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①]남규리 "양심의 가책 느끼기도…응급실 3번 오갔다"

[NC인터뷰①]남규리 "양심의 가책 느끼기도…응급실 3번 오갔다"

최종수정2020.12.26 12:30 기사입력2020.12.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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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에서 소시오패스 강현채를 연기한 남규리

[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내면의 감정을 다 끌어서 쏟아낸 작품이다. 남규리는 '카이로스'를 마치면서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며칠 후에 촬영장으로 불려나갈 것만 같고, 끝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섭섭하다. 그냥 또 하나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보고싶을 때 꺼내어 보려한다"고 말했다.


'내 뒤에 테리우스', '붉은 달 푸른 해', '이몽'을 끝내고 연기에 대한 또 다른 고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할 때 이 작품이 찾아왔다. 남규리는 "오롯이 나를 재정비하는 공백기가 있었다. 그 때 삶에 대한 나만의 또 다른 가치관들이 형성됐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카이로스'라는 작품을 만났다"고 했다.


[NC인터뷰①]남규리 "양심의 가책 느끼기도…응급실 3번 오갔다"

"'카이로스'는 선택이 아니라 도전이었어요. 처음 하는 아이를 잃은 엄마, 바이올리니스트, 소시오패스까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마음이 컸어요. '내가 배우로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한 인물에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강현채라는 캐릭터에 매료됐어요. 그리고 드라마에서 처음 등장하는 여성 소시오패스 캐릭터라 신선했어요. 여성이 주체적인 캐릭터였거든요. 악역에 대한 묘한 갈망도 있었어요."


남규리는 "감독님 미팅 전 시놉만 읽었는데, '타임크로싱'이란 소재가 심장에 쿵 하고 박히는 것 같았다. 제목부터 기회의 신 '카이로스'라는 단어가 제 배우 인생에 기회의 신이 있다면 함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다. 사람들은 모두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지 않나 누구나 지금하는 선택들 혹은 그때의 선택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지 않을까? 상상을 한다. 과거의 선택으로 미래가 바뀐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고, 작가님의 세계관이 느껴졌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크고 작은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끌림이 오더라"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첫 미팅 때 박승우 감독님께서 '규리 씨가 가진 오묘함이 강현채 역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해주신 말씀 덕분에 박승우 감독님께 신뢰가 갔던 것 같아요. 어려워도 불안해도 도전해보자, 어려운 걸 해냈을 때 사람은 성장하는 거니까. 열정을 갖고 도전하게 되었어요. 이 작품은 또 하나의 인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한테는 정말 '기회의 신'이었던 드라마입니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그 어떤 학습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남규리는 "결혼은 안 했지만 아이를 참 좋아한다. 가족이 여섯 식구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남다른 것 같다. 조카들도 너무 좋아한다"며 "내가 낳은 나의 소중한 아이를 잃었다면 저 또한 그런 상실감 당연히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순 없지 않을까. '내가 현채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소시오패스라는 것도 대본은 읽었지만 감정의 저 뒤편으로 밀어넣고, 진심으로 아이를 잃은 마음으로 살다가 촬영장으로 향했다. 진심으로 현채의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현채로 살았다"고 회상했다.


[NC인터뷰①]남규리 "양심의 가책 느끼기도…응급실 3번 오갔다"

강현채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내기까지 어려운 과정이 있었을 것 같다. 남규리는 "제 스스로 현채라는 캐릭터를 합리화시키고 설득하는 게 우선이었다. 현채는 사랑 없이 자란 인물이다. 그래서 사랑도 모르고, 나쁜 게 나쁜 건 줄도 모른다. 현채가 되기 위해 현채의 서사를 만들었다. 저렇게까지 살게 된 이유, 불쌍한 여자... 삶을 대하는 방법도 무엇이 맞고, 진심인 건지도 모르는 여자다. 목적이 뚜렸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가끔은 일상 생활을 한다'라고 생각하고 접했다. 저의 다양한 면을 꺼내서 '하고 싶은 연기의 70%만 하자'라고 생각했다. 제 자신을 누구보다 믿었어야 했다. 자존감이 높아야 두려움 없이 강현채로 살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드러내놓고 악을 저지르며, 자극하고 짓밟는 악역이 아닌 너무나 정상적일 것 같은 여자가 저지르는 지극히 일상적인 연기였어요. 강현채는 늘 아무렇지 않았어요. 그게 곧 강현채였죠.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엔 정말 나쁜 악역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현채에겐 본인보다 소중한 게 없었던 거예요."


