준휘: 지난 시즌까지는 카를이었다. 공감하기가 편했다. 근데 이번 시즌에는 청년이다. 저는 외모 자체가 귀여운 이미지가 있다 보니 더 노력을 했다. 베토벤이 받는 극도의 스트레스나 예민함이 귀여워 보이지 않게 하는 게 포인트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청년 베토벤에게 더 마음이 갔다.


양지원: 저희 어머니가 '루드윅'을 세 번을 보셨는데, 똑같은 질문을 하셨다. 그래서 '내가 만든 캐릭턴데 더 마음이 가는 게 어딨냐'고 대답했다. 둘 다 너무 짠하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페터를 연기할 때는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질 않아서 계속 앉아있다가 제일 마지막에 퇴근했었다. 근데 이번 작품은 이상하게 괜찮다. 그러다가 집에 가서 갑자기 생각나는 대사나 가사가 있다. 그럴 때 정말 울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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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카를이 삼촌에게서 끝없이 억압을 받고, 발터의 존재를 알게 되고, 죽음을 선택할 때까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연기하나.


양지원: 아홉살 때부터 삼촌과 같이 산 것 아닌가. 그 나이는 애정과 사랑이 굉장히 필요한 때다. 그런 게 결핍된 상태에서 삼촌이 아빠 같았을 거다. 근데 삼촌은 실수로 카를을 발터라고 부르고, 그때부터 카를은 본인이 발터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카를에게는 삼촌밖에 없어서, 재능이 없는 걸 알면서도 계속 피아노를 쳤는데 결국 자신이 발터의 대용품이라는 걸 알게 되고, 삼촌을 만족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무너졌을 거다. 카를은 내내 인정 욕구와 열등감이 엄청났을 것 같다.


박준휘: 그 장면을 할 때 어떤 마음으로 들어간다기보다는 상황에 몸을 맡긴다. 발터의 대용품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의 감정은 그 날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그때그때 느껴지는 것들로 연기한다. 전사를 가지고 연기하되 그 전에 간접적인 경험을 생각해본다. 부모님이 날 버린다든지,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날 두고 떠난다든지 하는. 그렇게 현실에서 가까이 경험할 수 있을 법한 생각들을 하면,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장면에서 보여줄 수 있다.


Q. 최근 예술가로서 베토벤과 비슷한 아픔을 겪지 않았나. 그렇기에 이번 작품이 더 깊이 다가올 것 같다.


양지원: 원래 평소에도 컨디션에 예민한 스타일이었는데 요즘에는 컨디션을 위해 웬만하면 집에만 있는다.(웃음) 아팠을 때 목소리가 안 나오니까 너무 속상하고 미안했다. 그래서 공연을 같이하는 사람마다 다 사과를 하러 다녔었다.


청년 베토벤이 하는 대사들이 다 제가 했던 말 같다. 원망도 했다가, 나한테 왜 이러냐고 했다가. 당분간 활동을 안 하고 쉬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연출님께도 대사가 다 제 얘기 같다고 했다. 카를이 훨씬 공감대가 많은 인물인데, 그럼에도 청년이 더 많이 공감된다. 청년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 건 쉽지 않지 않나. 목숨과 같은 걸 잃는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수술하고 나면 원래 한 달 정도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특히 노래하는 사람은 두세 달 정도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제가 평소에도 말이 많은데, 처음에는 '말 안 해도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간 지나고는 사람 만나면 노트북 펴서 대화했다.(웃음)


그런 시간이 지금 와서 보니 너무 귀한 시간이었다. 전에도 매 작품 최선을 다했고, 매번 열심히 했지만 그냥 하게 되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매회 공연이 감동이다. '루드윅'이 저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후회 없는 작품이다.


Q. 베토벤을 연기하면서 맞닿아 있다고 느낀 부분이 있나.


박준휘: 제가 할 일에 집중하면 남들을 아예 차단하고 제 것에만 집중한다. 베토벤처럼 예민한 건 아니지만 제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제 거만 생각한다. 뭔가에 욕심이 생기면 그 욕심을 위해 저도 모르게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에는 루드윅을 표현하는 것에 꽂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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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기 파트너로서 두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박준휘: 지원이 형은 연습을 미친 듯이 한다. 정말 깜짝 놀랐다. 또 형이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정말 정석이다. 정확히 지키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걸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 또 노래를 워낙 잘해서 형한테 많이 물어봤다. 형이 하는 걸 보면 못한 적이 없다. 밑으로 내려가지가 않는다. 그것도 자기 관리 아닌가. 저는 그렇게 못한다.


양지원: 준휘는 하나에 꽂히면 연습을 계속한다. 되게 특이한 친구구나 했다. 그러다가 첫 런을 돌았는데, '루드윅'의 특징이 과해도 안 되고 덜 해도 안 되는 거다. 그 접점에 있어야 지루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근데 준휘가 그걸 정말 딱 맞추더라. 초연부터 같이했던 배우들도, 연출님도 다 너무 잘한다고 박수 쳤다. 발전이 있으니 더 멋있어 보이더라.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자기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해낼 수 있는 친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루드윅'이 빠른 시간 내에 삼연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었던 힘이 뭐라고 생각하나.


박준휘: 메시지인 것 같다. 가슴 속에 다가오는 대사들이 있으니까. '꿈이라는 옷 한 벌을 걸치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하는 대사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가장 좋은 것 같다. 현실에 투영되는 메시지가 많아서 사랑받는 것 같다.


양지원: 저는 뜨거움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도 감정의 정말 깊은 곳까지 갈 수 있다. 관객 입장에서도 작품의 연기, 노래, 동선 등 모든 게 뜨겁다. 제가 볼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포인트가 바뀌더라. 그게 작품의 매력이다. 그리고 초재연 배우들이 너무 잘해왔고, 잘 만들어온 것 같다. 연출님이 이번 삼연을 완성형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조명도 정말 뜨겁다.(웃음)


[NC릴레이터뷰③]양지원X박준휘, '루드윅'을 완성한 아픔과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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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박유덕이 두 사람에게 전하는 질문 - 대본을 많이 보고 있는지.


박준휘: 대본도 많이 보지만 제 경험에서 찾는 부분이 생겼다. 어느 날 밖에서 '쾅' 소리가 났는데 귀가 너무 아프더라. 그러면서 베토벤도 큰 소리를 들으면 아플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리를 듣고 아파하는 디테일을 추가하기도 했다.


양지원: 대본도 항상 보고, 머릿속으로 연습을 계속한다. 새로운 걸 찾는 건 연습 과정에서 한다면, 무대에서는 연습 때 준비했던 거를 더 잘 보여주려고 한다. 제 친한 동료에게 진선규 선배님이 '애드립 같은 걸 고민하는 것보다 이 캐릭터가 어떤 정서로 이런 말을 하는지를 더 깊게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 저도 그 말이 크게 다가와서, 어떻게 해야 감정이 깊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Q. 김지유가 두 사람에게 전하는 질문 - 둘 중 누가 더 노래를 잘하는 것 같은지, 또 누가 더 잘생긴 것 같은지.


양지원: 준휘다. 준휘가 노래를 정말 잘한다. 진짜다.


박준휘: 지원이 형은 목이 안 아프게 노래를 잘한다. 목을 관리하면서, 기술적으로 노래를 정말 잘한다. 저는 지원이 형에게 배우고 싶다. 외모는 저희 각자의 매력이 있는 거로 해달라.(웃음)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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