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오달수 "과분한 사랑 받았는데, 심려끼쳐 죄송하다"

최종수정2020.11.21 08:00 기사입력2020.11.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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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웃사촌' 배우 오달수 인터뷰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오달수가 2년 9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투' 파문에 이어 긴 침묵이 의문을 가중시켰고, 그는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자숙해야했다. 관련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법적 책임을 피했고, 당시 촬영한 영화 한 편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성폭력 관련 혐의를 완전히 벗은 것이 아니기에 극장, 언론매체 등을 통해 그를 마주하는 것 자체로 불편하다는 반응과, 구체적인 혐의가 입증된 것이 아니기에 판단을 유보하자는 입장. 어떻게 봐야할까. 이와 별개로 사회적 논란을 빚은 배우의 복귀 기간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아울러 복귀하기까지 3년이 채 안 걸린 기간은 도덕적으로 타당한가. 여러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그를 만나 최근 제기된 논란과 당시 묻지 못한 여러 의문에 대해 물었다.


오달수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NC인터뷰]오달수 "과분한 사랑 받았는데, 심려끼쳐 죄송하다"


앞서 오달수는 2018년 2월 성폭력을 여론의 힘을 결집해 사회에 고발하는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당시 성폭행,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당했다. 그해 2월 15일, 19일 익명 여성이 1993년 연극 활동 당시 오달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으며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후 오달수는 엿새 만인 2월 26일 “전혀 그런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다음 날인 27일 JTBC ‘뉴스룸’에서 한 연극배우가 얼굴, 실명을 공개하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28일 오달수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며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미투’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수사가 종결 처리됐다.


당시 오달수는 거센 질타를 받아야 했다. 첫째로 썩 납득되지 않는 엿새간의 침묵에 의문의 시선이 쏠렸다. 둘째로 두 차례 발표한 입장문 속 모호한 단어들도 논란을 키웠다. 혐의에 관한 구체적 언급도 생략된 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다르다”는 표현도 대중을 설득하긴 어려웠다.


이후 오달수는 촬영해놓은 영화 ‘신과함께2’에서 삭제됐고,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하차했다. 촬영을 마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 ‘컨트롤’(감독 한 장혁) 그리고 ‘이웃사촌’까지 줄줄이 개봉이 보류됐다. 그는 2년 9개월 자숙 끝에 ‘이웃사촌’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하 오달수와 일문일답.


-‘이웃사촌’ 개봉을 앞둔 소감은.

만감이 교차한다. 이유를 막론하고 제게 책임이 있는 거니까. 개봉이 늦어진 것에 제작사, 감독님, 제작진에 죄송하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 섞여 있다. 만약 아직도 개봉이 미확정됐다면 정말 괴로울 거다.


-자숙하는 동안 어떻게 지냈나.

처음 두 달 간은 서울에 있었다. 큰 데미지를 입었다. 덤프트럭에 부딪힌 데 이어 뒤에서 온 쓰레기차에 받힌 느낌이랄까.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었다. 부산 어머님 댁에 갔는데 거기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거제도 형님댁에 갔다. 텃밭 일을 도우며 생활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며 지냈다.


[NC인터뷰]오달수 "과분한 사랑 받았는데, 심려끼쳐 죄송하다"


-작품으로 돌아와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해가 지면 방에서 TV로 영화를 봤다. 혼자 농사지으며 생활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일까 고민이 들었다. 2년쯤 지났을 때 독립영화 ‘요시찰’ 감독님이 출연 제안을 하길래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 세월이 지나며 관객과의 약속 시각이 짧아지기를 바라는 거다. 큰 욕심은 없지만, 이 말이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어떨 수 없는 때가 있는 거 같다.


-본인은 정식 복귀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시사회에 참석하고 인터뷰하는 모습은 복귀로 비치기도 한다. ‘미투’ 이후 복귀까지 2년 9개월이 걸렸는데 도덕적으로 봤을 때 이 기간이 타당하다고 보나.

딱 잘라 몇 년, 몇 개월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다행히 영화가 개봉하게 됐다. 만약 개봉이 더 미뤄졌다면 저는 농한기 때는 쉬고 농번기 때 농사를 지으면 되니 상관없었지만, 감독님과 제작사에 죄스러운 마음이 더 커졌을 거다. ‘이웃사촌’은 아예 개봉을 포기한 영화가 아니기에 나도, 제작사도 언젠가 개봉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 희망에 비해 조금 더 시간이 길어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제가 다행이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2018년 ‘미투’ 폭로 이후, 입장을 밝히기까지 엿새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가 뭔가.

