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N④]OTT는 극장을 대신할까, 충무로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다

[신년N④]OTT는 극장을 대신할까, 충무로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다

최종수정2021.03.23 14:34 기사입력2021.0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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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영화계 신년기획
韓영화 배급·제작사·배우 심층대담
충무로 진단, 코로나 그 후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우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있을까. 2019년 역대 최다 관객수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던 극장가도 코로나 이후로 시계를 되돌리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삼삼오오모여 영화를 즐기게 될까. 2021년 출발선에서 우리는 지난 1년 간 빼앗겼던 소중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즐기고 꿈꾸고 갈망하던 예전의 우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코로나19 전세계 범유행 팬데믹 이전의 삶을 완전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확실히 말해서 올해 1월,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의 세상은 종말됐다. 영화계 다수 관계자는 이같이 입을 모으면서도 영화는 극장에서 계속 관객과 만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치열했던 지난해를 영화인들과 돌아보고 올해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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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지난 1년간 우리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무렇지 않게 여름, 또는 겨울, 추석, 설 연휴 때마다 세계 각국으로 향해 즐긴 여행이 사라진 우리의 삶. 마스크 없인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세상을 돌이켜보면 미세먼지에 불평하던 예전의 일상은 낭만적인 것이었다.


마스크 없이는 영화도 못보는 시대. 가족, 친구, 연인과 나란히 앉아 팝콘과 콜라를 나눠먹으며 영화를 즐길 수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오르락내리락하며 관객수가 연일 최저를 경신하자 개봉을 준비해오던 영화 측은 개봉을 일제히 연기했다. 많은 제작비를 쏟은 블록버스터 영화는 일찌감치 1년 후로 개봉을 미뤘고, 소위 극장에서 볼만한 신작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늘어나니 개봉을 못하고, 관객들은 영화가 없으니 극장에 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지난해, 우리의 삶에서 영화가 삭제된 것이다.


2021년은 어떨까. 미국에서는 지난 12월부터 백신 접종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공식발표는 아직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3월, 늦으면 5월께는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료계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태양이 뜨기 전, 그림자가 가장 짙어서일까. 백신 접종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수가 1000명을 오르내리며 최고를 찍었다. 12월 연말, 겨울방학, 크리스마스 특수도 실종됐다. 연말 대목을 목표로 한 영화들은 일제히 1월로 개봉을 연기했다. 2020년 마지막 달, 극장에 걸린 국내 신작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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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폴 영화 일제히 2021년으로, 촬영도 줄줄이 스톱"

여름, 겨울, 소위 텐트폴이라 꼽히는 극장 성수기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에는 텐트폴이라는 말이 실종될만큼 신작도 관객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당시 개봉을 앞둔 영화 '연평해전'이 2주 뒤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당시 2주 후에 영화를 극장에 걸 수 있었고, 영화는 604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국내 영화계에서는 몇년간 여파가 지속되리라고는 예상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관계자는 "올해 극장은 정말 어려웠고, 한국영화계도 어려웠다. 각 영화 측은 여름에서 겨울로, 설에서 추석으로, 추석에서 내년 설로 개봉은 미루며 코로나19 상황을 치열하게 살펴왔다. 만약 내년 상반기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개봉 영화가 몰리며 결국 어쩔 수 없이 간판을 빨리 내리거나 OTT로 향하는 움직임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개봉이 밀리자 촬영도 밀렸다. 한 영화 스태프는 "앞차가 빠져야 뒷차가 빠지지 않겠냐"며 "영화 개봉이 안되고 있으니 제작도 어려워졌다. 촬영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 것. 개봉이 안 되는 상황을 모른척 계속해서 영화를 촬영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제작비 문제가 가장 크다. 언제 올려질지도 모를 영화 제작을 강행할 영화사는 거의 없다. 물론 그 중에서 대형 배우, 제작사에서 손을 댄 작품은 암암리에 제작이 돼왔지만 중소규모 영화는 거의 제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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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제작 무산에 배우·스태프 백수신세"

극장, 배급사, 제작사 만큼 배우들의 시름도 컸다. 익명을 요구한 주연급 영화배우는 "올해 1년을 그대로 놀았다. 상반기, 하반기 각각 영화 한 작품과 드라마 한 작품을 촬영할 예정이었으나 영화 두 편은 제작이 지연되며 답보 상태"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드라마 촬영장에서 고개를 돌리면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다. 영화 제작이 연기되며 일자리를 잃은 영화 스태프들이 대거 드라마 촬영장에서 일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드라마를 찍는 건지 영화를 찍는 건지 모르겠더라"며 실소를 터뜨렸다.


또 다른 배우는 "요즘 배우들과 전화통화를 해보면 다 놀고 있다. '요즘 뭐해?'라고 물으면 대부분 배우들이 '그냥 있다'고 답한다. 나도 영화 두 편의 촬영이 밀렸는데, 활동을 마냥 안 하고 있기가 그래서 2020년 예능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촬영이 쉽지 않았다. 최대한 조용히 진행했다. 예전 같으면 예능에 출연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도 하고, 주변에도 크게 알렸겠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심할 땐 촬영 사실을 숨기다시피 했다. 출연 드라마도 촬영 여건상 용이하도록 설정을 변경했고, 한 달 넘게 촬영이 밀렸다"고 하소연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한국영화계는 또 극장가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배급사 관계자는 본지에 "코로나19가 있기 전의 삶으로는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며 "당장 2021년 극장 사정이 눈에 띄게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는 한 작품이 100만 관객을 모으기도 힘들었다. 관객들이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려도 생겼다. 이러한 진입장벽을 없애는 것도 고민할 점. 물론 작품이 좋으면 관객들은 당연히 극장을 올 거라는 믿음이 든다. 어려운 시기에 작품을 무리해서 선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은 같겠지만, 좋은 작품이 극장에 나와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올해 신작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올 것이다. 이미 라인업이 줄줄이 밀렸고, 일제히 개봉할 것이다. 한국영화는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다 몇주뒤, 몇달뒤로 개봉을 연기한 것에 비하면 외화는 일찌감치 극장이 폐쇄되자 1년 후로 연기했다. 한국영화에 외화까지 맞물리며 라인업은 포화상태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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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도 극장은, 영화는 없어지지 않을 것"

