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꽃밭이어도, 진흙탕이어도 괜찮아"…장영남의 모험

최종수정2020.08.16 08:00 기사입력2020.08.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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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한없이 다정했던 미소가 살기 어린 비웃음으로 변했다. 포근했던 눈빛은 언제 그랬냐는 듯 칼날같이 날카로운 시선 뒤에 모습을 감췄다. 정신병원 수간호사에서 사이코패스로, 그 엄청난 간극이 장영남의 섬세한 연기로 채워져 보는 이의 감탄을 유발했다.


장영남은 최근 종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괜찮은 병원 수간호사 박행자이자 고문영(서예지 분)의 친모 도희재 역을 맡아 소름 끼치는 반전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그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을 때쯤 내려온 단비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단비 같은 작품'만 소중히 하는 것은 아니다. 화사한 꽃밭 같은 작품은 물론, 비를 맞아 축축해진 진흙탕 같은 순간도 모두 괜찮다. 데뷔 27년 차인 지금도 여전히 모험을 즐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번 새로운 그의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이유다.


[NC인터뷰]"꽃밭이어도, 진흙탕이어도 괜찮아"…장영남의 모험


장영남은 "매번 작품을 끝낼 때마다 시원한 마음도 있지만 떠나보내야 하니 아쉬운 마음이 가장 크다"며 "빌런이지 않나. 어떻게 보면 1인 2역이기도 하다. 선과 악을 오가는 캐릭터가 처음이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반전의 열쇠를 쥔 인물로서, 상반된 두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을 터. 장영남은 "처음에 박행자가 문영이 엄마라는 얘기를 살짝 들었는데, 드라마니까 캐릭터가 달라질 수 있지 않나. 내가 엄마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촬영했다. 중반부까지는 특별한 특징이 없는 박행자였으니까. 그러다가 조금씩 여지를 줘도 괜찮다고, 표현할 게 있으면 표현해달라고 하셔서 눈썹을 조금 움직인다거나, 시선을 둔다거나 하는 식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게 맞는 건가 싶었어요. 실제 사이코패스는 이렇지 않을 텐데 하는 고민스러운 순간이 있었죠. 그래서 오히려 수간호사 연기를 할 때 떨렸어요. 사람을 속이고 있는 거잖아요. 막상 도희재가 됐을 때 더 편했어요."


장영남은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무수한 물음표를 던져준 작품"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행자가 나중에 도희재로 등장한다면, 그게 믿어질까, 납득될까, 나를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많았다. 박행자를 연기할 때 뭔가를 더 했어야 했나 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래서 도희재를 정말 잘 해내야겠다는 책임감이 컸다. 내가 잘해내야지만 시청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NC인터뷰]"꽃밭이어도, 진흙탕이어도 괜찮아"…장영남의 모험


도희재는 살인도 스스럼없이 저지를 정도로 사이코패스의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장영남은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지 저도 궁금했다"며 "이 사람도 대대로 내려온 트라우마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고 말했다.


"근데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 같기도 해요. 그런 면모를 가지고 있다가 어떤 상황이나 트라우마가 오면 분출되는 것 같아요. 사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 중에 평범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어떻게 표출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도희재 정도면 아예 성향이 다르게 태어난 것 같아요."


소름 끼치는 열연으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장영남.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이미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그 자리를 더욱 확고히 했다. 하지만 장영남은 사랑받은 이유를 캐릭터 그 자체에 돌렸다.


그는 "도희재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질감이 워낙 큰 것 같다. 처음부터 문영이의 트라우마가 엄마로부터 시작이 됐다는 게 보여지면서 시청자가 엄마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시작한 것 같다. 또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그래서 도대체 사이코가 누구야'라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웃음) 그러다가 정말 사이코패스가 나타나니 흥미를 느끼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빌런이라는 자체로 만족한다. 매력적이지 않나. 마무리가 아쉬울 수도 있지만, 결국 드라마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치유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거다. 동화책을 보면 마녀가 한 행동 때문에 몇십 년 괴로워도 입맞춤 하나로 해결되지 않나.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순간 때문에 고통받긴 하지만 어느 순간 눈물이 터지면서 해소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CCTV를 바라보는 장면은 저도 무섭더라고요. '내가 저렇게 무섭게 했나?' 싶었어요. 연출과 효과음이 한몫을 한 것 같아요.(웃음)"


[NC인터뷰]"꽃밭이어도, 진흙탕이어도 괜찮아"…장영남의 모험


함께 출연한 서예지, 김수현과의 호흡도 탁월했다. 장영남은 서예지에 대해 "너무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 잠도 거의 못 자면서 촬영을 했는데도 내가 촬영을 오래 기다릴 것 같으면 먼저 촬영하게 해주기도 했다. 감사한 순간들이 많았다. 문영이를 연기할 때의 몰입도나 에너지,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대단했던 배우다. 예지씨의 엄마인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나쁜 엄마여서 보듬어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김수현의 이야기가 나오자 "너무 예의 바르고 재밌고 밝고 씩씩하다"고 칭찬했다. 또 "파이팅이 넘친다. 이런 기운이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도 끌어올려 준다. 그렇게 밝다가도 촬영 들어가면 변한다. 젊은 친구가 타고났구나 싶었다. 건강하게 사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NC인터뷰]"꽃밭이어도, 진흙탕이어도 괜찮아"…장영남의 모험


장영남에게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까. 그는 "단비 같은 작품"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배우를 하다 보면 꽃밭도 있고 진흙탕 같은 순간도 있지 않나. 땅이 메말라서 갈라지는 순간에 단비를 내려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진흙탕 같은 순간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그는 "어떤 작품이든 다 욕심이 난다. 기준을 두진 않는다. 다작을 할 수 있다는 건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단비를 맞을 것인지, 진흙탕을 걷을 것인지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조금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모험하고 싶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사진=앤드마크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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