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텅 빈 영화관에 관객은 1명뿐인데"…임차료만 매달 180억

[포커스]"텅 빈 영화관에 관객은 1명뿐인데"…임차료만 매달 180억

최종수정2021.01.15 17:31 기사입력2021.01.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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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천문학적 영업적자 극장 위기
밀린 임차료…감당하기 벅차
"생존 위한 정책·제도적 지원 절실"

극장에서 영화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투자·배급·제작사로 흘러들어와야 다시 제작·투자로 연결됩니다. 유기적으로 연결돼 돌고 돈다고 봐야죠. 2020년 꼬박 한 해 동안 어려운 상황이 지속했고, 극장들은 고사 위기에 처했습니다. 만약 극장이 무너지면 영화계는 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겠죠. 정상화되는데 최소 2~3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보다 더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영화제작자 A씨)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대형 멀티플렉스 3사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지금 벼랑 끝에 서있다. 영화관들은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직격탄을 맞아 5000억 원 이상의 적자 봤다며 임차료 부담을 덜 수 있는 지원책을 호소했다. CGV는 연이은 적자로 임차료를 납부할 수 없게 되자 영화관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에 임차료를 깎아달라고 요청했고, 롯데시네마는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다. 지금 영화계는 극장 일부 지점의 문을 닫고 티켓 값을 올리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 속 제도적 지원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15일 영화계에 따르면 CJ CGV 영화관을 자사 펀드에 담고 있는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CGV의 임차료 지급 관련 소송을 들여다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펀드는 영화관을 매입하고 극장이 내는 임차료를 받아 펀드 투자자들에게 고정 지급하는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와 같은 영화관들은 대개 20년 이상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꾸준히 임차료를 내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이 인기를 끌었다. 이지스·KB부동산신탁·페블스톤처럼중대형사를 비롯해 소형 운용사들도 매물을 사들여 주로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했다. CGV의 직영점 119곳 중 50곳을 자산운용사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GV 측은 임차료 부담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뉴스1(이하 동일)

사진=뉴스1(이하 동일)



'영업적자 2,990억' CGV, 임차료 깎아달라

지난해 관객수는 1999년 IMF 사태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1월 들어 전국 기준일 관객수는 1~2만명 대를 오가는 실정. 1만 명 선을 겨우 유지하는 중이다. 이는 2019년 한 극장 지점을 찾은 일 관객수와 맞먹는 수치다. 한 상영관에 불과 1~3명이 영화를 관람한 것이다. 영진위에 따르면 2020년 극장가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1조 4,037억 원) 감소한 5,100억대에 그쳤다. 영화 산업 매출액은 2004년 이후 한 번도 1조 원 밑으로 떨어진 적 없었다.


지난 11월부터 CGV는 임차료를 못 내고 있다. CGV의 지난해 3·4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손실은 4,250억 원, 영업손실은 무려 2,990억에 달한다. CGV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로 3년 내 전국 119개 직영점 중 30%에 해당하는 35~40곳을 줄이기로 했다. 이를 비롯해 자회사 감자·고금리 영구채 발행·CJ로부터의 차입·투자 유치 등 여러 방안을 강구했지만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170~180억 원의 임차료를 납부하기 힘든 상황에 부닥쳤다.


CGV 측은 자산운용사들에 임차료를 인하해달라는 요청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법정으로 가지 않도록 충분한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폐업도 어려운 실정이다. 극장은 용도 변경이 불가하고 10·20년 장기 임대를 하는 경우, 약정 기한을 지키지 않고 폐업하면 거액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불가항력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극장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천문학적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료가 안 나오면 소송을 하겠다는 건 사지로 내모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금 극장은 임대료를 비롯해 전기세·관리비·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임차인이 함께 생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극심한 위기에 처한 영화계 생존을 위해 정책·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계자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예산을 역대 최고로 처리했지만, 극장에 돌아간 몫은 없다. 실질적인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영화발전기금만으로 충당하는 건 한계가 있다. 별도의 예산을 통해 어려움에 부닥친 영화 산업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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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희망퇴직 신청 받습니다"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시네마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롯데컬처웍스의 지난해 3분기(1~9월) 누적 매출액은 약 2천억 원, 영업손실은 65% 넘게 줄었다. 영업적자는 1,300억 원에 달한다. 롯데시네마는 2년간 전국 100여 개 직영관 가운데 손실이 큰 극장을 중심으로 20% 단계적으로 폐점할 계획이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불과 반년 만에 추가 접수를 한다고 알린 것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최대 20년 근속연수와 기준금액을 곱해 정해지는 퇴직위로금과 취업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메가박스도 경영 위기를 맞긴 마찬가지다. 경영난 극복을 위해 지난해 2월부터 비상경영 체계를 도입하고 경영진 급여 반납, 전 직원 순환 무급휴직, 운영시간 축소, 일부 지점 폐점 등의 자구 노력을 지속해왔다. 관람료 인상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각 극장 측은 재개봉, 굿즈 판매, 게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영화관 임차료 대책 마련해달라"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을 대변하는 한국상영관협회도 지난달 30일 뜻을 모아 성명을 발표하고 임차료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정부는 영화관이 입점한 건물주에게도 임대료 인하 시 세금 혜택을 주는 등 임대료와 관련한 지원책에 영화관을 포함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임차료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이 공론화되고 있다. 하지만 수혜 대상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한정하고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영화관은 대기업군에 속한다는 이유로 각종 지원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영화관들이 임차료를 낮추기 위해 건물주와 협상에 나서고는 있지만 이를 받아주는 경우는 드물다"며 "대기업 여부를 떠나 영화관에도 임차료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커스]"텅 빈 영화관에 관객은 1명뿐인데"…임차료만 매달 180억


영화관 입점 건물주들에게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영화관이 붕괴했을 때 주변 상권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해 코로나19가 극복될 때까지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달라"며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 조치만이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영화 관계자는 "지난해 영화계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극장·제작 등 업계 관계자 모두 서로를 향해 선뜻 안부를 묻지 못할 정도였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거라고 본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생활의 근간이 흔들려선 안 된다. 더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길 바란다. '어렵다 어렵다고'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구체적 요구 가능한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극장 내 감염사례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극장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자체적으로 적극적인 방역과 관리를 지속해오고 있다.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가장 먼저 실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좌석간 거리두기와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 시행으로 한국영화도 개봉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극장 내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영화관 지침을 2단계로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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