당시 충청도 어딘가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마포대교에서 옛날 차들을 빌려다가 촬영하기도 했고 당시 보조 연기자만 2~300명에 달했다. 복잡한 촬영이었다. 또 연이어 꽉 들어찬 시민들 앞에서 유세 장면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누군가와 통화하고 뭔가에 신경을 쓸 수 없는 환경이었다. 혹자들은 어딘가에서 대책회의를 하지 않았냐, 왜 이렇게 발표가 늦어졌냐고 지적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부산에서 누나가 전화 와서 ‘세상에 너한테 뭐라고 이야기하는 줄 아냐’고 묻더라. 시끄럽다고 촬영하느라 바쁘다고. 서울에서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는데 일이 그렇게 됐다.


-피해 주장 여성들이 제기한 혐의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나. 두 입장을 제외하고 할 말은 없나. (오달수는 처음 발표한 공식입장에서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고 했고, 이어진 입장에서 “당시 기억이 여성의 기억과 차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네, 없습니다.


-피해 주장 여성들이 제기한 혐의에 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고 억울하다면, 거기에 관해 말을 아끼는 이유가 있나.

그분들은 연극을 했던 사람들이다. 한 명은 현재 지방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 저도 연극으로 출발을 했다. 연극 선배로서 무슨 말을 하겠나. 그냥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으려니 하고 넘어가 버리려 한다. 이제 와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자체가. 글쎄. 크게 의미가 있을까. 연극을 하는 후배들한테.


-복귀를 앞두고 영화계와 대중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는데, 여기에 관한 생각은.

세계적인 명연기를 하는 대배우들도 분명 보는 사람에 따라 평이 다를 것이다. 제가 대중에 안긴 데미지가 있지 않나. 그렇기에 물론 예전 같지 않겠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드디어 사람으로 대접받기 시작해서 좋다. 요정에서 사람으로 대접받는 중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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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개봉 이후 영화계로부터 선택받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영향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배우는 감독이 작품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선택받는다. 배우도 연기하기 적합한 배역을 연기할 때 영화 찍는 맛이 있다.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감회가 남다르실 거 같다.

인터뷰를 하는 지금 감회가 남다르다. 라운드 인터뷰 때 기자분들 자판 두드리는 소리. 지금 이 분위기가 제게 가장 새롭게 다가온다. 사실 인터뷰에 나오기 무서웠는데, 좋다.


-무섭다는 말의 의미는 뭔가.

TV에서 명절이나 주말, 여름/겨울방학 특집으로 제가 출연한 영화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대중은 저를 보는 게 낯설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저는 이 자리에 혼자, 기자들과 마주하는 게 3년 만이다. 매체에 제 말이 실리는 것도 3년 만이다. 말이 어떻게 전달될지, 낯설고 무서웠다. 옛날 같지 않다.


-복귀를 앞둔 소감은.

크게 변한 건 없다.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뭔가 바뀌겠냐. 작품 주어지면 잘하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겠다. 다만 오달수가 변했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7번 방의 선물'(2013)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1월25일 개봉한다.


-‘이웃사촌’ 촬영하면서는 어땠나.

현장 분위기가 따뜻했고 좋았다.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환경이었다. 배우들과 충분히 의논했다. 그 흔적이 고스란히 작품에 녹아난 거 같다. 고민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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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중이 봐온, 오달수의 익숙한 얼굴은 아니다. 다소 낯설다는 반응도 나온다.

열심히 찍었다. 다른 시선이 있을 거고 피하고 싶지 않다. 당연히 제가 받아들여야 할 몫이다. 물론 그렇게 볼 바에 안 보시겠다는 분도 있을 거다. 하지만 거짓 없이 가깝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는 말만 들어도 대단한 칭찬이라고 본다.


-지난해 독립영화 ‘요시찰’도 촬영했다.

오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촬영했다. 삼시세끼 저렴한 도시락을 먹으며 촬영했다. 초심이 뭘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다 같이 고생하고 밥 먹고 하며 찍었는데, 배 안에서 돌이 굴러다니는 듯한 느낌이랄까.(웃음) 재미있게 찍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과분할 만큼 사랑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이웃사촌’ 개봉을 앞두고 예전처럼 봐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인해 엄혹한 시절을 겪고 있기에 극장에 많이 와달라고 하기 힘들다. 그래도 ‘이웃사촌’ 많이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사진=씨제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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