소시오패스라는 특성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감정 소모가 심했다. 남규리는 "현채의 광기에 어느 날은 쾌감을 느끼고, 어느 날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날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현채 역에 너무 빠져있어서 남규리로 돌아오는 게 힘들었다. 결국 응급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고, 몸무게가 너무 많이 빠져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그래도 제겐 너무 소중하고, 값진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강현채의 선한 얼굴 속에는 살벌한 뒷모습이 있었다. 남규리는 "감정이 명확하다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건 너무 잘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현채는 목적이 있고, 본인만이 가진 매력을 잘 알고 그것들을 무기로 삼는 법을 아는 영민함을 가졌다. 심리전에도 굉장히 빠른 캐릭터다. 도균과 서진의 대화하는 차이만 봐도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특별히 세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똑바로 쳐다보고 진짜라고 믿는 것이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현채를 소시오패스 하나로만 정의한다면 억울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강현채는 정신적 트라우마랑 유년 시절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과 환경에 노출돼 있었다. 빨리 드러나지 않고 퍼즐처럼 천천히 드러났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은 행동을 한 게 맞다"며 "현채의 숨은 이야기와 성장 배경으로 인한 결핍은 트라우마로 이어졌고, 감정없는 사람으로 살게 된 서사가 있는 캐릭터였다. 아쉬운 만큼 더 매력적인 빌런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NC인터뷰①]남규리 "양심의 가책 느끼기도…응급실 3번 오갔다"

강현채를 통해 배운 점도 있다. 남규리는 "저에겐 강현채 같은 자존감은 좀 색달랐다. 저를 많이 채찍질 하고 자책하는 편인데, 보이지 않게 긴장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은 편이다. 강현채를 연기하며 소시오패스적인 면모보단 여성의 주체적인 단단함에 매력을 느꼈다. 제가 만난 강현채는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것 말고, 제 안의 세상에서 스토리가 많은 캐릭터다. 현채의 모든 것에 개연성을 만들었다. 현채를 연기하며 다채로움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반전은 애리(이세영 분)가 현채와 도균(안보현 분)의 불륜을 목격하는 장면이다. 남규리는 "그로 인해 모든 것에 불균형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현채는 도균을 사랑했다. 과거 신에서도 터져 나오는 슬픔을 감독님께서 편집으로 잘 없애주셨다. 드라마에 다 나오지 않았지만 현채는 도균을 사랑하고, 미안해 했다"고 해석했다.


"강현채 역할에 남규리 외에 다른 배우를 생각할 수가 없다"는 댓글은 남규리를 춤추게 했다. 그는 "이만큼 영광스러운 댓글이 있을까. 악역이든 선한 역이든 그 배우 외에 다른 배우를 생각할 수 없단 건 너무 기분 좋은 칭찬 같다"며 "오열 연기 할 때 (악역이어서) 울면 안 되는데 같이 울었다", "남규리 진짜 소름끼친다", "결혼도 안했는데 아이를 잃은 슬픔을 어떻게 잘 표현하냐"라는 시청자 반응을 비롯해 여러 가지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반전 있는 배우의 면모를 보여준 남규리가 다음으로 듣고 싶은 수식어는 '믿을 수 있는 배우'다. 그는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혀도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 가지 옷이 아니라 무지개빛 컬러를 소화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남규리 측 제공



권수빈 기자 ppbn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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