올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는 고사 위기를 겪었다. 위기 속 각 극장은 자구책으로 영화관람료를 인상하고 희망 퇴직, 무급 휴직 등 대대적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CGV는 주중(월~목) 오후 1시 이후 일반 2D 영화 관람료는 1만2000원, 주말(금~일)에는 1만3000원으로 조정했다. 이코노미, 스탠다드, 프라임으로 세분화됐던 좌석 차등제는 폐지하돼 고객 편의를 고려해 맨 앞좌석인 A열과 B열은 1000원 할인을 이어간다.


메가박스는 23일부터 2D 일반 영화 상영 기준 성인 주중 1만2000원, 주말 1만3000원으로 관람료를 인상했다. 가격 인상 적용 상영관은 일반관, 컴포트관, MX관으로, 평균 1000원이 인상됐다. 롯데시네마는 기존 관람료에서 1000원 인상된 성인 기준 8000원부터 1만3000원으로 조정했다. 극장 맨 앞줄인 A열 할인 정책은 지속되며 문화가 있는 날 가격과 장애인, 시니어, 국가유공자 등에 제공되는 우대 요금도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각 극장은 포스트 코로나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극장 관계자는 "영화관람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극장도 여러 변화와 부침을 겪어야했다. 신작의 부재로 인한 재개봉 영화의 증가와 오랜 시간 영화사와 영화관이 지켜온 '홀드백'(한 편의 영화가 다른 수익과정으로 중심을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공식이 수정, 변화됐다. 여기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 OTT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으나 온라인 공개 전 극장에 상영한다는 조건으로 극장에 상영하는 등 다각도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전세계 극장이 문을 닫았다. 모두가 어려웠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영화 제작도 멈췄다. 해외 상황은 더 심각했다. 북미 지역 극장 폐쇄로 대작은 1년 후로 일찌감치 개봉을 연기했고, 어쩔 수 없이 OTT로 향하는 영화도 다수였다. 국내 서비스되고 있지 않은 OTT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 일부는 한국에서 극장 개봉을 선택했다. 이는 개봉과 동시에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소비자는 콘텐츠 중심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극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결국 큰 화면에서 상영되는 것임에 부정할 수 없고 아무리 OTT 플랫폼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의 수요가 꾸준할 것이고, 극장도 여러 환경 변화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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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극장 관계자는 "올해는 정말 어려웠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당장 인원감축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주 5일 근무에서 4일 근무로 조정되고 월급을 삭감하며 어려움을 이겼다. 그렇지만 업무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건 아니었지만. 회사는 극장 수익이 절반 아래로 뚝 떨어지는 상황은 이겨내기 힘들었다"며 "극장을 바라보고 입점한 점포의 사정도 열악했다. 상점은 봄까지는 버텨냈으나 여름을 기점으로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는 곧 극장의 타격이기도 했다"며 씁쓸한 심경을 내비쳤다.


해외 사정은 어떨까. 톰 행크스는 12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영화관은 당연히 살아남는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관들이 다시 살아나게 되면 조금 더 자유롭게 상영할 영화들을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톰 행크스는 "이 시국이 지나면 마블 유니버스나 유사 프랜차이즈 등이 지배할 것이다. 사람들을 확실하게 극장에 불러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물론 좋은 영화들도 꽤 있다. 관객들은 확실한 비주얼적 효과를 보기 위해 집이 아닌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할 것이고, 집에서 보게 되면 그 감흥은 훨씬 적을 것이다"며 극장 고유 영역에 대해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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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속 민들레처럼 선택받은 영화의 의미

전세계 극장가는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았다. 이러한 상황 속 충무로에는 민들레처럼 강하게 뿌리내린 영화들이 있다. 약자와 소수,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결백', '오케이 마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여성이 주인공으로 분한 다수 영화가 들불처럼 선보이며 꾸준히 관객들의 선택을 받아왔다. 팍팍한 시장에서 민들레처럼 강하게 뿌리 내리며 저력을 입증한 것. 관계자 다수는 배우 김혜수가 주연으로 극을 이끈 '내가 죽던 날'은 올해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로 꼽았다.


영화 관계자는 "올해 극장에 개봉해 선보인 영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참 재미있다. 관객도 별도 들지 않는 극장에 영화를 선보이면 무참히 깨질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여성 영화는 꾸준히 관객에게 선보여졌고 선택을 받아왔다. 물론 운 좋게, 소위 '볼 영화가 없어서' 선택받은 영화도 분명 있었지만, 작품성이 좋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영화는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고 바라봤다.


관계자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잘 기획된 상업영화를 만들어야 흥행할 수 있다는 낡은 공식에 길들여진 영화계가 이번 사태를 통해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또 관객들이 진짜 보고싶어하는 영화가 무엇인지를 찬찬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사진=뉴스1,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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